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형이 있습니다. 저보다 2살이 많은 형이죠. 

바둑을 정말로 좋아하던 형이었습니다. 고려대 바둑대회를 우승하기도 했고요.

이 형은 만 10살때 급성 류마티즈로 걷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류마티즈 치료를 하면서 얻게된 신장병으로 일주일에 3번은 투석을 해야했죠.

그렇게 병원생활을 하면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던 그 형에게 바둑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성실하고 똑똑했던 그 형은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에 모두 합격하게 됩니다.

그 후 인공관절 수술을 받게 되었고, 2년의 재활 후 이 형은 10년만에 걸을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대학은 합격 2년 후부터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형과 저는 둘다 물리학과 수학을 복수전공 했던지라, 같은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옆에서 보던 이 형은 정말로 성실했습니다.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하러 가면서도 어찌 그렇게 성실히 공부할 수 있는지..

재미있는 것은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이 형도 바둑의 재미에는 어찌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형이 어느날 앰뷸런스에 실려가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신장이 좋지 않아서 절대로 무리하면 안되는데, 잠 안자고 바둑 두다가 쓰러져서....-_-;;;

이 형은 아쉽게도 신장병이 악화되어 만 30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 형이 바둑을 좋아했다는게 기억나 오늘 그 형의 아이디로 검색해봤습니다.

5~6단을 왔다갔다 하더군요. 가끔 7단도 가고 4단도 가고요.

전적을 보니 마지막에 10연승을 했네요.

꾸준히 하루에 1~3판씩 두다가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 2달 정도 쉬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 한판을 둬서 10연승을 채웠네요.

그 마지막 기보를 보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환히 웃으면 말하던 그 형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