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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글 보면서 좀 많이 안타까워서 글 남깁니다.

가네심미(14.52) 2012.01.01 22:34:51
조회 464 추천 0 댓글 23


"바둑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라거나, "요즘 애들이 바둑을 안둬서 큰 문제다" 라거나. 뭐 이런류의 "바둑위기론" 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는데. 이 기회에 정리해보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바둑위기론" 이 일종의 허상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관대하게 접근해도 요점을 잘못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의 인기가 시들하고 바둑 두는 사람도 많이 줄었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런 부분이 아니에요. 이 문제를 일단 제대로 파악부터 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그런 노력도 제대로 안하면서 애매하고 높은 목표만 새워놓고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어, 그러니까 바둑은 위기야. 이렇게 말하는게 문제죠. 사람들 겁박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슨 뜻이냐면요. 일반적인 바둑 팬들에게 "바둑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물어봤을 때 나오는 대답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바램이라는 게 굉장히 모호한 성격을 가져요. 이건 딱히 사람들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원래 그런 건데, 다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 한 적이 없거든요. 아무튼, 이 바램들은 보통 "더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뒀으면 좋겠다" 같은 사소한 소망부터 "우리나라가 영원히 바둑 최강국에 군림하면서 바둑의 위상이 전세계 수억명이 두는 체스만큼 높아져야 한다" 같은 이기적인 생각까지 스팩트럼이 넓습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소망들을 동시에 이룰 방법이 있나요? 당연히 그런 건 없거든요. 정말 아주 사소한 목표를 하나 잡아도 이루기 어려운 게 보급이라는 건데, 터무니 없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꿈이나 꾸면서 바둑은 위기야. 바둑은 위기야. 이런 식으로 나오니 될 일도 안되는 겁니다. 바둑 인구를 늘리는 것과 바둑에서 한국이 최강국으로 군림하는 건 가까우면서도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국 기사들이 국제 무대에서 주춤할 때 "이건 요즘 애들이 바둑에 관심을 안가지는게 문제야" 라는 건 논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행위에요.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의 바둑계가 조훈현 9단이 세계정복할 때보다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한국바둑리그가 생기면서 기사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바둑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고 아직 다양한 타이틀전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죠. 즉, 목표는 여기서부터 세워야됩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한국 바둑의 토대가 "프로기사가 바둑으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 으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전히 애매하긴 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죠. 기준을 세우고 바둑팬 한명 한명이 (이 글을 보는 당신!) 자기 주변부터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고 바둑을 알려나가야 합니다. 밑에 글을 쓰신 분 말처럼 바둑을 배우기 쉽게 튜토리얼 같은 시스템을 만드는 각 바둑 사이트의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고요. 이런 사소한 밑바닥에서 부터의 노력이 바둑을 지탱하는 원동력인데, "바둑위기론" 을 주장하면서 창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도 못할 목표에 좌절한 주제에 그 책임을 타인에게 돌려버리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건 여담인데요. 바둑이라는 게임이 화려한 컴퓨터 게임들에 비해 요즘 아이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접근성이 없다, 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만 동의합니다. 두 게임은 서로 속성이 다르거든요. 화려한 만큼 수명이 짧은 게임도 있고 단순하지만 수명이 긴 게임도 있는데. 바둑이나 체스는 후자죠. 이런 종류의 게임들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게임인 만큼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요. 100년 뒤에도 체스는 수억명이 둘거고, 바둑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둘겁니다. 물론 바둑이 지금보다 축소될지, 확대될지. 그건 알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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