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기사입력 2008-01-28 02:56 |최종수정2008-01-28 09:00 

초등학생들이 컴퓨터를‘놀이’의 도구로만 쓰는 것을 억제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을 만든 김태주 ㈜플랜티넷 대표이사. 그는“사춘기 시절 게임 중독에 빠졌던 내 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일정 시간 공부해야 다른 사이트로 이동

국내 최초로 프로그램 개발한 김태주씨

전국 게임대회 1등했던 아들 성적 곤두박질 계기

2년 걸친 연구끝에 결실

"게임만 하다가 성적이 곤두박질해 속 썩였던 내 아들이 이 프로그램 개발의 일등 공신입니다."

전국 컴퓨터 게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의 \'게임왕\'을 아들로 둔 인터넷 부가 서비스 회사 사장이 아이들의 무절제한 게임 몰입에 \'브레이크\'를 거는 획기적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냈다. 최근 인터넷 학습관리 서비스 프로그램 \'재미노트\'를 개발한 ㈜플랜티넷의 김태주(46)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을 깔아놓은 PC를 쓰는 어린이들은, 컴퓨터를 켜자마자 게임사이트에 들어갈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 학습 사이트 재미노트(www.jamynote.com)로 이동해 일정 시간 그곳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는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몇 시간 공부를 해야 다른 사이트로 갈 수 있게 할 것인가는 부모들이 정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대전 대덕구 초등학생 약 400명을 대상으로 가정에서 3달간 이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시험해 봤는데 부모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2년 전까지도 유해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전문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오던 김 대표가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막을 프로그램을 연구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들 때문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당시 최고 인기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실력을 겨루는 전국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밤이나 낮이나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았다. 전교 등수 10위권 내외던 석차는 수직 하락했다.

김 대표는 집에만 들어가면 중학생 아들과 날마다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 아내에게도 "당신이 무관심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부부간 말다툼으로 번지기 일쑤였다.

이 \'불화\'는 아들을 미국 대학에 유학 보내면서 일단락됐지만, 김 대표는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닫고 컴퓨터 게임 중독을 억제할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간의 연구 끝에 결실을 맺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말이 있잖습니까. 아이들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이후에 바로잡으려 한다면 어렵습니다." 하도 화가 나자 컴퓨터를 집에서 추방하는 등 \'극약처방\'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아들은 컴퓨터 키보드를 껴안고 집을 나가거나, PC방에서 밤을 새우고 들어왔다. 결국 김 대표는 컴퓨터 때문에 생긴 문제는 컴퓨터 기술로 해결하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김씨는 "공부란 건 일종의 습관이 아니냐"며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매일 1시간이라도 조금씩 공부를 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이 프로그램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플랜티 넷을 운영하는 김태주 사장이 통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경열 기자

[오윤희 기자 <U>oyounhee@chosun.co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