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신세 한탄 하는 거 보고 있자니 나도 마려워지네

중딩 때부터 학원에서 고딩들이랑 같은 수업 듣는 시간만 오면

다 따라가야 한단 강박증 때문에

딱 그 시간만 되면 구라 안 치고 눈 앞이 노래져서 앞이 제대로 안 보이고

호흡 곤란 존나 와서 맨날 혼자 화장실 드가서 진정 시키고

꾸역꾸역 공부하고 새벽에 집 도착하면 엄마가 왜 지금 오냐고 개지랄 떨고

샤워하려고 하면 물 소리 안 나게 씻어라 이 지랄ㅋㅋㅋㅋ

저녁은 항상 학원 끝나고 집 가면서 초코바 먹은 게 전부

개같은 집구석에서 탈출하려고 고등학교 기숙사 들어가서 젖빠지게 공부했고

시청에서 장학금 받은 거 엄마한테 10만원 나눠주니까 고작 그것밖에 안 주냐면서 욕 존나 쳐먹고

장학금 받은 걸로 시발 겨울에 패딩 사고 책 값 사고 용돈 1원도 안 받았음

그러고 고3 때 남자애가 니 가슴 크냐, 가슴 얘기 해달라, 내가 여자였으면 니 긱사 들어갔다

대한민국 저출산인데 임신 500번만 해달라, 뭐 야설 같은 데 나올 법한 대사에 내 이름 넣고

암튼 그냥 이 악물고 버텨서 강남에 있는 IT 회사에 연봉 4000 넘게 계약하고 취업했음

첫 월급 받고 본가 가서 소고기 사주니까 이것밖에 안되냐고 남들한테 말하기 쪽팔리다 등등

별 개소리만 들어서 1년 동안 연락 끊고 일만 했는데 우울증 걸림

퇴근하면 숨 턱 막히는 4평짜리 방에서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ㅋㅋ

회사만 가면 자존감 계속 깎이고 학교가 그리워지고 그냥 왜 사나 싶더라

한 1년 쯤 다녔나... 회식에서 술 마시고 팀장이 데려다 준다고 해서 감사하다 하고 집 앞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집 구경하고 싶다고 지랄하길래 좁기도 하고 안 치워서 안될 것 같다고 했음

근데 뭐 어떠냐면서 따라 들어와서 그냥 현관만 열어줘서 보여주고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신발 벗고 지 멋대로 들어오더니 침대 옆에 앉으라 하고 옷 속에 손 넣어서 브라 만짐

옷 속에 손 넣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내가 딸 같으니까 그런 거겠지

내가 괜히 이상한 생각하는 거겠지, 설마 같은 회사 사람이고 내일 봐야 하는데 그러겠어 라고 생각했음

병신 같이 그 상황에서도 예의 없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욕도 못했음

그냥 그 사람 안 보고 좀 뿌리치니까 간다고 하더라고

그냥 벙 찐 상태로 전화할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멘탈만 존나 깨졌음

고3 때 성희롱 당했을 때 나 도와주신 선생님 한 분 계신데, 덕분에 학교 생활 잘할 수 있었음

예의 아닌 거 알면서도 그 밤에 전화해서 저 어떡하냐고 물어보면서 존나 쳐 울었음

신고하라고 하셨는데 그럼 전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하니까 

너처럼 실력 좋은 애가 왜 다른 데 못 갈 거라고 생각하냐고 그러셔서

하긴 내 인생 전부 걸 수도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한 말이니까 그냥 믿자 싶어서

신고하고 퇴사했음 지금은 혼자 사업 준비하면서

언젠가 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단 생각만 하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