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생각하는 것은 강박적입니다. 서로 마주하지 않아도 수시로 상대방의 얼굴이 떠오르며 목소리가 들립니다. 떠오르는 생각은 억제가 불가능해서 그냥 아무 때나 나타납니다. 이는 강박장애에서 나타나는 침투적 사고와 동일합니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세로토닌이 감소해 있는데, 강박장애에서도 나타나는 소견입니다. 또 미칠 정도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 보면, 강박장애 환자들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앞띠이랑이나 꼬리핵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상사병은 강박장애뿐만 아니라 조증과 우울증이 교대로 반복되는 조울병과 비슷한 면도 많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하늘을 나는 듯하지만, 사랑이 좌절되면 심한 절망감으로 모든 희망을 잃게 됩니다. 식욕도 없어 밥도 못 먹고, 잠도 자지 못하며,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조울병 혹은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됩니다.

현대 의학 체계에서 보면 상사병은 강박장애, 조울병, 우울증 등의 범주에 속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런 정신 질환과 동일한 범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상사병은 한 번 앓고 나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만 강박장애나 조울병을 앓는다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강박장애, 조울병, 우울증은 모두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