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번과 백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흑번하면 역시 슈사쿠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35포석과 날일자 걸침에 대한 마늘모는 다들 아실겁니다.

어성기의 승패를 묻는 질문에 흑번이었다고 답한 일화 역시 유명합니다.

도사쿠 또한 흑번으로는 전승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성기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거 같기도 하고)

덤이 없는 시대이다 보니 흑이 가지는 유리함의 위력은 더욱 컸겠지요.

오청원 선생은 치수고치기에서 패배한 적이 없지만 흑번과 백번에서의 승률은 다소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역시 덤이 없는 바둑이기에..

- 오청원 치수고치기 기록

10번기 통산전적(승률) 67승32패6빅(63.81%)

10번기 흑번전적(승률) 30승5패(85.71%)

10번기 백번전적(승률) 37승27패6빅(52.86%)

어차피 치수고치기는 4판 차이만 만들면 승리하는 시스템인지라, 

흑번일 때 무조건 이기고 백번으로는 한 판 정도만 가져와도 상당히 유리해졌습니다.

사카다 또한 10번기에서 흑번일 경우에만 지지 않는다면 치수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부담이 되었는지 치수는 선상선에서 정선으로 고쳐지게 되지요)

이렇게 흑번이 중요했던 관계로, 10번기에서의 흑번 패배는 테니스의 서브게임을 잃은 것과 같다는 비유가 있었습니다. 

백번에 관해서는 다음에 써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p.s 저도 타이젬 대국을 흑 백 기록해보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가볍게 보아주세요.

5단 흑 : 21승 10패 67.74%

      백 : 34승 22패 60.71%

6단 흑 :  8승 12패 40.00%

      백 : 10승 15패 40.00%

5단에서는 흑일 경우 약간 더 승률이 좋군요. 유의미한 차이는 아닌 듯..

(근데 왜 백번 대국수가 흑번보다 저렇게 많지.. 타이젬 돌가리기 확률은 50:50이 아닌건가)

역시 6단가서는 일관되게 못 두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