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씁쓸했다

8체급 석권, 복싱계의 전설 매니 파퀴아오

호야, 마르케즈, 코토, 마가리토, 모슬리, 브래들리 등등 당대 수많은 강자들을 줘 패버린....

필리핀 국민영웅으로, 한 때 대통령 두테르테의 오른팔이었으며, 당대표까지 지냈던 상원의원 파퀴아오

대통령 욕심 때문에 두테르테와 갈라서고,

여당에서 나와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더니 3등인가 4등으로 낙선

그게 아마 재작년인가 그럴거다

돈 때문인지, 아니면 명성 때문인지(유력정치인으로 복귀하려면 전처럼 인기를 얻어야 하니)

유대경 같은 사기꾼이랑 서커스매치를 하지 않나 (유대경은 사기죄 등으로 피소된 상황)

은퇴를 번복하며, 프로복싱이나 올림픽무대를 기웃거리며 나가니 마니 하다가

이번에 라이진에 얼굴을 내밀었다

언젠가 메이웨더도 일본에 가서, 나스카와 텐신과 아사쿠라 미쿠루를 간단히 패버리고 용돈 받아간 적이 있었는데

아마 파퀴아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는 루키야 안포, 킥복서 출신이고 나름 챔프, 특징은 체급에 비해 키가 존나 크더라

마흔다섯살 파퀴아오가 거무죽죽해진 땡땡한 몸을 이끌며 링 위로 올라오는데,

커다란 안포랑 대비되서 뭔가 마음이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1,2R는 안포한테 한 두 방 맞췄나? 나머지는 그냥 흠씬 두들겨 맞았다

파퀴는 상대 품 안에 파고 들 수가 없었다

이미 늙어서 손발이 옛날 같지 않더라

파퀴가 들어가려고 하면, 안포가 멀리서 뚜들겨 패고, 뒤로 빠지면서 또 패고 뭐 그런 패턴이 이어졌다

나중엔 파퀴가 겁을 집어먹었는지, 안포 사거리 안쪽으로 들어갈 엄두도 못 내더라

오히려 안포가 파퀴를 링 구석으로 몰고 패는 그림이 펼쳐졌다

파퀴는 그저 뜬금없이 계속 터칭글러브를 하고, 괜히 레프리한테 항의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3R는 좀 상황이 나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늙어도 파퀴는 파퀴였던 것이다

큰 주먹을 허용하긴 했지만, 오히려 배로 갚아줬다

그럼에도, 아마 4R 이상 쭉 이어 나갔으면 파퀴가 어려웠을 거다

경기 끝나고 링 위에서 파퀴아오가 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왠지 그 웃음이 씁쓸해보였다

아마 객석에 있던 라이언 가르시아랑, 나스카와 텐신도 그랬을 거다

메이웨더는 자기관리도 잘하고, 이벤트매치를 해도 똑똑하게 잘 고르더만,

파퀴아오는 주변에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나?

유대경 건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