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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프닝을 보고 떠오른 옛 기억

whokno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4.05 01:50:59
조회 713 추천 6 댓글 8

어릴적에 바둑학원을 다녔다.

 

한 3년 다녔는데, 2년 넘어가고는 내가 학원에서 제일 셌다.

 

그러던 어느날 나보다 한 살 어린 녀석이 학원에 왔다.

 

처음에 녀석은 내게 네 점을 깔고 두기 시작했는데,

 

네 달 언저리만에 나와 호선까지 올라왔다.

 

나는 라이벌도 없었고 바둑공부에 흥미가 없었지만,

 

이녀석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라는 목표도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늘었던 것 같다.

 

참고로 이때 내 급수는 타이젬 4~5단 정도로 추산되며, 이 녀석은 4년후 연구생을 거쳐 프로가 되었다.

 

 

학원을 그만두기 반년쯤 전에 실력적으론 어느새 난 이 녀석에게 약간 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인정하기는 싫었지. 열한살짜리 꼬맹이가 패배를 인정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마침 학원에서 바둑대회가 열렸다. 급수에 맞춰 대회가 진행되었는데, 어린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접바둑에서 하수가 상수를 이기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결승에서 나와 녀석이 만났다.

 

자존심이 걸린 시합이었다.

 

난 초반에 부분전투에서 열다섯집 정도 손해를 보았고, 이 손해가 끝까지 영향을 주어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실수하기 쉬운 단수 모양이 남아있었고 여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한 집 끝내기가 남아있었지만, 모르는 척 하고 실수로 공배를 메우는 척 하는 수를 두었다.

 

이 수로 단수가 되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얼씨구나 하며 한 집 끝내기를 두었고,

 

신난 나는 단수를 빵 따내버렸다.

 

녀석의 놀란표정, 그리고 울먹울먹.

 

선생님과 원장님이 오셔서 상황파악을 하더니 원상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제는 내가 억울해서 울먹울먹. 하하

 

지금도 내가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지만... 내용상 패배한 것은 맞으니 선생님들의 결정도 이해는 된다.

 

결국 그 대회는 둘 다에게 우승패와 상장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두달 후 바둑학원을 그만두었지.

 

자존심,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 나의 능력과 한계. 여러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만들었던 사건이었어.

 

밑의 글을 보고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글 한 번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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