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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배반. 비압. 비오는압구정.

비관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2.26 01:20:24
조회 40 추천 0 댓글 4


가장 자문을 구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 비압인데

이렇게 해놓으면 혹시라도 찾아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써놨어. 그럼 일단은 눈 앞에 있는 알갤러들에게 물어볼게.








그래. 이율배반.


눈동자를 굴려보니 난데없이 내가 기로에 서있지 뭐겠어.


 

 

현재 내가 기로에 서게 된 원흉(이하 B)



이 B는 내게 날개를 달아주어 도약의 시발점이 될 수도.


천근만근 족쇄가 되어 영원히 날 속박하게 될 수도 있어.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B의(정확히 인격체라고는 할 수 없어) 제안을 따르면


나는 약 1년 가량의 시간을 취할 수 있게 돼.



그러니까 수명이 1년 연장된다거나 혹은 1년 전으로 되돌아 간다거나 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모든 것이 1년 동안 정지된 상태에서 나에게만 자유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어.

 

...


B의 정체를 감추고서 그것을 묘사하려니 이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힘들 것 같아.

 



수치상으로는 B의 가치는 단순한 365일에 지나지 않지만


나비의 날개짓 마냥 그 1년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켜


나에게 비약적인 상승곡선을 그릴 기회를 선사해 줄 수도 있어.

 



다시 말해 그 나비의 날개짓이 만들어 낸 돌풍이


나에겐 근두운이 될 수도 있다는거지.

 

꽤 솔깃한 제안이지?

 



헌데 난 이 제안을 쉽사리 승낙할 수가 없어.


그거 있잖아 왜. 약자에게만 존나게 준엄한 등가교환.

 



앞서 말한건 B의 제안이 나에게 날개가 되어 줄 경우이고.


지금 부터는 족쇄가 될 경우야.

 



나는 볼품없이 헤진 짚신 하나 신고서


암벽등반을 했었고, 하고 있는 중이야.


앞으로도 하게 되겠지.

 



이따위 망나니 짓을 가능케 하는건 역설스럽게도


거추장스런 등반장비 없이 짚신 한 켤레만 신고 있는


홀가분한 몸이기 때문인 것 같아.

 

 


하지만 이 고행 덕분에 내 사상의 기저가 되는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행운으로 여기기도 해.

 


문제는 그 B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나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었던


그것이 알량한 합리화 쯤으로 변모될 수도 있다는거야.

 



절대다수의 네온사인들은


이 리스크를 인식할 수 없고, 또 현재로서는 인식할 필요도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테지만


몇몇의. 또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두려운 일이거든.

 


하나 더.

 


내가 B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이번엔


B가 역으로 승낙을 해주어야만 해.


당연히 B에게는 그것을 거절할 권리가 있어.



하하...우습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B는 원래 그런 것인 걸.


또 하나.




B가 내 의사를 거절한다해도


승낙을 받았을 경우와 동등한 리스크를 지니게 돼.




그러니까 내가 B와의 교섭을 시도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성립,결렬 여부와 관계 없이 나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이 족쇄의 무게는 지금까지 충분히 설명했으니


구태여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겠지?

 

 


자...너희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니?


B의 제안.


어쩔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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