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개인의 권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가안전보장, 사회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기본권도 제한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으며 단서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의 본질적인 사항은 제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

  이것을 전제로 명예훼손 법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명예훼손죄는 우리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그리고 정보통신법 제70조의 명예훼손죄 등이 있다.

이 법들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명예훼손죄를 판별하는데 있어 반대 논리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표현의 자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중의 기본권이다.  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의 의견이 공론화되어 국가권력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표현의 자유일지라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 안되는 한계를 갖는 것은 타당하다.  그 한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가 쟁점인 것이다.

​

  우리 대법원은  문재인 정부시절 명예훼손죄를 판단할 때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 보다는 의견인지 사실인지에 중점을 두고 판단해왔다.  내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예는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에 명예훼손 사건과 고영주씨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그들의 공개적인 발언이 사실이 아닌 의견이라며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나는 이 판결을 존중하고 법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한동훈씨에 대한 유시민씨의 명예훼손죄 항소심 판단은 어떤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고 되었으니 유엔 자유권규약 위원회에서 권고한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보아야할까?

나는 이 판결은 정치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무죄 판결 두 사건과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를 것이 하나 없는데 왜 유시민씨의 발언은 유죄인가?

  윤석렬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영향력있는 진보 진영의 인사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떠드는게 싫어서 입을 막으려는 법무부와 검찰의 시도에 사법부가 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명예훼손죄가 등장한 배경은 표현의 자유랍시고 타인의 비밀, 사생활이 공개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들면 어떤 남자가 결혼전에 호스트바 종업원이었다.  그런데 결혼후에 가정을 꾸리고 잘살고 있는데 이웃중 누가 이런 사실을 알고 퍼뜨려 가정이 깨지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면 이것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게 타당하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경우조차 죄지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인 의견을 말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죄를 들고 나와 감옥 보내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시민에게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닌가?  감옥갈까 무서워서 말이나 하고 살겠나?

  물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해 선거나 중요한 결정을 미치는 경우를 생각하면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런데 방법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방법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느때보다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듣은 것이 권력자들의 바램이겠지만 그것은 독재하고 싶다는 다른 말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윤석렬 정부와 사법부는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서 침해하지 말라고 하는 국민 기본권의 본질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