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은　스타벅스 커피를 4000만잔 마셨다. 일 평균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고객만 10만명. 국민(4800만명) 한 명당 거의 한 잔　가까이　마신　셈.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라경제가　거덜나고　있지만　라면을　먹어도　폼은　잡아야　하는　한국인의　허위의식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금융위기를　겪는　나라는　예외없이　스타벅스　매장이　많다는　해외언론의　지적대로　허황된　된장녀의　소비행태가　한치앞을　못내다보는　경제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이면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지도 벌써 10년 째다. 된장녀의 상징으로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지만 여전히 ‘커피 천국’ 한국에서의 1위는 스타벅스다. 삼각김밥으로 세끼를 때우더라도 커피는 스타벅스를 마셔야 한다는 가치 소비가 불황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에선 스타벅스의 매출 부진을 경기 침체의 징후로 본다. 그러나　한국의　스타벅스는　경제성장력　감퇴,　취업난　등　불황 속에서도 건재하다. 되려 매장수는 늘었고 매출 상승폭은 커졌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3500만잔을 팔았다. 그중 아메리카노가 830만잔으로 가장 많았고 카페라떼가 720만잔, 카라멜 마끼아또가 400만잔으로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아메리카노가　많이　팔린　것은　소비취향의　변화라기　보다,　스타벅스를　이용하긴　하면서도　카페라테　등의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된장녀　소비속　불황’이라는　것.　　

점포수도 올해만 43개를 추가해 총 276호점까지 늘렸다.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내년에도 50개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금융위기와의 관련설에 한국이 오르내린 이유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경제 칼럼니스트 대니얼 그로스는 지난 10월 칼럼을 통해 금융위기가 나타나는 지역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많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영국과 스페인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반면 금융위기와는 거리가 먼 이탈리아나 스웨덴 핀란드 같은 나라엔 스타벅스 매장이 아예 없다. 그로스는 이를 스타벅스의 존재가 미국식 소비지향적 자본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업 위주로 재편된 영미식 자본주의의 침투 수준이 스타벅스의 성패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한국에 상륙한 스타벅스 1호점은 이화여대 앞에 세워졌다. 유행에 민감하고 가치 소비 지향적인 젊은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려 한 것이다. 결국 소비 지향적인 미국식 소비 행태가 고급 브랜드라는 스토리를 입으면서 한국 스타벅스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스타벅스는 오픈 이듬해인 2000년 10호점을 열고 86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스타벅스의 깃발을 꽂은 지 10년 째가 되는 내년에는 300호점을 돌파하고 매출도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불황에도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저변으로 확대된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hi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