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입단한 한상훈(18) 초단이, 중국 바둑의 1인자인 구리 9단을 꺾는 대파란을 연출했다. 6월 6일 서울 서머셋 펠리스 호텔에서 열린 제12회 LG배 세계바둑기왕 16강전에서, 한상훈 초단은 이날 맞붙은 중국 1인자 구리 9단을 상대로 신예답지 않게 초반부터 밀리지 않으며 우세를 주도해가다 불계승했다. 

한상훈 초단은 구리 9 단을 상대로 초반부터 예상 외의 접전을 펼치며 호각세를 유지했지만, 상대가 중국 1인자 구리 9단인만큼 쉽사리 결과를 예측하기란 어려웠다. 한 초단은 점심 식사이후 이어진 오후 대국에서, 복잡하게 얽히면서 발생한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고 벌려놓으며 중반전 이후엔 확실하게 우세한 분위기로 몰고 갔다. 이후 불리를 파악한 구리 9단의 반격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대마를 잡고 검토실에 승전보를 보내 한국측 검토실에서 환호가 쏟아지게 만들었다.

사실 중반 이전까지의 한국측 검토실은 비교적 우울한 분위기였다. 이세돌 9단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사들이 접전 이거나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 이 우울한 분위기를 가장 먼저 타개해준 기사는 이세돌 9단이었다. 이 9단은 중국의 왕레이 8단을 맞아 초반부터 변칙적 정석을 구사하며 기세를 잡은 뒤, 단 한 순간의 빈틈도 주지 않은 채 밀어붙이며, 우위를 지켜나갔다. 이후 중앙을 완전 장악한 뒤에도 계속해서 강수를 두어가며 좌변까지 손에 넣음으로써, 왕레이 8단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고 177수만에 가볍게 낙승, 8강에 선착했다.

그 밖에 온소진 3단은 일본 1인자 야마시타 케이고 9단을 상대로, 실리바둑으로 우세를 지켜나가며 불계승을 거둬 또 한번 검토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또 박정상 9단은 중국의 씨에허 6단을 상대로 중반 이후 찾아온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대역전에 성공, 불계승을 거둬 한국 기사로는 마지막으로 8강에 안착했다.

한편 목진석 9단은 일본의 장쉬 9단을 맞아 초반부터 종반까지 혼미의 승부를 거듭하다 아쉽게 한집 반으로 패배했으며, 조훈현 9단도 중국의 후야오이 8단을 상대로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집 반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LG배 세계기왕전 8강에 총 4명의 기사가 진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