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군발이들 휴가 나오면 다 신촌이나 종로로 많이 놀러가잖아..물론 여자 구경하러 많이 가겠지만
거의 메카였지. 미필 때는 몰랐는데 휴가 군발이들은 서로 잘 알아보게 되더라구.
 햇볕에 그을린 피부니..짧은 머리.. 방수시계..어딘가 좀 어눌한 옷차림.. 그리고 문득문득 보이는 개목걸이.. ㅋㅋ

90년대 중반 여름 쯤 기억이야...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마치 학교 후배를 만나려고 기다리던 때야..
전역한지 얼마 안된 때라 그런지 아직도 화점앞에서 휴가 나온 사복 군발이들을 한눈에 알아보겠더군.  특히 짬없는 애들은 머리도 짧고 왠지 어리버리 하잖아. 참 불쌍한 놈들..하면서 군시절 감상에 젖어 있는데.. 아놔..어디서 이상한 놈이 툭 튀어나와서 까불까불한 휴가군발이들 구석탱이로 끌고가 죠낸 이름 적고 훈시하는거야. 나이도 고만한 녀석이라 같은 사병인듯한 느낌을 받았어. 병장이나 뭐 그정도..

예를 들어 이런거야.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약속을 기다리는 휴가병들이 담배를 피고 뭐 침을 뱉거나 하면 갑자기 머리스포츠형- 그래도 군발이로 보임-이 잠깐 보자면서 한쪽으로 데려가 허리춤에 찬 신분증 (헌병인지 뭔지 몰겠지만) 보여주고 애들 군기를 잡는거야.  심지어 애들 개목걸이를 잡고 흔들면서 " 너 군인 맞냐" 는 식으로 갈구는데 짬 없는 휴가병들은 기고만장 사회에 나왔다가 그야말로 캐망신 당하는거지. 

그 새퀴가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지만 이쯤되면 그 광경을 지켜보면 나의 피가 서서히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들리더라구.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휴가군인이 민간인들 앞에서 저렇게 캐망신 당할 수 없다!는 게 내신념이야.  무슨 큰 죽을 죄를 진것도 아니고..그 고생하다가 휴가 나왓는데 들뜬 기분에 담배 꼬나물고 침뱉고 뭐 이런 일로 그렇게 망신을 당해?

당한 애들은 서로 군대 동기나 되는 애들끼리 나와서 기분 좋다가 졸지에 얼굴 파랗게 질리고 진짜 불쌍해보이더라구. 한번이 아니라 그 새퀴가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 여러번 애들 괴롭히니까 정의감이 투철한 난 도저히 못참고 곧바로 응징에 착수했어.

제대한지도 몇개월 안되지만 마침 내가 운동권 선배 개꼬심에 넘어가 복학하자 마자 학교에서 삭발을 한 후  머리가 자라던터라  어떻게 보면 휴가 군발이로 보였어. 앳되 보이기도 하고 원래 옷차림  신경 안쓰는 스타일이라서 더욱 더.. 마침 당도한 후배가 좀 터미네이터 스타일인데 그 놈 두터운  방수시계 빌려차고 작전(?)을 짠거지.

마치 짬없는 군발이 휴가 나온 것 처럼 야간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 캬악 침을 뱉고 담배 꽁쳐 아무데다 버리고 연기를 했지. 혼자서 " 김병장 그 10새퀴 언제 나오는거야" 식의  욕지거리도 하면서. 곧 한쪽 구석에서 늑대같은 그 새퀴가 나타나는거야. 그러면서 내 주위에 빙빙 돌면서 내가 휴가병인지 판단을 못내리는것 같더라구. 뭔가 실적은 올리고 싶은 눈치구.
그러더니 한참 망설이다가 드뎌 "어이! 아저씨 잠깐 봅시다" 하면서 날 불러.. 내가 벌떡 일어나 예?  하면서 두려움에 떤 눈빛을 보이니 그 새퀴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더 확신이 드나봐.  이 새퀴 드디어  죠낸 낚인거지....

백화점 옆 한쪽으로 데려고 가더니 "당신 휴가 나왔지..군인이 이래도 되는거야!"  예의 그  훈시가 시작할 때 

갑자기 고개를 들고 어리버리한 나의 눈은 유시민 100 토론 눈빛모드  변하면서 주먹을 들고
"이런 씨박 ㅅㄲ가 있나" 라고 고함을 질렀지!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 보는데  아! 그 새퀴의 그 황당한 표정.. 낄낄

" 너 내가 지금 군발이로 보이냐 응!"  그때 마치 터미네이터 후배가 막 뛰어오더니 "형 이게 무슨일이야!", "지금 이 군발이 녀석이 민간인 탄압한다.".. 후배녀석도 그 새퀴한테 "당신 뭐야! 군인이야!  소속어디야!" 짐짓 캐훗카시..후배놈이 나보다 5년은 더 늙어보여.

그 녀석이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죄송합니다"하면서 슬금슬금 빼더군.  "죄송하면 다야. 어디가 .경찰서로 좀 같이 가자"고 팔을 잡았더니.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졌어.

그래서 90년 중반 어느 주말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는 휴가 군발이들의 평화가  찾아왔지. ㅋㅋ

전역한지 얼마 안되서 한참 겁없이 팔팔하고  장난끼 많던 시절이라서 그런 장난도 많이 쳤던 것 같아. 지금은 그렇게 못하겠더라고. ㅎㅎ

당시 신촌은 휴가 군발이들의 메카였어. 서울시내 휴가군발이들은 다 신촌으로 기어나오고. 지금도 그럴듯 싶은데. 하도 풍기문란한 휴가군발이 들이 많으니 단속 나온 사복헌병이나 뭐 그런 애들 아닌가고 싶고.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하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