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옛 조선총독부 청사였던 중앙청에서 198명의 제헌의회 의원들의 의결로 건국헌법이 공포된 지 17일로 꼭 60주년을 맞았다.

국회는 이날 제헌 60주년을 맞아 성대한 경축식과 경축오찬, 불꽃축제, 열린음악회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해 축하했다. 그러나 화려한 축하행사와 달리, 국회는 42일이나 늦게 개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상임위 구성이 지연되는 등 정상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산적한 민생현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반쪽국회’가 환력(還曆)을 맞이한 현 국회의 자화상이다.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으면 일급(세비)을 받지 못했던 제헌 의원들의 ‘무노동·무임금’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2008년 국회의 자화상 = 국회는 이날 본관 중앙홀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 한승수 국무총리,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각계 국민대표, 주한 외교사절 및 외빈 등 1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헌60주년 경축식을 열었다. 박관용·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무궁화훈장을 받았다.

경축식이 끝난 뒤 국회의장을 비롯한 경축식 참여 인사 300여명은 63빌딩에서 1인당 9만원짜리 오찬을 함께 했다. 국회는 이날 저녁 1억5000만원을 들여 불꽃축제를 열고, 2억2000원짜리 열린음악회도 개최한다. 국회에 따르면 제헌 60주년 행사비용으로 8억6000만원을 책정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경축사에서 “국회운영의 생산성, 전문성을 향상시켜 진정한 국민의 봉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지만, 국회의 현주소는 이같은 다짐이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할 일도 안 하면서 밤하늘에 레이저와 불꽃을 쏘는 것이 돈을 허공에 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산적한 민생현안 = 고유가 극복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주요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한달이 가깝도록 먼지만 뒤집어쓴채 대기 중이다. 법안처리가 계속 늦춰질 경우 당장 10월부터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유가 환급금과 유가연동 보조금 등이 제때 집행되지 못해 국민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법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20일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달중 국회통과가 불확실하다. 국회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은 ▲근로자·자영업자 유가환급금 지급(소득수준별 6만~24만원) ▲화물차·버스사업자, 농어민 유가연동보조금 지원(경유 ℓ당 1800원 이상 상승분 50%) ▲중소기업 법인세율 과표 조정 및 세율인하 등이다. 이날 현재 국회에는 270건의 법률과 현안이 제출돼 있지만 처리된 것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