훈련소 특기학교 마치고 자대가서 한 한달정도 적응기간이랑 이것저것 절차 밟고

지금까지 크루근무 돌고있으니 이제 한 10개월 되어가네요

전역은 언제오는지 보이지도 않고ㅜㅜ

공군갤러리 보니 크루근무(교대근무)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특히 헌병, 통제, 관제, 전산, 기상같은 특기들은 본인이 원치 않아도 크루뛰게 될 수가 있으니 

집가는 KTX 안에서 그동안 느껴온 크루근무의 장단점들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마법의 주문 부바부로 인해 이런 장단점이 해당되지 않는 보직이나 자대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감안하시길 

장점

1. 높은 확률로 주간조(일과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친구들)보다 위로휴가를 더 받습니다. 주간조가 성과제(정기)외박 6주에 2박3일 나갈 때

교대조는 위로휴가 1~2일을 더 받아서 6주에 3박 4일이나 4박 5일을 나갈 수 있게 되는거죠. 

개인적으로는 이게 교대근무의 제일 큰 장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위로휴가는 무작정 밤을 샌다고 나오는게 아니라 근무시간이 주간조보다 더 많아야 나오는거라서 

4교대 5교대 뛰시는 분들은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적어서 교대근무라도 위로휴가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2. 이건 보직마다 차이가 커서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지만 크루조는 헌병이든 뭐든 일 자체는 꿀일 확률이 높습니다.

크루조가 하는 일은 대체로 어떤 매우 중요한 시설이나 장비 같은 것에 문제가 없는지 '지키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기보다는 어떤 특이사항이 없는 한 대체로 그냥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선후임들이랑 노가리나 까거나

야간이나 주말근무엔 눈치껏 근무시간에 공부도 하고 휴머XXX도 보고 그러는 거죠.

3. 남들 일할때 쉰다. 이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장점입니다. 평일 오전에 남들 다 일하러 갔을때

텅텅 비어있는 싸지방, 휴게실, 헬스장, 노래방, BX(매점)를 여유로이 이용할 때마다 이맛에 크루돈다 싶습니다.

저희 부대만 해도 냉동피자나 자가비같은 BX 인기품목들은 교대조가 다 싹쓸이해오니 뭐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을게요

4. 여러분들이 가장 두려워하시는 야간근무나 주말근무는 생각보다 꽤 꿀입니다.

야간이나 주말에는 '장'으로 끝나는 높으신 분들이 다 퇴근하시고 없기때문에 선임, 교대조 간부들과 조금만 친해지면

눈치껏 본인 공부하고, 너무 졸리면 쪽잠도 자고, 인트라넷 실컷 쓰고, 가끔 밖에서 치킨도 시켜먹고 합니다.

5. 남들 자거나 점호받거나 청소할 때 근무를 가야 하기 때문에 점호, 청소, 혹은 식사 시간 등에 열외되는 날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것도 군사비밀이라 자세히는 말 못하지만 부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훈련이나 행사, 평가들도 교대조는 가능하면 열외시키려고 하는 분위기입니다.

즉, 귀찮은 일에 차출되어 나갈 일이 현저히 적어진단 뜻이겠죠.

단점

1. 사실상 크루근무의 단점은 모두가 알고계시는 그거 하납니다. 주주야야비비 주야비주야비 짱비짱비.. 하루하루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에 생활패턴을 맞추어야 하니 

정말로 고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흔히들 크루돌면 뼈가 물렁물렁해진다고들 하는데;;

제 동기는 교대근무를 돌고나서 피부가 완전히 뒤집혔고, 원형탈모를 겪는 선임도 있으며, 

아는 간부님은 10년간 교대근무를 돌고 지병을 얻어 주간근무자로 나가실 채비를 하고 계십니다.

저도 슬슬 몸이 썩고 있는 게 느껴지긴 합니다. 12시부터 8시까지 야간근무 돌고 아침 8시 반쯤 생활관에서 잠들면 해 질때나 일어나는데

그럼 개운하다기보단 몸이 무겁단 느낌이 먼저 들고, 교대근무자들은 비번일 때도 뭔가 항상 피곤하단 느낌이 듭니다.

비번때 길게 자놓지 않으면 근무시간 때 너무 피곤하다보니 여러분들이 그토록 바라는 '자기계발'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 되는거죠.

2. 부대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싶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며 축구하는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교대근무 비추천합니다.

부대 체육대회나 기념행사, 체련행사(?)같은 거는 대체로 주말에 행하거나 주간조의 경우 그날 근무를 빼가면서 진행하는데

그날 그 시간에 근무 잡힌 교대조가 근무를 빼고 행사에 참여한다?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교대조는 자기 근무시간일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근무에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장기자랑같은거 좋아한다, 축구 좋아한다 하시는 분들은 교대근무는 별로이겠네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선후임들 모여서 하는 축구도 근무 스케줄이 다르면 못하게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역으로 그런 걸 귀찮아 하시는 분들은 이게 장점이 될 수도..

그래도 상술했던 장점이 제게는 더 크게 느껴져서 별 일 없으면 전역할 때까지 크루 돌긴 할건데..

크루에 대해 뭐 더 궁금하신거 있으면 질문 받아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