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모 도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주유소 사장들이 부자다. 나도 부자였고 

운좋게 주유소 하나 해서 좀 된다 싶으니까, 시꺼먼 놈들이 달라 붙는다. 다만 주유소만이 아니라, 사업장에 금액이 붙기 시작하면 누구나가 경험한다. 

자기 물건을 좀 맡아주고, 차익을 떼먹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며, 아무것도 아닌 척 돈 세탁을 의뢰해온다. 이자들은 항상 상냥하게 겁박한다. 내말을 안들으면 채찍이 따라붙을거고, 내 말을 들으면 당 근이 온다고 말한다. 사실 쉬운 길은 채찍을 맞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공포로 마비된 이성은 당근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눈치가 빠른건 좋지만, 티가 나면 안된다. 젊었던 나는 티가 났던 모양이다. 차라리 모른 채였다면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다 아는 놈이 돈 세탁을 해주니, 액수도 커지고, 일도 몇번 더 들어온다.

당연히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없다. 몇번 하다보니, 이제는 나보고 모 위치에 주유소를 세우란다. 일도 원하는 만큼 줄테니 돈 걱정은 말라며

그래서 세웠다. 당시 돈으로 27억원 가량 들여서 세웠다. 큰 주유소도 아니고 조그만한 주유소였다.  세우고 보니 불과 수십미터 뒤에 다른 주유소가 있네. 뒷집 말라죽을때까지 기름값 깎아 팔라시길래 그렇게 했다. 그렇게 두달여가 지나니까 뒷집 사장님이 300억원 정도를 주고 내 주유소를 사가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이 사장님이 불쌍했다 

당연히 300억은 내 돈이 될 수 없었다.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300억원을 가지고 시키는 대로 근처 부지를 구입했다. 당연하게도 내가 구매한 부지는 모 사업개발단지로 지정된다. 그렇게 돈은 계속 불어났다. 전체 액수는 아니지만 이 때쯤 되니 겁보다는 자신감이 앞섰다. 아 내가 줄을 잘탔구나, 이 배는 대양에서도 살아남을 거대한 배구나. 

진작에 주유소 수입 따위는 중요치 않게 됐다. 이때쯤부터 내가 가진 풍요로움이, 아이들이 입는 옷, 핸드폰, 마누라의 핸드폰, 자동차 모든것이 내 족쇄가 된다.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주는 일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딱히 대단히 비양심적인 일도 아니었다. 국가산업이나 지원사업들에 책정돼서 눈먼돈을 넉넉히 받아서, 주인께 돌려드리고 나는 손에 묻은 것만 털어도 처자식 먹여살리고도 한 자루를 더 채울만큼 넉넉한 콩고물이 떨어졌다. 장르도 다양했다 산업단지 조성,청년주택 건설, 임대, 태양광 등…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도 모른다. 

기자들, 법조인들, 경찰들, 각종 자선단체들로 들어가서 이름표를 씻고 나와서 다시 누군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겠지. 

재앙이라 불리는 그 남자의 계획은 이랬다. 

대통령이 숙면에 빠지는 7시간. 비율로 따지만 한달중엔 24x30=720시간 중 7시간이니까 대략 1%가 안되는 시간. 이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서 사건을 일으킨다. 

저렇게 흘러 들어간 돈에는 지시사항이 붙어있었다. 최대한 자극적으로, 비극적으로 작성하라고. 분노한 부모들은 당연히 타겟을 찾는다 희생양을. 

아이들이 살아남을 가능성 같은건 처음부터 없었다. 사고에서는 살아남는 사람이 있지만, 사건에서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