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애니메이션과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오구로 : 한편 아니메 붐때 "풀 애니메이션"이 몇번이나 화제가 됐지.

먼저 산리오가 풀애니메이션 지향 작품으로서 별의 오르페우스, 시리우스의 전설, 요정 플로렌스를 제작했어.

그 후 우리들에게 트라우마가 된 불새 2772 사랑의 코스모존이 공개되고...

하라구치 : 2772는 그야말로 트라우마지.

오구로 : 테츠카 오사무 상이 오오츠카 야스오 상한테 "당신들이 만든 칼리오스트로의 성은 3콤마 작화라고 들었습니다만, 내가 만든 불새 2772는 2콤마 작화니까요"라고 한거에요.

주) 위의 에피소드는 오오츠카 야스오 저작 작화 땀투성이에 적혀있다.

다만, 데즈카 오사무는 칼리오스트로를 작품으로서 마음에 들어한 듯 하다.

별책·기상천외 SF 아니메 대전집의 오노 고세이와의 대담에서는 칼리오스트로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남겼다.

(전원 웃음)

오구로 : "이런 애니로 만족하고 있나? 내가 진정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마" 같은 말투로서, 맛의 달인의 야마오카 시로같지.

하라구치 : 궁극의 애니와는 정반대인 애니지.

오구로 : 아니메붐 시절에 나온 리본의 기사의 무크에서 테즈카 상이 취재를 받았는데,

그 기사 속에서 "현재의 아니메는 심각하다. 진짜 애니메이션을 아무도 모른다. 잊어버렸다."라 말하고 있어.

여기서 문제로 삼은건 움직임이 아니라 장르와 소재인데, 리본의 기사 책인데도 "리본의 기사도 사실 애니메이션이 아니다"라 말하고 있어.

이 부분이 역사에서 재밌는 부분인거 같아.

일제 리미티드로 "아니메"를 시작한게 테즈카 상 자신이긴 하지만, 리미티드로 하는 것도, 여러 소재가 애니로 만들어지는 것도 납득하지 않고 있어.

이야기를 풀애니로 되돌리자면, 불새 2772 코스모존은 풀 애니로 볼 수 없고, 영상으로서는 안타까운 결과였어.

하지만 그 전후에 만들어진 용의 아이 타로는 꽤 풀애니지. 전부 2콤마는 아닌거 같지만.

지구로...(1980년)도 그렇지. 2콤마 작화 베이스로 되어 있지.

그러니 그때 약간의 풀애니 붐이 있었어.

그 중에서도 테즈카 상은 풀애니인가 아닌가를 고집했어.

그 당시 풀애니라는 말로 우리를 농락한건 테즈카 오사무 상과 오오츠카 야스오 상이야.

하라구치 : 그 말대로야.

오구로 : 다른 사람한테 들은 말이지만, 21세기가 됐을때 오오츠카 상이 "요즘, 풀애니라는 말을 하는 녀석은 낡았네"라 말했단거 같아.

그러니 쭉 풀애니를 고집했던건 아닌거 같아.

하라구치 : 풀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은 원래 1950년대에 미국의 UPA라는 회사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시작됐어요.

그것과 반대로, 디즈니풍의 덧셈으로 된 움직임은 풀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원래 그런 단어는 없었고, 디즈니에서 애니를 만들던 사람에게 있어도 그런 의식은 없었어요.

그냥 애니메이션이였어요.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테즈카 상한테 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해석으로 일본에 퍼트린거지.

미국에서 태어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움직일때는 풀애니메이션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움직임 방식을 했고, 움직이지 않을때는 전혀 움직이지 않거나, 색을 빼거나 배경을 빼서 어떠한 표현을 부각시키는 적극적인 표현방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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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느쪽이냐 하면, 리얼리즘에 대한 도전이었어요.

타카하타 상이 즐겨쓴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란 말이 있는데, 디즈니의 백설공주부터, 당시 나온걸 말하자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정도까지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라고.

애니 영상으로 현실을 상상할 수 있는, 실감있는 움직임을 관찰에 의해 제대로 만들어나가는게 "자연주의적 리얼리즘".

그에 비해, 반대로 그런 물리적 해부학적 어프로치를 리셋해 새로운 표현법을 만드려고 한 마음가짐이 "UPA의 리미티드 애니" 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TV가 점점 보급되어, 극장에 관객이 줄어든 시대였고

UPA의 리미티드 애니를 본 경영자들이 그 붐을 타서 작품을 만든 결과, 점점 형해화形骸化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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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의 조류를 본 테즈카 상이 만든 어느 골목 이야기는 당연히 디즈니풍의 풀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어느 골목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줌으로서 "디즈니의 풀애니메이션은 이미 낡았어요. 리미티드 애니야말로 시대의 최첨단이란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란걸 표현했다.

그러니 저건 단어로서도 올바른 리미티드 애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 직후 철완아톰을 만들기 시작한 테즈카 상이, 리미티드 아니메라는 말을 아톰한테도 쓰게 됐다.

본래의 리미티드 애니와 어느 골목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아톰에다 말이지.

타카하시 : 그런 단계가 있었구나.

하라구치 :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말로 설명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어느 거리 이야기"와 "철완 아톰"은 비슷하게 힘을 뺀 애니라고 오해하게 됐는데, 이건 전혀 다른거야.

애초에 철완 아톰이 힘뺀 애니인가 란 부분에서도 또 다른 논의가 있지만, 적어도 풀애니메이션을 신봉한 테즈카 상 입장에서 보면 철완 아톰은 힘을 뺀거야.

표현을 생략한 대신에 이야기를 재밌게 해나가는 방향으로 만들었다.

점점 생략하며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다 라는 오해가 생기며, 그 개념을 불새 2772 정도까지 끌고 갔다.

테즈카 상의 마음속에서는, 불새 2772때 아무튼 매수를 추가해나가면서 "이것이야말로 풀애니메이션"이라 생각했겠지.

그렇지만 완성된건, 확실히 매수를 많이 썼지만, 완급이 없다고 할까.

오구로 : 뭐, 나카와리가 많았으니까.

하라구치 : 왜 그렇게 됐냐하면 "세세하고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이야 말로 풀애니메이션"이란 오해가 바탕으로 있었다고 생각해.

타카하시 : 매우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라구치 : 오구로 군도 그랬을지 모르지만, 나도 고등학생때부터 대학생까지 "애니메이션 입문"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사"를 읽었어.

그리고 테즈카 상이 여기저기서 말한 "올바른 애니메이션은 이런건데 일본 아니메는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란 문서를 읽어왔다.

타카하시 : 아아, 주입된거구나.

하라구치 : 주입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애니메이션에 대한 올바른 해석" 같은게 있다는걸 알게 됐어.

그렇지만 동시에 "TV에 하고있는 잘 움직이지 않는 애니도 나는 굉장히 재밌다고 느껴지는데"라 생각했어.

왜 재밌는 것의 가치를 무시하고 "움직이지 않는다=안된다"가 되는건지 의문을 느끼고 있었어.

하라구치 : 대학생때까지 나는 풀 애니메이션이 "1콤마 작화로 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어.

타카하시 : 다들 그렇게 생각했지.

하라구치 : 어느 날 디즈니조차 2콤마란걸 알고, "1초 24프레임마다 12장밖에 안쓴거잖아! 그건 풀이 아니잖아!"라 생각한거야.

그렇지만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를 쓴 리처드 윌리엄스란 사람이 있는데, "1콤마 외에는 풀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지 않아!"란 주장을 했거든요.

로버트 저메키스가 만든 로저레빗이라는 실사와 애니를 합성한 영화가 있었죠.

그 영화의 애니메이션을 리처드 윌리엄스가 그렸는데, 기본적으로 다 1콤마야. 그런 1콤마=풀애니주의자도 있는거야.

타카하시 : 과연. 복잡하네.

하라구치 : 2콤마를 쓴 작품에 대해 "너희들은 사도다"라 생각하는 풀애니메이션 신봉자도 있어.

풀애니 중에서도, 사실 엄밀한 풀애니와 그 외의 풀애니가 있기 때문에, 말하기가 힘든거야.

타카하시 : 풀애니가 1콤마인가 2콤마인가 하는 논의로 나아가면 끝이 없기 때문에, 다음 화제로 넘어갈까.

오구로 : 일본 애니 작화사로 이야기를 되돌리면, 칼리오스트로가 3콤마였던게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게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극장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패트1도 기본 3콤마인데 이건 기원이 명확해서, 키세 카즈치카 상이 "3콤마로 하고싶다"라고 오시이 상한테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야.

키세 상은 극장 작품에서도 캐릭터는 3콤마로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어.

키세 상 본인한테 물어보니 "이론은 없었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고 했어.

패트1이 개봉한 후에 애니 연출을 하는 사람들과 "잘 만들어져있지만 왜 3콤마지"라 말한 기억이 나.

하라구치 : 이 "왜 3콤마일까"라는 의문은 "돈도 있고 정성스럽게 만들 수 있다면, 2콤마로 했으면 좋을텐데"란 생각이 있었단거지.

오구로 : 맞아. 패트1이 89년이지만, 88년에 AKIRA가 있었어.

AKIRA의 그 위화감이 뭐였는가 하면, 그건 요컨대 "애니메이션"이었던거에요.

아니메를 기대하고 갔는데 애니메이션을 보여줘서 좀 놀랐어.

하라구치 : 그랬지. 내용적인게 아니라, 우선 움직임에 주목하는 부분이 오구로 군 답잖아.

오구로 : AKIRA가 대단한 작품인 것과 다른 이야기로 말이야.

AKIRA의 움직임에 관해서는 2콤마가 베이스로, 그 뿐만 아니라 인물의 움직이는 방식도 부드럽고, 클래시컬한 애니 테이스트도 들어가있잖아. 색도 애니메이션적이지 않아?

하라구치 : 아 그건 그럴지도.

타카하시 : 에? 오구로 군은 AKIRA를 본 시점에서 아니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다 란 의식이 있었어?

오구로 : 아니, 그때는 언어화를 하지 못했어. "왠지 움직임이 부드럽다"라 생각한거야

하라구치 : 립싱크도 하고 있었고.

타카하시 : 우리들이 기대한 애니와는 다른게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지.

오구로 : 맞아. 환마대전의 나카무라 타카시 상 파트같은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움직임이 부드럽고, 색도 기존의 일본 애니와 달랐어.

타카하시 : 그래서, 2024년인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오오토모 카츠히로 상도 일종의 애니메이션 지향이 아니었나 싶지.

오구로 : 그렇네. 오오토모 상이 아니메적인걸 만든 적은 별로 없어서, 미궁이야기의 공사중지 명령은 아니메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메모리즈 대포의 거리는 작가가 만든 단편애니적인 필름이지.

그렇지만 오오토모 스스로는 최취병기를 좋아했던거 같아. 저건 아니메지.

하라구치 : 최취병기는 아니메가 아니야?

오구로 : 저건 아니메지.

오오토모 상은 아니메 보는걸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가 만드는건 애니메이션이지.

스팀보이의 템포와 그 침착한 느낌도 아니메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을지도.

쇼트 피스의 화요진은 확실한 애니메이션으로, 애니 영화제에 낼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로서의 오오토모 상은 애니메이션 지향이라고 생각해.

하라구치 : 마침 같은해에 개봉한 작품이라서 묻겠는데, AKIRA의 위화감은, 반딧불이의 묘와 토토로에서는 느끼지 못했지?

오구로 : 반딧불은 위화감보다는 놀라움이 있었어. "타카하타 상이 리얼리즘을 추구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의미에서 놀라움이 있었지.

하라구치 : 토토로는?

오구로 : 토토로는 위화감도 놀라움도 없었어.

하라구치 : 그러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니메의 연장선으로서 본거구나.

타카하시 : 그 부분의 미묘함이 재밌네.

오구로 : 반딧불이의 묘의 움직임 자체는, 토에이 장편 루트로서, A프로부터 명작극장, 텔레콤을 거친 애니메이션이니까, 우리들이 알고 있는 일본 아니메의 움직임이야.

타카하시 : 과연. 재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