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쿠사모리 슈이치 x 키무라 신지 미술감독 인터뷰

자메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9 20:56:27
조회 87 추천 0 댓글 0
														


쿠사모리 슈이치 (히라타 슈이치/ 이노센스, 메트로폴리스 등) X 키무라 신지 (철콘근크리트, 혈계전선, 도로헤도로, 해수의 아이, 괴수8호 등)



- 사실 쿠사모리 상은 키무라 상이 지명해서 연락을 드렸는데, 지명한 이유가 뭔가요?


키무라 : 이 일을 해오며 "동년배 중 가장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는 의미로서, 쿠사모리 상 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쿠사모리 : 영향?? 정말로?(웃음)


키무라 : 응. 그리고 전문학교 동창이었거든요.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요.

전반기에는 모두 같은 수업을 듣고, 후반기에는 전공을 선택해 나뉘어지는데, 저는 애니과가 아니었거든요.


쿠사모리 : 아, 그렇구나. 어느 과?


키무라 : 상업디자인과. 처음에는 애니과에 가려고 했지만 "(과제를) 굉장히 많이 그린다는거 같아"란 말을 듣고 포기했어.


쿠사모리 : 아하하.


키무라 : 전반기도 과제가 많았잖아? 나, 새벽까지 과제를 한 경우가 많아서.

게다가 과제를 하고 있으면 굉장히 기분나빠지고 구토가 나오기도 했어.

그래서 "나, 그림을 많이 그리는건 무리구나" 생각했어.


- 그때는 애니에 대한 고집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나요?


키무라 : 그림을 그리는 일은 하고 싶었지만, 뭘 하고싶은지는 잘 몰랐어요.

애당초 애니 "배경"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 없었어요.

쿠사모리 상은 어땠어?


쿠사모리 : 나도 처음에는 작화를 하고 싶었어.


키무라 : 그렇구나!


쿠사모리 : 그런데 말이야, 애니메이터는 종이를 펄럭펄럭 손가락으로 넘겨서 움직임을 확인하잖아요.

저걸 못했어요. 선천적 이상으로 왼손을 회전하지 못해요.

그래서 어떡하지 싶어서, 여러 사람들한테 "저걸 못해도 괜찮나요?"라 물었더니 "이건 기본의 기본이니까" 란 말을 들었어.

그래도 한번 트레스대를 써서 그림을 조금씩 움직여 작화를 해봤는데 "그 방법으로는 안돼. 그림이 살아있지 않아"라고, 본 사람이 딱 말해줘서.

그래서 울면서 작화는 포기하고 일러스트 쪽으로 가려고 했어.


- 배경이 아니였네요.


키무라 : 역시 당시 사람한테는 "배경을 그린다"란 의식이 없었지.


쿠사모리 : 맞아. "배경이 뭐야?"같은 느낌이었어.


키무라 : "풍경화를 그리는"건 알지만 "(애니의)뒷배경을 그린다"란 이미지는 없었어.

그래서 당연히 그런 직업이 있다고 인식도 못했고.

전문학교에 가긴 했지만, 그냥 주변 사람들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취직하는건 싫어서.


- 고향을 떠나고 싶으셨나요?


키무라 : 그야 아무것도 없는걸(웃음). 모두 근처 공장에 취직한다는 말을 들으니, 그건 좀 무리라 생각해서...

그래서 "장래에 뭐가 되고싶어?"란 말을 들으면 그냥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가야된다고 들어서.

단지 그런 흐름으로 진로를 선택했을 뿐, 앞을 내다보며 한 일은 아니였어요.

"미대에 간다"는 생각도 없었고.


쿠사모리 : 미대에 갈걸 그랬나.


키무라 : 우리들은 무리잖아(웃음). 미대에 들어가려면 머리도 좋아야하니까.


쿠사모리 : 아니아니, 들어가려고 했더니 혁명이 일어났잖아(웃음)?


키무라 : 글쎄. 제대로 그림 그리는 방법도 몰랐으니까. 학과 이전의 문제일지도.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림물감 종류도 몰랐으니까.

내가 들어간 곳은 일단, 배경회사로서 유명하긴 했지만...


- 유명 이전에 명문인 코바야시 프로잖아요(웃음)?


키무라 : 그런 곳이란걸, 당시의 저는 몰랐어요(웃음).

구인 잡지에 "너도 할 수 있다 '근성 개구리'"라 회사설명이 써져있어서.

"너도 할 수 있다"라고 하니까 "아 그런가. 분명 간단한 그림이겠지"라 생각되잖아? 그래서 면접을 봤어요(웃음).

그런데 들어가보니까 "(신)근성개구리"는 미즈타니 토시하루 상과 오오노 히로시 상이 하고있고, 그쪽 팀은 이미 꽉 차서.

코바야시 시치로 상과 오가 카즈오 상, 오구라 히로마사 상이 있는 다른 반에 넣어져서...


쿠사모리 : 굉장한 멤버! 강렬하네.


키무라 : 강렬하지. 게다가 코바야시 상이 있으니까 꺄아꺄아 같은 느낌이 아니였어요.

옆방은 뭔가 즐거운 분위기인데. 그래서 저녁식사는 옆방에 가서 먹었지요.

그야, 면접을 보러 갔을때 점심시간에 탁구를 치고 있었던거에요.

그걸 보고 "즐거워보이네"라 생각해 들어가려고 했는데 말이야...(웃음).


쿠사모리 : 있지. 그런 이유(웃음). 회사 견학을 갔는데 야구 글로브가 있으면 "좋네 여기로 할까" 같은거.


키무라 : 여담이지만, 코바야시 프로에서 비너스 전기를 했을 때, 감독 야스히코 요시카즈 상이 코바야시 상과 회의를 하기 위해 이쪽에 온 적 있었어.

그때 마침 우리는 쉬는 시간이여서 건너편 공원에서 배구를 하고 있었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멋대로 네트를 치고.

그리고 끝나고 땀투성이가 되어 돌아오자마자 야스히코 상이 "이놈들 뭐야?"하고 놀랐어(웃음).

그냥 놀고있는 회사로 보여서 싫었던거겠지.


쿠사모리 : 야스히코 상, 굉장히 문과쪽이니까.


- 쿠사모리 상의 취활은 어땠나요?


쿠사모리 : 작화를 포기하고 나서 일러스트를 하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넘쳐나서 취업난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역시 구인잡지에서 스튜디오 에스에프라는 회사를 발견했어요.

일 설명에 "일러스트 / 애니 배경"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배경 일은 전혀 몰라도 일러스트라고 적혀있었고

에스에프니까 분명 SF일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넣은거에요. SF를 좋아했죠.


- 실제로 들어가보니 어떠셨나요?


쿠사모리 : 코바야시 프로덕션같은 유쾌한 회사가 아니었어요(웃음). 신인들 뿐이였거든요. 가장 경력이 긴 사람이 6개월이었나?

사원 신진대사가 심각했어요. 현재의 블랙기업조차도 뛰어넘은 블랙회사여서, 입사한 순간부터 막차로 귀가할 수도 없었어요.

항상 회사 책상 밑에서 침낭을 덮고 자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일어나면 바로 일을 하고.

목욕도 전혀 못하니까, 키무라 상처럼 스포츠를 하는 상쾌한 느낌이 아닌, 정말 구린내가(웃음). 사원이 남자들뿐이었으니까 전혀 신경쓰지 않았죠.

그리고 외식 하는거도 마음 내키지 않아서, 가급적 도시락 가게에서 해결하는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키무라 : 그렇지만 애초에 당시에는 그런 시대였지. 좋은 곳에 식사한다거나, 그런 발상이 없었어.

그리고, 나도 숙식은 회사에서 했어. 다만 코바야시 프로는 욕실이 있었어.


쿠사모리 : 부러워!


키무라 : 일단 묵을 수 있는 환경으로 되어 있었어. 그렇지만 목욕을 하고 있으면 오오노 상이나 미즈타니 상이 엿보러 오는거야.


쿠사모리 : 대체 왜(웃음).


키무라 : 다른 사람들은 모두 회사 근처에 살고 있어서 묵고 가지 않으니까, 욕실이 있어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 그래서 쓰는 사람이 적었대.


쿠사모리 : 그래서 엿보러 온다니, 너무하네(웃음).


키무라 : 굉장히 나쁜 녀석들이에요(웃음).


- 스튜디오 지브리와 프로덕션 IG 등 쟁쟁한 빅타이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장난꾸러기 같은 시대를 보내며...


키무라 : 당시에는 역시, 쇼와같은 느낌이었네요. 애초에 우리들한테도 애니 일은 "더러운 일"이란 이미지가 있었고.


쿠사모리 : 적어도 깨끗하진 않았지


키무라 : 디지털도 아니였고.


- 그림도구로 손과 옷이 더러워지니까요.


키무라 : 배경을 그릴때 앞치마를 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나는 완전 싫어서 안했지만.

아마 그거, 우리가 들어온 시기부터 하게된거 아닐까.

오가 카즈오 상은 안하잖아?


쿠사모리 : 확실히 안하지.


키무라 : 나와 거의 동기인 쿠도 타다시 군 무렵부터 했다고 기억해. 앞치마와 팔 커버 같은거.


- 일을 시작할 무렵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까지 여러 변화의 타이밍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우선 두분이 큰 변화를 느낀 시점은?


쿠사모리 : 딱 떠오르는건 환마대전일까.

당시 애니메이션은 "리얼"을 그다지 추구하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런데 그걸 보고 "'리얼'을 추구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애니에서 이걸 해도 되는구나!"라는 임팩트가 있었네요.


키무라 :응응 알거같아.


쿠사모리 : 극장 팜플렛을 사서, 그걸 보며 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쯤, 그림도구부터 바꾸게 됐죠.

그전까지는 "낮색昼" "밤색夜" 같이 정한 다음, 그 씬 시간대에 맞춰 이 물감을 사용하는...그런 선택을 했던게,

좀 더 그림 도구를 늘리고, 색도 점점 섞어서 만들고, 어떤 이름인지 모를 색으로 칠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키무라 상들은 그 이전부터 했던거 같은데 "그림에 녹과 얼룩을 넣어도 된다, 그게 멋지다" 같은걸 깨달았습니다.

아리온 때 그 방향성으로 리얼을 추구해서 즐거웠지요.


- 환마대전에는 그 당시 신주쿠 거리가 등장하죠.


쿠사모리 : 맞아요! 지금 보면 이 느낌을 못 느낄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시에는 정말로 미술이 사진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뉴욕의 미술은, 오가 상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었는데, 그것도 "굉장해!"라 생각했어요.

신주쿠와 뉴욕, 완전 달랐지만 둘 다 멋져요.

"이런 미술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네. 어느 회사에 가면 될까?" 쭉 생각했습니다.


키무라 : 저런건 린 타로 상이 감독이니까 할 수 있었겠지.

씬마다 미술 분위기가 전혀 달라도 받아줬어

그것도 있고, 그 당시 매드하우스가 만드는 애니는 정말 특이했어. 비슷한 곳이 없었지.

당시 코바야시 프로 근처에 매드하우스가 있었지만 "무서우니까 가까이 가지마"란 말이 자주 나왔어(웃음).


- 그야 이름부터가 광기의 집이니까요.


키무라 : 오가 상이 환마를 하기 위해 들어가고나서는 그 느낌이 다소 희미해져 놀러갈 수 있게 됐지만, 역시 혼돈스럽고 꾀죄죄해서 무서웠어.


쿠사모리 : 인간관계도 그렇죠(웃음)


키무라 : 그렇지(웃음). 개성적인 사람의 집합이여서 이상한 곳이였어.


쿠사모리 : 예민한 사람만 있다는 인상이였습니다.


키무라 : 정말로 멀쩡한 사람은 좀 무리일지도 몰라. 다들 고독을 달리기 위해 햄스터를 길렀지. 마이 햄스터를.


- 에? 스튜디오 차원에서 기른게 아니라, 혼자서 1마리를!?!?


키무라 : 네. 그래서 스튜디오 여러 곳에서 끼릭끼릭거리는 쳇바퀴 소리가 났어요(웃음).

그렇지만 그만큼 개인의 자유를 존중했다고 할까, 서로 하는 일에 상관하지 않았으니까 저런 개성적인 애니가 나온거겠죠.

확실히 쿠사모리 상의 말대로, 오가 상이 환마 미술을 보여줬을때 "대단해!"라 생각했어.

무쿠오 타카무라 상의 그림도, 이전까지와 전혀 달랐지.


쿠사모리 : 달랐지.


키무라 : 좀처럼 칠로 푹신푹신하게 그린 후, 세밀하게 그려넣는 그림방식은 하기 힘들지.

같은 시기에 그런, 말하자면 "파벌이 다른"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각각 다른걸 하려고 했던게 재밌었어.

그리고 그 후 AKIRA에서 그 노선이 강조된 느낌이 들었네요.

애니 영화 제작 방식이 또 달라졌다고 할까...아마 환마대전은 매드하우스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AKIRA는, AKIRA만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잖아요? 그게 또 새로운걸 낳았지요.


쿠사모리 : 그런 회사는 인재육성이랑 상관 없으니까요.


키무라 : 완전 상관없지.


쿠사모리 : 그걸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회사는 다르죠.


키무라 : 7인의 사무라이 같은 감각으로 대단한 사람만 모았다 할까, 데려와서 "마음대로 해도 돼" 같은 일을 했지(웃음).

미술 외에도, AKIRA는 젊은이들이 "어쨌든 이 작품을 하고싶다!"란 생각만으로 참가한 느낌이 있었어.

오오토모 카츠히로 상이라는 사람에게는 구심력이 있어서, 스태프 전원이 "나도 그 사람의 만화를 그리고 싶다!"라 생각하면서 애니를 했다고 할까.

작화 쪽이라면 오오토모 상 뿐만 아니라, 나카무라 타카시 상과 모리모토 코지 상도 있어서 그 쪽에도 구심력이 있었다고 생각해.


쿠사모리 : 미술은 정말 여러 회사 사람들이 모였죠. AKIRA.


키무라 : 최종적으로 미즈타니 상과 오오노 상의 스튜디오 후가가 메인으로 정해진 다음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꽤 여러 일이 있었지.

야마모토 니조 상이 시험삼아 해본 시기도 있었고.

처음부터 "무조건 이렇다!"는 미술 방향성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오토모 상의 만화는 완성됐으니, 그게 하나의 기준이 됐지.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애초에 처음 시작됐을 땐 "가능할리가 없잖아"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고.


쿠사모리 : 그런데 불가사의하게도, 한번 만들 수 있게 되면 그게 기준이 되고.


키무라 : 맞아. 그런 의미에서 AKIRA는 중요한 작품이지.


쿠사모리 : AKIRA는 빌딩 창문 하나하나 다 잘그려져 있잖아요.

그 시절 애니 배경에서는 그런게 없었죠. 선을 휙휙 긋고, 일단 그라데이션이 되어 있으면 괜찮다, 란 느낌.

그걸 "지금부터는 창문을 하나하나 그려야 하는거야" 제시한 느낌이 들었지요


키무라 : 애초에 그려넣으려면 레이아웃이 정확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AKIRA 이전에는 그런 정확한 레이아웃이 온 적 없으니까.


쿠사모리 : 응. 본 적 없었어.


키무라 : 그래서 그 이전의 영화 일은 개런티도 어디까지나 TV의 2배 밖에 안됐어.

실제 업무량도 그 감각과 똑같았지만, AKIRA 이후로 전혀 다른 느낌이 됐어.


쿠사모리 : 그 조금 전부터, 일부 미술 스태프가 "극장 클래스"라 불리게 되는 흐름이 나왔죠.


키무라 : 그렇지.


쿠사모리 : 그 이후 극장 작품에는 언제나 같은 이름의 사람이 참가하고, 똑같은 사람들이 극장 대작을 돌아다니며 일한다는 이미지가 생겼죠.

그래서 TV일을 하다보면 "빨리 저런 일을 하고싶어"라 생각했어요(웃음)


키무라 : 그리고 다른 쪽에서 갑자기 가이낙스가 나왔지.

오네아미스가 나왔을 때, 그 전까지와 전혀 다른 흐름이 나와서 "우리들은 이런걸 할 수 있어!"라 말하는 느낌이 들었어(웃음)


쿠사모리 : 저건 돌연변이죠. 우리와 가까운 사람으로는 오구로 상만 참가했고,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대략적인 이미지로서 AKIRA와 같이 그려넣은게 많은 미술이지만, 이쪽이 더 정신나갔어요.


키무라 : 저건 젊지 않으면 못하는 일. 보는건 즐겁지만.....


쿠사모리 : "해라"란 말을 들으면....


키무라 : 싫지 저건(웃음). 그렇지만 당시에는 저런 그려넣는 타입의 미술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어.

그래서 오네아미스, AKIRA 쯤 주변 분위기가 변하고, 나는 쿠사모리 상이 참가한 아리온 이후, 같은 야스히코 상이 감독한 비너스 전기에서 그런 미술을 하게 됐어.

회상해보니 여러 곳에서 여러가지가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한 시대였다고 느껴지네요.

그래서 힘들긴 했지만, 어쨌든 즐거운 시절이기도 했어요.

"할 수 있을리 없잖아"라 생각했던게, 해보니까 의외로 그릴 수 있게 되어간달까.


쿠사모리 : 그거죠. 누군가가 한걸 보면 "아 그릴 수가 있구나"라 생각이 들죠.

이상한 이야기인데, 사진을 보여줘도 "그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걸 그림으로 그리면 "아, 그릴 수 있구나. 그러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라 느끼게 되요

그런 첫걸음을 걷는 사람은 역시 대단해요. 우리들 주변은 그게 오네아미스와 AKIRA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 굉장히 흥미롭네요.


키무라 : 또, 그런걸 그린 사람이 지인이고, 만났을 무렵에는 그런 일을 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신인 시절에 엄청 욕먹은 사람이 굉장하게 된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경쓰이는 점도 있고, 그런 이유로도 영향을 받아가는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쿠사모리 상도 린타로 작품을 하고, 저도 오오토모 상과 일을 하고.

그래서 쿠사모리 상이 메트로폴리스를 했을때 후배를 데리고 견학을 가기도 했죠.

일터가 가까웠기 때문에 "바로 가까이서 이런 대단한게 만들어지고 있어"하며 젊은 친구들한테도 보여주고 싶어서.

우리에게 있어 AKIRA와 같은, 색다른 미술의 세계가 메트로폴리스에 있으니까.

특히 미술설정은, 쿠사모리 상이 혼자서 만들어낸 색다른 세계관을 볼 수 있었어요.


- 쿠사모리 상이 AKIR의 충격 이후, 기동경찰 페트레이버 극장판과 극장판 X-엑스- 등의 일을 거쳐, 메트로폴리스에 이르기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쿠사모리 :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에서 디테일하게 그려넣는 미술 일을 거치고, X-엑스-에서 처음 린 상이 미술감독으로서 불러줬을 때, 처음 생각했던건 "좋아, 죽을정도로 그려넣자"였어요.

다만 작업기간이 1년밖에 없었죠. 그때 작업 방법론을 처음 고민했습니다.


- 궁금하네요.


쿠사모리 : X-엑스-에서는 일단 미술보드만 그리고, 우선 많은 스태프에게 대량으로 배경을 그려달라고 했어요.

그때 올라온 배경은 좋은 완성도가 아니여도 괜찮아요.

그걸 제 책상에 나란히 놓은 다음, 제가 전부 손댔습니다.

그린 사람 입장에서는 화날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부분은 제 에고를 관철해 전부 하나하나 손대나갔어요.

그렇게 완성신걸 바로 옆의 촬영분에게 전달하는 작업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39b5d928ee846f993eeae99813c53632ce58abdbcd72aa1b27cf798800f8446ad3aaf180b7


https://macc.bunka.go.jp/2857/



- 그 방법론을 다른 작품에서도 했나요?


쿠사모리 : 메트로폴리스는 반대입니다. 배경에 굉장한 사람들이 참가한단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아웃을 제대로 그렸어요.

모든 컷이, 조금 전의 AKIRA 이야기처럼 "빌딩 창문 하나하나"레벨로, 레이아웃 단계에서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그걸 실력있는 미술분들에게 "이걸로 해주세요"라고 건내면 제대로 그림 그대로 올라왔어요.

그래서 제가 다시 그리는건 당연히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메트로폴리스 때는 작업 환경에 디지털이 도입되어, 최종화면 퀄리티를 촬영 단계에서 컨트롤 할 수 있단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After Effects를 배워서, 배경에 셀을 올린 다음, 화면설계 지시서를 만드는 일도 했어요.


- 그때부터 디지털이 본격적으로 도입됐군요.


쿠사모리 : After Effects로 가공 하는건, 잘 표현하기 힘들지만, 공기에 물감을 섞고 있는 듯한...공기 속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이미지로, 점점 그림을 더해나갈 수 있어서, "아 즐겁다"같은 느낌.

그때 순수하게 배경을 그리는 즐거움과 다른, 영상을 만드는 방법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느낌이에요.


- 최종화면의 완성형을 컨트롤 할 수 있는건 매력적이네요.


쿠사모리 : 맞아요. 배경 일을 시작했을 때, 미술감독이 되면 내 생각대로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미술감독이 되니, 촬영도 하지 않으면 최종적인 화면에서 하고 싶은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현재는 그 발상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가요?


쿠사모리 : 역시 촬영은 촬영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낫죠.

어디까지나 제 일은 배경의 완성형을 제대로 만드는게 베스트.

그 다음은 누가 어떻게 가공하든 괜찮지 않나. 내 일은 여기까지다...하고, 그 후에 참여한 이노센스에서 깨닫게 됐어요.

왜나하면 촬영은 올라온 소재를 컨트롤하는, 즉 1을 2로 하거나 3으로 하는 일.

그렇지만 배경은 0을 1로 만드는 일이라서, 다른 매력이 있죠.

그리고 0을 1로 하는게 저에게 있어 더 즐거웠어요.


키무라 : 과연. 촬영까지 참여하고 싶은 욕구는 나도 잘 알아.

촬영이 들어가면서 그림의 분위기가 변해 버리는 일이 많은건 사실이니까.

다만, 그 나쁜 면만 보면 "더 이렇게 하고 싶다"라 생각되지만, 반대로 잘 만들어주는 일도 많으니까.

그리고 역시 나는 오랫동안 제작사 안의 미술부문이 아니라, 배경 전문회사 사람으로서 일해왔기 때문에 "미술 일은 여기까지야"라는 감각이 강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 해도 작품 세계를 토탈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해 본적 있고, 시도 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좌절...이라고 하면 호들갑이지만, 배경만을 그릴때와는 다른 고생도 있어서...

뭐, 즉 조금 어른이 되어 생각도 바뀌고, 지금에 다다른 느낌입니다(웃음).


-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 두분 다 미술을 고집하고 계시군요.


쿠사모리 : 덧붙여서, 내가 0부터 만드는게 즐겁다고 생각한 계기는, 키무라 상의 그림이 계기였어요.

작년, 카나자와에서 같이 배경미술전을 봤잖아요?


키무라 : 갔지.


쿠사모리 : 그 기획전에서 철콘근크리트의 키무라 상의 그림을 보고 "아 역시 이거지"하며 재확인한거에요.

이게 애니일을 하면서 제일 즐거운 부분이지 하고.


키무라 : 눈 앞에 그려진 미술의 진품이 있다. 그런 장점이 있는거지.

다만 아쉽게도 이제 그걸 하지 못하게 됐어. 종이 한장으로 그려진 그림을 올릴 수 없어.

쓸쓸하지만, 벌써 몇십년째 그런 일을 못했으니. 쿠사모리 상도 그럴거라 생각하는데.


쿠사모리 : 그리는 것도 디지털툴이고, 저 같은 경우 3DCG로 배경을 만드는 일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애니메이터가 되는걸 포기하게 된 계기인 "그림이 살아있지 않다"란 말을 지금, 제가 미술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되버렸어요.

3DCG로 만든 그린 그림은 살아있지 않아요. 아무리 세밀한 디테일에, 언뜻 보기에는 굉장해보여도, "기계가 그린거 아니야?"란 소리가 마음 속 어딘가에서 들려와요.

키무라 상의 그림은 역시 살아있어요. 그래서 현재는 그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어요.

실제 붓과 종이로 그리고 싶어요.

어떻게든 그걸, 현재 애니 업계 속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성 AI 문제도 있잖아요.


- 현재 핫한 이슈지요.


쿠사모리 : 배경 앵글을 세세하게 맞추는건 조금 힘들어보이지만, 저건 이제 미술보드까지는 끝낼 수 있는 기술로 진보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앵글을 맞추는 대응도 진행되어 가겠죠. 자칫하면 1년이나 2년만에 거기까지 갈 것 같아요.

애니 "배경미술"이란 일의 종말이 시작되는거죠.

거기에 맞춰 살아남을 수 있는건 키무라 상의 독특한 그림 같은 것 뿐.

설명하자면, 디지털 툴을 구사하고 있다 해도 아날로그에 제대로 뿌리를 두고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을 디지털에 둔 그림은 생성AI와의 경쟁에서 지고, 이윽고 흡수되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키무라 상과 같은 그림을 어떻게든 그리고 싶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키무라 : 나 스스로는 그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쓴웃음).

그렇지만 디지털이 진보할때 한번, 전통적인 그림이 도태된단건 이미 오래전,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나온 이야기였죠.

아마 몇십년 후면, 쿠사모리 상처럼 "그린다"는 매력을 재인식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가 분명 올거에요.

다만 그때는 이미, 현재의 그림쟁이는 한번 전부 없어졌을거에요. 멸망 후에 재인식하는 흐름이 오겠죠.


쿠사모리 : 잃어버린 다음 깨닫는다는건가요....


키무라 : 작년, 니조 상이 돌아가신 것만으로도 충격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코바야시 상도 돌아가셨고, 그런 식으로 우리가 봐왔던 시대와 달라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 해도 지금의 애니도 옛날과 비교하면 좋아진 부분도 있고, 너무 비관하는 것도 좋지 않지요.





쿠사모리 : 그렇죠. 제 일은 크게 자랑할만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키무라 신지의) 해수의 아이는 보는게 좋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저런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곤란해요.


키무라 : 하하하 고마워. 해수의 아이는 코니시 켄이치 상이라는 천재적인 애니메이터가 현장을 이끌어주신거죠.

이가라시 다이스케 상의 원작만화 그림이 훌륭하고, 게다가 어떻게든 거기에 가까워지고 싶다는 기분이 있어서,

지금봐도 "내 손이 어떻게 저걸 그린거지"하고 조금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저렇게 뛰어난걸 접할 수 있는 기획은 흔치 않아.

몇십년에 한번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다음에 그런 작품과 만나는걸 기대하며 앞으로도 일을 해나가고 싶고, 지금의 사람들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공지 애니메이션 관련 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113/26] 운영자 17.01.20 38575 21
4588178 근데돌아서 이것들로뭐하는지모름 [1] 지지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4 12 0
4588177 명성 3.5넘게된캐릭들 다 이스친즈부터 차원회랑까지돌리는중 지지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3 8 0
4588176 눈뜬뒤로 계속던파했음 지지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2 7 0
4588175 갤셔터가 벌써 내려가다니 따스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1 5 0
4588174 담배 4미리도 머 별차이업네 따스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5 10 0
4588173 가터벨트 체고야 [1] 두드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4 0
4588172 오늘자 내여친 [1]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2 0
4588171 겜할게 노뮤 많음 [2] 따스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1 0
4588170 겨밑살 좋구먼 [3] Sole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1 0
4588169 이건ㄹㅇ가보고싶네 [2] 여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0 0
4588168 또 디시 느려지노 두드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3 0
4588167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4]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9 0
4588166 금투세시행하노 [2] 여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1 0
4588165 소고기 먹고온 [2] 이하나삼다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5 0
4588164 디선족의 공격은 가장 방심했을때 들어온다 [2]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9 0
4588163 슨텔라블레이드 배드 엔딩 봣다 [2] 두드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0 0
4588162 애갤러스야 또 개쳐망한 거니? [2] Sole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4 0
4588161 더블오는 본체만 있는 게 이쁘긴 하다 [2] Sole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4 0
4588160 오늘도 카즈사의 여친무브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2 0
4588159 살려다오 [4] 세타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4 0
4588158 운지북딱슨 [2] 따스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5 0
4588157 쥰스이 [1] ㅇㅇㅇ(121.135) 05.02 32 0
4588156 오늘의목욕물은 오렌지향 [3] 콘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7 0
4588155 낮잠을 3시간은잤군 [1] 지지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4 0
4588154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청년수당을 신설해야함 여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1 0
4588153 아키하바라에 저녁 늦게까지 여는 오덕샵? [5] ㅇㅇ(126.133) 05.02 49 0
4588152 30키로 벤치프레스 80회 완료 [4] 지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6 0
4588151 팬박스 결제 팅기니까 바로 해지되네 이하나삼다섯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8 0
4588150 버스에서 무협지 보다가 우는 사람 [2] 딱순이(223.39) 05.02 31 0
4588149 전3목록 쇼쿠호 미사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0 0
4588148 왜 전업주부 마누라한테 잡혀사는거임? [2] 김창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8 0
4588147 요즘 이 음료수 맛있음 [1] 지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9 0
4588146 이 글 보니까 닥터유 생각나노 [3] 따스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7 0
4588145 진짜 시발 짤하나로 충전 쫙되네 ㅋㅋㅋㅋ [4]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55 0
4588144 버스에서 늘그니가 존나꼬라보네 [5] 김혜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6 0
4588143 쇼쿠호햄 돌아오십쇼 [2]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9 0
4588142 콜라보 캐릭 참 잘 뽑는 집 [5] 쇼쿠호 미사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8 0
4588141 강남3구 고등학생들이 선정한 미래의 직업 1순위 ㅇㅇㅇ(121.135) 05.02 32 0
4588140 너의이름은 성지 [2] 세타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5 0
4588139 번개퇴근 두드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4 0
4588138 오시노코 전시전 [2] 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39 0
4588137 kfc 먹었어 [3] 지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1 0
4588136 오늘부터 제 아버지 되시는 분임 [5] 김혜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4 0
4588135 빵댕이를 그냥 [1]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5 0
4588134 뉴진스 굿즈 샀음 [5] 나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5 0
4588133 성우 라디오 속사정 4화 개짜치네 [1] ls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3 0
4588132 오늘은 버거킹을 먹어야겠어 [1] 지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28 0
4588131 퇴근시켜달라 종근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18 0
4588130 밥먹으러 왔는데 나만 혼밥이고 나머지 다 커플이네 [10] 김혜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2 4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