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난 최악의 예비군이었지.  동네에서 하는 향방작계니.. 수도권 인근 동원사단으로 가는 것..
또  대학교 내에서 하는 크고 작 은 이름 모를 예비군 훈련을 한번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업ㅂ음을 고백하지
아니할 수 없어. ;;

동원사단에서 하는 하루짜리 예비군 훈련 나갈 때면 늘 전달 술 퍼먹고 당일날은 가서 늘어지게 잤지. 
물론 다들 야비군 훈련은 건성으로 받고 졸곤 하지만 난  좀 심했어.  아예 대놓고 뻗어서 잤어.
교관들이랑 안내병들이  제발 누워서만 자지 말라고 울부짖어도 그냥 무시했지. 다른 예비군들은 사병데리고 까불까불
장난치고 놀기도 하지만,...난 뭐 그냥 자는거야. 현역 때도 말년에 틈만 나면 잤어...

동네에서 하는 예비군 훈련은 정말 국가에  미안할 정도야...

한강으로 빠지는 훈련 때면 행렬 도중 슬그머니 빠지는 불량 예비군 부류 중의 하나 였는데
좀 얌전한 뺀질이 들은 차에서 숨어서 자거나 어디서 조용히 담배피고 놀다 오지만 그럴 수 있나?

동네 치킨집에서 총 일렬로 거치해놓고 술 퍼마시곤 했지. 다른 손님들이 왔다가 놀라더군... 재집결 장소인
초등학교로 복귀할때도   "보람찬 하루 일을~ " 노래부르고 와서 동대장님의 거룩한 훈시를 무시하고 "돌격 ! 앞으로"
외치면서 술꼬장 부리기 일쑤였지.;; 요즘 같으면 인터넷 동영상에 찍히거나 엽기갤러리에 올라올텐데...

동네 초등학교에서 하는 향방작계의 메카니즘은 이거야.
동대장은 어차피 놀 놈은 놀 것이고 동네 까부는 놈들의  블랙리스트를 대충 파악하고 있으니  사고만 치지 말라 이거거든.
예컨데 폭행사건이나 뭐 이런걸로 관할사단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의외로 사고는 이런 애들이 안치고..
엉뚱한 놈들이 꼭 치거든. 원래 그렇잖아.

한번은 이런 기억이 있어. 추운 겨울날 우리는 가볍게 대열을 이탈해서  당연하다는 듯 즐겁게 술집으로 향하는데 
그래도 나머지  90% 이상의 동네 예비군들이  한강으로 대열을 맞춰 씩씩하게 가더라.  참 존경스럽더라.
순간 가슴이 뭉클했어. 

" FM 훈련받는 너희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즐거운 시간을 누린다. 너희들마저  술퍼마시고 놀면 모두의 자유는 박탈당하는것 아니냐..너희들 정말 고맙다. 고생해라" 하는 이런  묘한 기분이 들더라.

물론 "너희는 조국을 지켜라.. 우리는 술집을 지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한다"하는 마음도 좀 있었지만 ...

이제는 민방위지만 정말 오랜만에 동창이나 전우 만나는 예비군 훈련은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