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되고싶어서 미술실에 혼자 남아 그림을 그렸어요.

선생님께 칭찬도 받고 학교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 상도 타봤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만붕이의 집은 가난해서 만붕이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게 되었어요.


만붕이는 또래친구들이 피시방에 가는 동안 혼자 알바를 해 돈을 벌었어요.

집이 가난한 만붕이는 고등학생이 되자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알바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고3이 된 만붕이에게 연필은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만붕이는 열심히 공부했어요. 꼭 좋은 대학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먼훗날 다시 미대에 가고 싶었어요.


만붕이는 노력했지만. 평범한 대학에 가고 말았어요.


만붕이는 크게 좌절해 군대로 도망쳤어요.




군대는 의외로 바깥세상보다 편안했어요.


돈문제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좋은 꿈만 꾸면서 오른손엔 연필을, 왼손엔 종이를 누르며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하지만 만붕이에겐 시련이 또 찾아왔어요.



군대에서 보낼 수 있는 날들이 3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사고로 오른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어요.

결국 만붕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손을 잃어버렸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붕이는 평범한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직장에 취직해 꿈을 이루지 못한 평범한 어른이 되었어요.


만붕이는 때때로 다시 오른손에 연필을 잡아 그림을 그려보곤 했어요.

하지만 만붕이의 오른손은 만붕이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만붕이의 집에선 그림도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단 하나. 만붕이에게 화가란 꿈을 생기게 해줬던 초등학생 시절의 그림 한 점 빼곤 말이죠.



그렇게 만붕이는 꿈에 도전하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