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주식매도 나서… 올해만 21조

"성장능력 저하, 한국 투자매력 잃어"

외국인 투자자금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9일 이후 20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은 것) 행진을 이어가며 약 6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2005년 3월 세웠던 \'20일 연속 순매도\'(2조2000억원)와 같은 기록이다. 그러나 최근 20일간의 순매도 금액은 2005년 3월의 약 3배에 달해 이탈 속도가 훨씬 빠름을 나타냈다.

◆투자매력 떨어져

외국인들은 올 초까지만 해도 조선·철강 등을 팔고 IT(정보기술) 업종을 사는 식으로 주식을 선별해 사고 팔았지만 6월 이후로는 거의 모든 업종 주식을 무차별 매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21조원에 달해 이 기세라면 사상 최대였던 작년 한 해의 순매도액 24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이같은 매도세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자산 재배분\'이지, 외국인이 완전히 한국을 떠나는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 자산에서 손 털고 떠나는 것)\'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성장능력 저하와 물가상승 등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가 투자매력을 잃고 있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외국인들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신흥 시장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흥시장의 장점이던 \'고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자, 자금을 빼내 채권 등 안전한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46억 달러)은 대만(38억 달러), 인도(26억 달러), 태국(11억 달러) 등 다른 신흥시장을 훨씬 웃돌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들어서도 외국인의 거래 현황이 공식 집계되는 한국 등 6개 아시아 신흥국가 모두에서 급격히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인플레 못 잡으면 자금이탈 못 막아"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불안한 신흥시장의 자금이탈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U>삼성증권</U> 황금단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나라마다 긴축정책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신흥시장의 장점이던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게 돼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부존자원이 없고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팔자\' 행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증권 서울지점 안승원 전무는 "국내 증시에 주가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