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한국바둑을 문턱까지 위협하며, ‘한국타도 세계정상’을 외치고 있는 중국이 후지쯔배 4강에 전원 탈락하며 충격에 빠졌다. 6월 2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 20회 후지쯔배 세계기전에서, 8강에 3명이 출전했던 중국은 후야호위 8단이 이창호 9단에게, 저우허양 9단은 박철한 9단에게, 왕시 9단은 요다 9단에게 모두 패함으로써 전원 4강 탈락했다. 특히 타도 한국을 외쳤으나 중국 기사 2명이 모두 한국의 기사앞에 무릎을 꿇은데다, 상대적으로 한수 아래인 일본이 4강에 2명이나 진출해 충격은 더욱 컸다.

이날 대국 중 가장 명승부를 연출한 기사는 역시 이창호 9단이였다. 이창호 9단은 후야호위 8단을 맞아 초반 전개부터 중반까지는 시종 불리한 전세로 끌려가 검토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후지쯔배를 통해 재기하겠다“고 말한 전야제의 약속을 의식이라도 한 듯 중반 이후 신기에 가까운 수읽기로 하변 대마를 잡아 대역전에 성공함으로써, 최근의 부진을 털어내며 신산(神算)이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한편 박영훈 9단은 저우허양 9단을 맞아 큰 실수 없이 우세를 이어가다 반집승을 거뒀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은 일본의 장쉬 9단을 맞아 초반부터 계속 끌려가며 불리한 바둑을 두다가 결국 돌을 던져,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일의 양국 접전으로 압축된 후지쯔배 4강은 7월 7일에, 결승은 7월 9일에 각각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