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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앱에서 작성

ㅇㅇ(175.117) 2022.12.11 18:18:55
조회 177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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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보이는 댓글

누군진 모르겠는데 자꾸 삼국시대 문화가 조선시대 때 퇴보했다고 한다

문화에 '퇴보'란 없음

실전(失傳)이라면 있어도

여기서 말하는 '실전'은 아예 문화의 맥이 끊기는 걸 말하지

문화대혁명이 대표적임

근데 조선은 이러지 않았음

아 물론 신라 천보노 제작법이나 환두대도 검술 같은 이상한 건 실전된 게 맞지

근데 그런 특이한 케이스 말고 고려 문화 중 조선시대 때 실전된 건 손에 꼽음


고려청자만 해도 분청사기를 거쳐 조선백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짐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분청사기가 만들어진 건 조선시대가 아니라 고려시대임

만약 고려가 안 망했어도 청자에서 백자로 바뀌는 흐름은 못 피했으리라 본다


고려불화는 조선시대 탱화로 맥이 이어짐

고려 백저포는 조선시대의 장옷과 두루마기로 이어짐

삼국시대의 조우관은 고려시대의 꿩깃털 꽂은 문라건을 거쳐 조선시대의 꿩깃털 꽂은 주립과 전립으로 이어짐

수박희는 택견으로 변형되어 이어짐

고려 단청은 뭐 말할 것도 없지

거문고와 장구 또한 고구려 때부터 조선이 망하는 순간까지 가장 사랑받은 악기다


조선시대 땐 죄다 흰 옷만 쳐입었다고?

고려시대 때도 남자는 죄다 흰 옷만 쳐입었는데요? ㅋㅋㅋ

그게 조선시대 땐 여자한테도 유행했을 뿐이지

마치 현대의 올블랙 패션은 남자만의 전유물이지만 종종 여자들도 입듯이


한마디로 조선시대 문화가 고려시대 문화에서 뭐가 뿅하고 없어진 건 별로 없다는 얘기임

그게 좀 못생기게 바뀌던 어떻던 일단은 계속 전승된 게 팩트다



생물이랑 비슷함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퇴화는 진화의 반대말이 아님

필요없고 생존에 방해되니 그걸 도태시키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마치 열등한 유전자를 도태시키는 게 당장 인구는 줄겠지만

우생학적으론 이득인 것과 비슷한 이치지

마찬가지로 '문화의 퇴보'를 굳이 정의한다면 그것도 문화 발전의 일부일 뿐이다






그럼 혹자는 말할 것이다

아니, 청자에서 백자로 색이 변화해나간 건 좋은데

고려청자의 화려한 조형이 사라지고

조선청자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는데

그럼 이게 퇴보가 아니면 뭐임? 하고


ㅇㅇ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은 미니멀리즘이 유행 중이다

근데 이건 바로크 양식에 비하면 디자인이 엄청 단순하게 바뀐 것이다

그럼 현대문명은 바로크시대에 비해 퇴보한 것인가?

아니지

취향이 바뀐 것뿐이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문화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고려시대는 복잡하고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했고,

조선시대는 심플하고 수수한 스타일을 선호한 것뿐이다

물론 현대인 입장에선 고려시대 문화가 훨씬 대단해 보이는 건 맞음

마치 미래인들이 바로크양식과 미니멀리즘 중 바로크양식을 더 대단하다고 느낄 것처럼

근데 고려문화가 조선문화보다 낫다 느끼는 것 역시 현대인의 취향일 뿐인 거임

솔직히 나도 고려문화가 훨씬 멋지다 생각함

근데 그렇다고 조선문화가 퇴보라고 보진 않음

그냥 그 당시 문화 사조가 그랬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뿐임







위 내용을 읽고 나서도

그냥 이씨조선이 개좆븅신인 건데 어떻게든 실드쳐볼라고 좆지랄을 한다고

발악하는 댓글이 있을 것 같아 쓴다





이조가 아무리 개병신 유사국가여도

그래도 정도전은 그나마 인물이었단 건 다들 인정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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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하지 아니한다"

한마디로 돈지랄하지 말고 그렇다고 좆그지새끼가 되지도 말란 뜻이다





근데 이건 사실 백제 문화를 상징하는 말임

백제는 검소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추구한 극한의 효율충 왕국이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금관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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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의 끝을 달리는 고구려 금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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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딱 봐도 금을 존나게 쓴 호화스러움과 화려함의 끝을 달린다

그에 비해 백제 금관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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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을 별로 안 쓰지 않고 코딱지만하게 만든 금장식을

문라건처럼 생긴 관모 양옆에 깃털처럼 꽂아놓았다

황금 매장량이 풍부한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고구려, 신라랑 달리

백제는 멍청도, 존라도 좆그지새끼들 아니랄까 봐

금관 만들 때마저 금을 아껴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제 금관이 고구려, 신라 금관보다 허접해 보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단순한 관모에 포인트를 준 섬세한 날개 모양 금장식이 우아한 자태를 뿜어내고 있다

분명 검소한 디자인인데도 군왕다운 기품이 느껴지는 멋진 디자인이다

난 금관은 고백신 중 백제 께 제일 멋지다 생각함




즉 백제는 필요 이상의 사치를 하지 않으면서도

위엄과 우아함만큼은 잃지 않는 디자인을 선호했단 얘기다

그 예술혼을 집약한 말이 바로 '검이불루 화이불치'다


근데 이 말을 정도전이 했다는 것은,

정도전이 세운 나라인 조선 또한 이런 백제를 롤모델로 삼은 것이라 볼 수 있지

국가체제 말고 문화적인 부분에서 말임 ㅇㅇ

실제로 조선은 수도를 옛 위례성 땅으로 옮기고 계백 장군을 밀어주는 등

백제뽕을 맞은 듯한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왕건이 고구려의 화려하고 웅장한 문화를 부활시키려 했다면

정도전은 백제의 검소하면서도 세련된 문화를 부활시키려 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럼 이제 내 뇌피셜 그만 풀고 직접적인 근거를 대보라고?

ㅇㅋ 대보겠음

일단 동아시아의 고위층들이 입던 복장을 가져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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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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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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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보다시피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들로 수놓아져 있는 게 특징이다

그에 반해 조선 관료의 복장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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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이 전혀 없고 상당히 심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 사진의 복장이

청, 베트남, 류큐의 복장에 비해 없어 보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강렬한 오방색이 색동무늬처럼 배치되어 상당히 화려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똥게이마냥 무지개 패턴인 것도 아니고

딱 남자다운 색인 검빨+금색+푸른색의 색배합이 특징이다

특히 금색 어깨선 장식으로 포인트를 줘서 남성적인 멋을 강조했다



그런데 저 옷은 의외로 엄청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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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다리(소매 부분이 다른 색인 두루마기)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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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쾌자와 비슷한 군복)을 걸친 것이다


이 위에 전대(파란색 띠)까지 매면 딱 위 사진처럼 된다



보면 알겠지만 몹시 단순한 두 아이템을 합쳐서 간지나는 패션을 구현해낸 것이다

이건 의외로 현대의 미니멀리즘 사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현대인은 포인트가 너무 많은 옷을 싫어한다

예로 들면 체크남방이라던가 하와이셔츠라던가 불꽃무늬 셔츠라던가...

물론 이런 옷들은 단일 제품으론 매력적인 디자인들이다

하지만 다른 옷이랑 조합하면 어떻게 될까?

특히 심지어 레이어드나 바지마저 화려한 무늬라면?

호피무늬나 에나멜 바지라면?

그럼 바로 미친 듯이 촌스러운 옷으로 변해 버린다

특히 저게 죄다 명품이라면 짱깨 졸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평범한 흰티에 치노, 단색 블레이저면 어떠할까?

이 3가지 아이템들은 하나하나만 따지면 매력이 없는 씹평범템이지만

저 셋을 조합하는 순간 진짜 이쁜 패션이 탄생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조선 문화가 추구했던 방향 또한

현대의 미니멀리즘과 비슷한 방향이 아니었나 추측됨






예시를 더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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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의 갑옷

딱 봐도 갑옷 느낌 나게 생긴 화려한 디자인이다

그에 비해 조선 갑옷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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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갑옷? 싶은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걸 걸치고 나서

허리에 포백대(코르셋)를 두르고

그 위에 광다회(탄띠)를 묶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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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소까。』

『 이래서 "갑옷"이라 한 거였나。』

란 말이 절로 나오는 형태가 된다


자세히 보면 브리건딘으로서 갖춰야 할 특징은 다 갖추고 있다

명청 갑옷과 비교해서 전혀 뒤떨어지는 디자인도 아니다


상박갑 부분이 어깨뽕 역할을 해서 어깨가 넓어보이기 때문에

장수로서의 위엄과 간지가 잘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명청 갑옷은 상대적으로 어깨가 좁아보이는 경향이 있다)


조선 갑옷은 명청 갑옷에 비해 구조가 워낙 단순했기 때문에

생산성 면에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났지만

전혀 싼티나지 않고 갑옷으로서의 멋이 충분히 구현된 것이 특징이다







아참

갑옷 얘기 나와서 말인데

백제랑 조선의 공통점이 또 있음


백제는 다른 나라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상당히 특이한 갑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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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황칠갑이다

황칠갑이 뭐냐 하면 그냥 일반 찰갑이랑 똑같은데

강철 갑찰에다 황칠나무 수액을 칠한 거임

마치 나무에 옻칠해서 코팅하는 거랑 비슷한 거임

황칠나무 수액은 호박색을 띠지만

강철에 황칠나무 수액을 칠하면 진짜 금같이 찬란한 황금빛을 띤다고 함

이 황칠갑은 금으로 구석구석 장식을 한 당나라 명광개보다 제작단가는 훨씬 쌌지만

명광개와는 달리 전신이 황금빛으로 빛난 만큼 훨씬 화려했음

검소한 화려함이라고나 할까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고

갑찰의 내구도도 올리고 방수코팅 효과도 있는 등 실용적인 효과도 있었음



근데 조선에도 비슷한 갑옷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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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수은갑임

이것도 황칠갑과 재료만 다르지 개념은 거의 똑같음

강철 갑찰에 수은을 입혀서 눈부신 은빛을 띠게 한 거다

황칠갑과 마찬가지로 갑찰의 내구도와 방수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음

명나라의 산문갑처럼 복잡한 구조로 된 화려한 갑옷과는 다른

조선 갑옷만의 심플한 화려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갑옷 말고 군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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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식 활집

오색빛깔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게 특징이다

그에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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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식 활집

소가죽이나 가오리가죽으로 단순하게 만들어서

테두리에 삼색띠를 둘러서 절제된 화려함을 묘사한 게 특징이다

바탕 부분 디자인이 워낙 단순하고 색깔도 어두워서

테두리에 쳐진 밝은 빛의 삼색띠가 강조되는 효과가 있다


국뽕 거르고 난 활집은 조선식이 청나라식보다 멋지다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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