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임

그전에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였는데, 인생에 상승감을 느끼던 설잡대 학부 졸업반이였던 4년전쯤 까지는

하루~이틀에 한번꼴로 맥주 640ml병 마시고 자는 편 이였음

공모전 몇개 상 타고 졸업해서 이런저런 연구실적을 쌓고, 위촉연구원도 해보고 자격증도 조금 따고.

서울소재 괜찮은 학교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함.

1년차에 연구실에서 존나 혼남. 안그래도 adhd 기질이 있었는데 일을 계속 미루다보니 더 많이 혼남.

못견디고 연구실을 나와서, 연락도 회피하고, 한 두어달간 필요한 외출만 하면서 술을 존나게 마심

결국 매일 피처1.5l 한병에 소주 1/3병 이상을 말아먹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게 되더라

그때부터였음. 술이 한말 두말씩 늘기 시작하면서, 통상적으로 과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날에는 술을 먹지 않던 날에도

술처먹고 밤새고 쳐자면서부터 대학원 성적 개박살남

나는 그냥 필드에서 뛰는 영업직이나 서비스직을 해야겠다고 느끼면서 원형탈모 올정도로 자괴감을 느끼면서

악순환에 접어들었다고 느낌. 처리하기도 힘들 정도로 쌓여가는 맥주피쳐는 매번 내 죄의 무게가 되었음.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힘든 한심한 대학원 생활을 2년정도 수행하고 나니

어쨌든 저쨌든, 성적 박살나 가면서도, 학회 사무국 일을 개 못해가면서도 어찌저찌 살아는 졌음

어느날 저녁에 있었던 연말모임에서 까지도 그 전날 새벽 먹었던 숙취에 제대로 술한잔 못하면서 술을 따라주는데

"형 왜이렇게 손을 떨어?" 하는거임

여태껏 열심히 무시해왔던 내 손떨림을.. 다른 사람들도 캐치할정도가 되었구나

ㅋㅋ물론 그 이후에도 2달정도 '아 모르겠다' 상태로 냅뒀는데..

이번주에 다른 교수님 만나면서 술 따르는데 손을 벌벌 떠는것을 지적받으니

계속 찜찜해서 불안한 상태로 있다가 방금 술처먹고 취해있는 상태에서 술따르는데 손이 안떨리고 고요하더라

그제서야 "아.. 진짜 치료받아야겠구나" 싶더라

adhd에 대해서 약물치료 받는것은 무서웠는데

내일 오전에 중독상담센터에 전화상담해서 좀.. 알콜중독에는 약물치료 받아봐야겠다.

지금도 술에 취해있어서, 그나마 불안증세 없는 정상적인 사고로 글을 쓰게 됨.

내가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절대 술을 먹지 않는데,

술 안먹는 낮시간 동안에는 내가 미루었던/잘못했던 모든 일들이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숨이 가빠질정도로 불안하게 됨.

혼잣말로 제법 큰소리로 자기를 욕한다거나 하게 되고..

방금도 술안먹었을때엔 불안증세 때문에 확인 해보지 못한 메일을 용기내어 확인하고

그게 나를 욕하는 메일이 아니였다는 사실에 대해 안도했음..(1년간 미뤘던 일을 해준것에 대한 답신이라 ㅋㅋ;)

그전까지는 나름 지혜롭게 살아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술을, 술이 나를 파멸로 내몰고 있다

술과 나와 게으름과 여러가지 것들이 나를 좀먹으면서도

그 좀먹음이 문제가 될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고 싶다고 간절히 느낀다

그럴 수는 없음에 강한 좌절감을 느끼고

내일 오전부터는 잘 해볼게

또 술처마시고 합리화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