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기인터넷은 카페, 블로그, 댓글, 커뮤니티 사이트 등의 다양한 표현수단이 개발됨으로써 기존의 언론, 출판 등을 넘어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면 표현이 손쉽고, 출판물과 달리 일정한 분량을 채우지 않더라도 가능하며, 전파의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결과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도 손쉽게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형법과 별도로 정보통신망(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에 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논점이 제시되었다. 명예를 훼손하는 글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이퍼링크를 설정한 경우에 하이퍼링크를 설정한 자에게도 명예훼손이 성립되는지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II. 문제가 제기된 캐나다 및 영국 판례1. 캐나다 판례Crookes v Wikimedia Foundation Inc, 2008 BCSC 1424 (2008년 10월 27일 선고).원고는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야후(Yahoo), 위키피디아(Wikipedia), 구글(Google) 등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여 소송이 진행 중에 있었다. 인터넷에 관한 글을 게재하고 있는 www.p2pnet.net(이하 “피고”라 함)은 인터넷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자를 위한 명예훼손소송에 관한 글을 게재하면서 참고를 위하여 위 명예훼손소송에서 문제가 된 기사에 하이퍼링크를 하였다. 피고는 단순히 하이퍼링크를 하였을 뿐이고, 위 소송에 대하여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하이퍼링크 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공표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명예훼손적 기사에 대하여 하이퍼링크를 설정하는 행위를 명예훼손적 기사를 인터넷에 공표하는 행위와 동일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었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하이퍼링크는 신문과 같은 인쇄물에서의 주석 또는 다른 웹사이트의 참조와 동일하다. 하이퍼링크의 목적은 독자를 다른 추가적인 자료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양자의 유일한 차이점은 하이퍼링크가 한 번의 마우스 클릭으로 즉시 다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손쉽다는 점뿐이다. 하이퍼링크가 다른 웹사이트의 다른 자료에 즉시 접근하게 하더라도 원래의 웹사이트에 다른 자료의 복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독자가 하이퍼링크를 따라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이유를 설시하면서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에 하이퍼링크를 하는 행위를 그 기사를 인터넷에 공표하는 행위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영국판례Islam Expo Ltd v The Spectator (1828) Ltd and Stephen Pollard, [2010] EWHC 2011 (QB) (2010년 7월 30일 선고).피고들은 www.spectator.co.uk에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게재하였다. 문제는 그 글이 원고를 지칭하고 있는지 글 자체에서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다만, 그 글에는 네 개의 하이퍼링크가 있었는데, 쟁점은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글도 문제된 글의 일부로 보아서 그 글이 원고를 지칭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글을 배제하고 판단할 것인지에 있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글도 하이퍼링크가 설정된 글의 일부이므로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글도 참조하여 문제된 글이 원고를 지칭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III. 영국과 미국에서의 논의 1. 영국에서의 논의(1894), 38 S.J. 234 (CA)가 많이 인용된다. 이 사건에서 내용은 단순하다. 거리의 현수막에 작자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적 글이 적혀 있었는데 도로가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며 손가락으로 그 현수막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때 이 사람에게도 명예훼손이 성립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는데,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영국에서는 이 판례가 하이퍼링크에도 유추적용 되어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한다. 그러나 앞의 캐나다 판례에서는 위 Hird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현수막에 끌어들이는 적극적 행위(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인정된 것이므로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에는 유추적용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 미국에서의 논의 미국에서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에 관한 명시적 판결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하여 Klein v Biben, 296 N.Y. 638 (Ct. App. 1946) 판결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판결에서는 단순히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참조할 뿐이고 이에 대하여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면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에도 유추적용 되어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고 한다. IV. 우리법에서의 하이퍼링크와 명예훼손1. 하이퍼링크에 대한 법률적 평가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80637 판결에서는 “이른바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비록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링크된 웹페이지나 개개의 저작물에 직접 연결된다 하더라도, 이는 구 저작권법 제2조 제14호에 규정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또한 저작물의 전송의뢰를 하는 지시 또는 의뢰의 준비행위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같은 조 제9의2호에 규정된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고 하여 하이퍼링크 자체는 표현 또는 공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에 대하여 일부 찬성하지만 일부 반대한다. 사견으로는 통상의 하이퍼링크는 대법원 판결과 같이 웹 위치의 정보 내지 경로에 불과하지만 사용의 태양, 목적 등을 고려할 때 하이퍼링크가 단순한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넘어서 하이퍼링크를 설정한 사람의 의사표시로 인정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만일 하이퍼링크를 의사표시의 수단으로 사용하였고, 그 사용의 태양 또한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면 의사표시로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글을 게재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글의 의미를 불명확하게 작성하면서 글에 하이퍼링크를 설정하여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글을 포함해야 비로소 완전하게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중요부분에 하이퍼링크를 설정하여 하이퍼링크를 참조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글의 완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쉽게 인정될 경우에는 하이퍼링크가 의사표시의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2. 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하이퍼링크에 의한 명예훼손을 선뜻 인정하기 힘든 이유는 단순히 명예훼손적 글에 하이퍼링크를 설정하는 행위가 설정자의 의사표시로 인정될 만큼의 적극성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 사안은 좀 다르지만 대법원 2009.4.16. 선고 2008다53812 판결에서는 “이는 단순히 보도매체의 기사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선택하여전파한행위에 해당하므로…”라고 판시하여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극적 행위가 개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지법 1999.12.10. 선고 98고단5874 판결에서는 음란한 내용의 파일들을 직접 링크시키는 행위를 음란한 내용의 파일들을 직접 게시한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의 행위라고 판단하여 하이퍼링크에 의하여 정보를 공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또한 앞의 캐나다 판례에서는 하이퍼링크는 주석 또는 참조와 유사하여 독자적 공표행위가 아니므로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하였지만 Hird 사건 판례를 긍정하면서 다만 하이퍼링크 설정행위에는 적극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어 적극성만 있다면 명예훼손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한편, 위의 Klein v Biben 사건도 행위자에게는 아무런 적극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법으로도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렵다. 사견으로는 하이퍼링크를 사용한 목적과 태양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이를 정도의 적극성이 있었다면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이퍼링크가 단순한 웹 위치 정보 내지 경로를 넘어서 하이퍼링크를 설정한 사람의 의사표시로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른다면 명예훼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V. 맺음말사견에 따르면 위 캐나다 판례사안은 하이퍼링크의 설정자가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자신의 의사표시로 할 의도가 없었고 그러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도 아니므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반면에 위 영국 판례사안에서는 하이퍼링크의 설정자가 하이퍼링크를 전체 문장을 완성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이 명백히 나타나기 때문에 설정자가 피고를 지칭하기 위한 목적과 수단으로 하이퍼링크를 사용한 점이 인정되어 피고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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