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고 그 메커니즘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심리학 연구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뇌의 한 부분의 능력이 다른 부분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의문은 자폐아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자폐아들 중에는 서번트 신드롬이라 불리우는 천재성을 가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천재성의 분야는 음악, 미술, 계산, 암기 등 다양하다.

자폐아들 중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폐증이 낫는 아이들이 있는데, 희안하게도 자폐증이 나으면 100% 천재성도 같이 사라진다.

이 현상에 궁금증을 가진 심리학자들은 조금 위험한 실험을 했다.

강한 자기장을 뇌에 국소적으로 걸어주면 그 부위의 뇌가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된다.

이때 확률적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실험 대상들이 천재성을 보였던 것이다.

자기장이 걸리지 않은 다른 부위의 뇌의 기능이 갑자기 올라가서, 절대음감이 생긴다던가 그림이 잘 그려진다던가 책이 통째로 외워진다던가 수십자리 숫자의 곱셈이 몇초만에 된다던가... 하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잠시 후 자기장을 걸어줬던 뇌가 정상화되면서  이런 천재성은 사라졌다.

이런 관찰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뇌의 한 부분의 능력이 다른 부분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예상하고 있다.

이 예상이 맞다면 천재들 중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이 설명될 지도 모른다.

표정, 말투, 몸짓 등을 보고 상대의 감정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등, 대인관계에 필요한 기술은 사실 엄청난 인지능력을 필요로 한다.

(자폐증 환자 중, 자폐증이 낫지도 않았는데도 훈련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타인과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보기엔 보통 사람들이 초능력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마치 텔레파시를 쓰는 것처럼 서로의 감정과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읽어 낸다는 것이다.)

소심하거나 성격이 괴팍한 사람은 겉보기엔 조금 이상해 보이는 정도이지만, 사실 대인관계의 인지 기능이 아주 많이 낮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 분야의 인지 기능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므로 아주 많이 발달해있다. 따라서 이 기능이 많이 떨어지더라도 기본적인 수준은 남아있으며 따라서 겉보기엔 단순히 소심하거나 괴팍해 보이는 정도일 수 있다. 자폐증은 이 기본적인 수준마저도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자폐증이나 자기장 실험의 경우처럼, 낮은 대인관계의 인지 기능이 다른 분야의 탁월성에 도움을 줬을 지도 모른다.

천재들 중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나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 많은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