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이 쓰는 자폐관련 썰 & 오해...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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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이 쓰는 자폐관련 썰 & 오해...txt앱에서 작성

ㅇㅇ(211.36) 2022.07.30 13:46:40

조회 336 추천 6 댓글 1

안녕? 나는 (고기능) 자폐를 앓고 있는 평범한 갤럼이야

요즘 자폐 말도 많고 관심도 많아진 것 같은데

자폐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폐 떡밥에 참여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관심 받고 싶어서 글 써봄 ㅋㅋ

1. "고기능" 자폐라는 단어에 대해서...

나는 고기능 자폐로 분류되는 자폐를 갖고 있어

이 단어를 보고 다들 처음 생각나는 건 우영우겠지?

그리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국 드라마 셜록에도 "고기능(high functioning)"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나와

그래서 다들 고기능이라고 하면 천재나 마법같은 기억력을 떠올리는데

사실 고기능 자폐는 일반인 수준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자폐 정도라고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자폐 기준에서 고기능인 거지 자폐가 없는 일반인들보다 머리가 좋다는 뜻이 아니야

가끔 사람들한테 자폐라고 얘기하면 너는 특기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난 그런 거 없다... ㅠ

2. 일상 생활 중 힘든 점

난 사실 고기능 자폐라 그런지 일상 생활에서 딱히 힘든 건 없어

아마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인간관계가 힘든 건데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세대 모두 느끼는 고민이더라고

그래도 굳이 말해보자면 사람들이 가끔 아기 대하듯 아니면 로보트 대하듯 나를 대하는 게 마음에 걸려

자폐증 환자들도 주관적 경험으로 만든 내적 세계가 있고 영혼이 있는 존재거든?

근데 그걸 까먹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어쩔 땐 정말 내가 감정을 갖게 된 인공지능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해

3. 이새끼 글 보면 정상인 같은데? 그래서 자폐가 뭔데?

맞아 사실 난 크게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야

그래도 자폐증 진단이 내려진 건 아마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일 거야

예를 들면 상대방이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 예전엔 거기에 대해 단답식으로 답하고 말았어

그게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어색함을 풀고 서로 알아가고자 하는 과정인 걸 몰랐던 거지

하지만 지금은 의식적으로 더 길게 대답하고 나도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아 그리고 이것도 자폐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나 풍선 진짜 좃나무서워함 옆에만 있어도 소름끼침 ㅋㅋ

4. 자폐도 사랑을 아나요?

응 나도 사랑이 뭔지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어

우리 가족들도 내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고

강아지도 유년기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사랑하게 됐어

학교 다니면서 관심있던 여자애도 내가 사랑을 느끼고 또 걔도 나에게 사랑을 느껴서

지금은 누구도 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연애 중이야

나도 사랑이 뭔지 알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알 수 있어

근데 자폐 주제에 그게 진짜 사랑을 느끼는 건지 어떻게 아냐고?

그러게 의식과 자아는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겠지

그렇기에 그건 일반인들도 답할 수 없는 질문 아닐까?

일관된 흐름 없이 그냥 주절주절 쓰다보니 이렇게 길게까지 썼네

좀 철학적으로 들리는 건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사람의 자의식과 개인의 경험 같은 거거든

너희도 알다시피 고기능 자폐면 이해력에도 독해력에도 문제는 없어

단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뿐이거든

아무튼 자폐는 자폐 그 자체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우영우처럼 착하거나 천재거나 아니면 반대로 나쁘거나 바보거나

그런 게 아닌

그냥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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