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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제 3편. 기원에 가기 시작한 창호

판타마린 2005.07.31 03:33:36
조회 805 추천 0 댓글 0


창호네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에 설기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원이 있었다.
할아버지를 통해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후부터 창호는 할아버지 이화춘씨를 따라 이 기원을 자주 가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창호는 1급 실력(오늘날의 아마 5단 정도의 기력)의 원장과 역시 1급의 기력의 이광필이라는 사범에게서 바둑을 배우게 된다.
사실상 이들은 창호의 첫 바둑 스승인 셈인데 이들은 한때나마 창호를 가르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 하다. 뭐, 어찌보면 당연한 측면이지만.

사실 창호만큼 바둑 스승이 많은 사람도 드물다.
<야전사령관>, <고추장 바둑> 등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조훈현 독재 천하를 견제했던 서봉수 9단은 늦은 나이에(18세) "낭인처럼 저잣거리에서 혼자 바둑을 배웠다."라고 회고한다.
물론 서 9단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바둑을 배우긴 배웠을 테지만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수십년을 몸을 달구며 살다보니 그런 기억들이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사실 창호의 진짜(!) 스승은 조훈현 9단이지만...
속깊은 창호는 그들의 바램을 들어주기라도 하듯 누군가 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냐 물어보면 스승 조훈현 9단과 함께 그들-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의 이름을 잊지 않고 거론한다.

창호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기사로 이름이 높지만...그중에서도 당연할지는 몰라도 특히 바둑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했다.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이미 오른 후에도 만약 누군가가 그와 바둑 한판을 두기 위해서 찾아 온다면 기꺼이 한판을 두어주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한창 이 9단이 주가를 올리기 시작할 무렵 어떤 허름한 차림의 중년남자가 그를 찾아와 바둑 한판을 지도해 달라 부탁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때 이창호 9단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리만큼 바빴고 연간 100여국에 달하는 빡빡한 국내외 대국 일정을 마치 터미네이터같이 소화해 내던 시절이었다.
이창호 9단이 아무리 체력이 좋다하지만...그도 사람인지라 그 살인적인 스케줄에 심신이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물론..언제나 그랬듯 그는 -_-의 표정으로 엽기적인 승률을 쌓아나갔다.;;)

이 9단을 찾아온 그 남자와 이 9단은 이윽고 자리를 잡고 조용히 바둑을 두게 된다.
이를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다른 동료 프로기사들이나 주변인들은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기에 그리도 바쁜 이창호 9단이 저리도 여유롭게 바둑을 두는 것일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런데 그 정체불명의 중년남자는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무도 아니었다.
그냥 이창호라는 사람과 바둑을 두고 싶어 무작정 돈 한푼 없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창호는 분명 괴로웠을 것이다.
때로는 그 지독한 승부의 틀안에서 빠져나와 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No라고 하지 않았다.
그 허름한 차림의 중년남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분명 이 9단은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편안하게 싫은 내색없이 바둑을 두었다.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나 후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나 모두 이 9단의 따뜻한 인품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한다. 네스 본인도 역시...





창호는 할아버지를 따라간 "기원"이라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대국했다.
누구하고나 두었다. 10급이든 15급이든 가리지 않고 두었다.
창호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는 창호의 대국자들이었던 사람들에게 자장면같은 기원에서 손쉽게 들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고는 했다.

기원에 가기 싫은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 9단은 말한다.

"그렇지 않았다. 바둑 두는 일이 행복했다는 느낌뿐이다. 언제나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원에 가는 일이 좋아서 학교에 있을 때도 기다려지곤 했다."
                                                                                 -李昌鎬 9단






※아...죄송합니다. 이제 잠이 오는 군요...타이핑에 속도가 안붙네요...내일 마저 올리겠습니다.

※이 글은 중앙일보 바둑전문기자 박치문 위원님의 글을 각색하여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역시 박치문 위원님의 칼럼 <빌게이츠와 이창호>를 참고, 부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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