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를 최근 구입한 회사원 김모(45)씨는 "차를 살 때는 좋았는데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든다"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SUV라면 디젤 엔진 차량을 떠올리기 쉬운데, 최근 <U>우리나라</U>에서는 가솔린 SUV가 큰 인기입니다.

<U>현대자동차</U> 투싼의 경우, 지난 1월 48대밖에 팔리지 않았던 가솔린 모델이 지난달에는 794대나 팔려, 같은 달 디젤모델 판매량(1393대)의 64%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U>기아자동차</U> 스포티지 가솔린 모델 판매량도 올 1월 64대에서 지난달에는 311대로 급신장, 같은 달 디젤모델 판매량(728대)의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차 값 탓이 큽니다. 투싼 최저가 모델의 경우, 가솔린은 1595만원인데 디젤은 1920만원으로, 325만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주유소 기름값도 별 차이가 없으니 조용한 휘발유 차에 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비 차이는 큽니다.

공인주행연비로 볼 때, 투싼의 디젤은 리터(L)당 13.1km를 달리지만, 가솔린은 9.8km밖에 못 갑니다. 연비 차이가 34%나 납니다. 보통 세단 승용차의 가솔린과 디젤 연비 차이는 20% 정도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전문가들은 가솔린 SUV는 당장 \'마취제\' 같은 효과가 있을 뿐 연료 절감과 환경이라는 시대 정신에 역행하는 \'거꾸로 가는 차\'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 투싼의 디젤모델은 1km 주행에 203g의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가솔린모델은 238g이나 배출됩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연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엔진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유럽은 친환경·고효율 디젤 엔진에, <U>일본</U>은 하이브리드(전기모터를 활용해 연료를 절약하는 방식) 엔진에 주력하고 있지요. 한국 완성차 업체의 디젤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합니다. 코앞의 이익만 좇다 우리의 강점을 까먹고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