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상외의 이야기들
그러니까 바둑의 역사나 주요인물 에피소드
바둑책을 비롯한 여러 바둑지식들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런것에 무지하고 관심도 없는 이들은
바둑인으로 쳐주지도 않고 배척했다
그 진진한 맛의 예도를 느끼지 못한 채
철학과 사상없이 판위에 돌을 놓은들 무슨 소용이냐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 문득 떠올랐다
요새 피아노에 관심이 생겨 학원에 가볼까나 하는 생각
마침 얼마전 김지석특집에서도 목사범과 김사범이 배우러갔다하지않았는가
내가 피아노학원에 간 상상을 해보았던 것이다
난 그저 가볍게 즐기러 간 것인데
거기서 누군가가 나에게
' 너는 이 음악의 참맛을 느끼고 건반을 두드리나?
작곡가는 몇이나 알고있나? 그저 여자나 한번꼬셔보려
더러운 의도를 갖고 이 기예를 습득하려는것 아닌가?'
라고 몰아붙이며..
내가 지난날, 후지사와의 두터움과 사카다의 날카로움 운운하며
아이들에게 일장연설을 했던것처럼
그 상대방이 베토벤의 중후함과 리스트의 현란함에 대해 떠든다면
난 얼마나 어이없을것인가

이젠 입을 다물어야겠다
그동안 나홀로 지식자랑하며 떠들어댄 꼴 아닌가
다른 바둑인들도 그저
피아노를 처음 배우러 간 나같은 위치였을텐데
아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