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6년 10월22일 오후 9시45분 대구구장 앞 주차장. 삼성과 해태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막 끝난 이 시각,한국 프로야구사에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해태의 6-5 역전승으로 끝난 이날 밤 흥분한 대구 관중 2,000여명은 좀체 야구장을 떠나지 못하고 “타도 해태”를 외치다 급기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45인승 해태선수단 버스에 불을 질렀다. 불은 삽시간에 번져 손쓸 겨를도 없이 불과 20여분 만에 대형 버스 한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대구 관중은 이후 밤 12시까지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다 경찰이 최루탄을 쏜 뒤에야 해산했다.

대구 관중이 이렇게 흥분한 직접적인 원인은 단순히 이날 역전패에 대한 울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3일 전인 19일 광주 1차전에 대한 보복성이 짙었다. 1차전에서 선동렬과 맞붙은 삼성은 3회부터 등판한 진동한의 뜻밖의 역투로 7회까지 2-0으로 앞서나갔다. 사건은 7회 종료 후 삼성 덕아웃 앞에서 일어났다. 막 투구를 마친 진동한은 이마의 땀을 훔치려고 모자를 벗는 순간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덕아웃 위편에 있던 한 술취한 관중이 소주병으로 진동한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결국 8회부터 김시진으로 투수를 교체한 삼성은 11회 연장접전 끝에 3-4로 역전패했다.

이같은 사실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 보도되자 삼성팬들은 해태가 대구에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대구시민들은 3차전에서 해태에 보복을 가하기 위해 조직적인 모임을 갖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진동한(장충고 감독)은 “기억하기 싫은 순간이다. 아마 1차전에서 이겼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한은 그때 풀렸을 것”이라고 아직도 아쉬워했다.

그러나 대구와 광주팬들의 앙금은 그때의 시대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80년대 해태팬들은 갖가지 울분을 야구를 통해 해소하려 했고,삼성팬들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갖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만큼 80년대 중반 양팀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했다.

대구팬들의 해태선수단 버스 방화사건은 정치권에도 큰 반향을 몰고와 청와대에서 직접 ‘대구구장에서는 경기를 하지 말든가 관중 없이 치르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당시 서종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적극 중재로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거 맥심에서도 읽었었는데 좀 짱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