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이 늘고 있습니다.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만 해도 4집반..
일본/한국룰 상에서는 6집반이 되었고
중국에서는 7집반. 응씨룰에서의 8점도 일본식으로 따지자면 7집반입니다.

덤이 없던 시절에는 흑이 3집을 이기면 전형적인 흑승바둑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지요

슈사쿠의 마늘모가 자취를 감추고 두칸높은협공이 유행하는 등
정석 및 포석 선택에 있어서도 흑은 그 방법을 달리 해야하는 상황이 온거지요.
이렇게 초반부터 격렬하게 두어나가 차이를 벌려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자신도 모르게 조급해지는 흑을 상대로, 백번으로의 높은 승률을 자랑했던 다카가와 가쿠는 덤바둑에 상당히 강한 기사였습니다.

백번 승률이 90%에 육박하여 눈길을 끌었던 국내 기사로는 한상훈 사범이 있는데
흑번에서의 승률이 50%가 되지 않는 등의 재미있는 불균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덤을 내기 위해 초반부터 모양을 크게 구축하는 흑을 상대로
자신의 전문분야인 타개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세돌 사범 또한
백번에 강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본인도 백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중국리그에서는 아예 팀에서 라인업을 짤 때 백번 바둑에 내보내기도 했지요.

결국 흑백을 결정하는 것은 돌가리기인데요.
마지막으로 돌가리기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할까합니다.
제10회 삼성화재배 준결승.. 최철한과 뤄시허가 만났습니다.
1:1상황에서의 준결승 최종국이었기에 돌가리기를 다시 하게 됐지요.

여기서 뤄시허는 백돌 하나만을 쥐었고 최철한은 언제나 그래왔듯
흑돌 하나를 반상 위에 올립니다.
돌가리기를 맞춘 최철한의 흑번.
뤄시허가 백을 잡고 싶어 일부러 백돌 하나만을 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요.
그거야 뭐 본인만 아는 거겠지만..
어쨌든 원했던 백번이든 아니든 간에 뤄시허는 여기서 최철한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고 이창호마저 격파하며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합니다.

최철한과의 준결승 최종국 내용 또한 매우 재미있습니다.
패를 둘러싼 대형 수상전에서 삼패빅의 가능성도 나왔습니다만
뤄시허는 삼패빅을 피하고 바꿔치기를 택하면서 승리를 거두지요.
개인적으로도 감상할 만한 대국이라 생각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