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는 한국 최초의 완전 독자개발 승용차로서 기아자동차에서 개발된 모델이다.

 1990년대 초반, 당시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을 제작함에 있어 외국의 구형모델을 라이센스 형식으로 도입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아자동차는 선진 자동차 국가인 일본의 마쯔다(Mazda) 기술력을 도입하려 했으나, 당시 프라이드(일본명 Festiva)의 생산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 기아자동차에 마쯔다가 경각심을 가지게 되어 기술력 이전은 무산되었다.

 차량제작 기술력 도입에 실패하게 된 기아자동차는 마쯔다의 거절을 발판삼아 독자적인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러한 시련을 거쳐 기아자동차는 국내 최초로 \'플랫폼\'을 독자 개발하게 되고 이 기술을 세피아와 스포티지에 적용하여 1991년 동경 모터쇼에 출품했다. 이후 세피아는 1992년 9월 국내에 정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과 섀시를 개발한 세피아는 각진 모양의 당시 모델들과는 달리 매끈하고 세련된 외형을 지녔으며, 경쾌한 성능을 더해 전문가들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세피아에는 1.5 DOHC, 1.8 DOHC 엔진을 적용하였는데, 각각 105마력, 139마력의 힘을 자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고속도 200km/h(198km/h)에 근접하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유럽에도 판매된 기아 세피아는 주행성능을 인정받게 되었고, 독일 최우수 소형차에 선정되기도 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배스트셀링카로 자리매김한 세피아의 성공을 발판으로 1994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세피아를 출시한 기아자동차는 기존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외형을 둥글게 다듬었다. 뉴 세피아는 프론트 그릴을 바꾸고 에어백, ABS 등을 옵션으로 달아 더욱 고급스럽게 바꾸어 기아자동차 판매 상승을 이어 갔다. 그러나 1996년 10월 출시한 해치백 타입의 세피아 레오는 준중형 해치백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때늦은 출시로 저조한 판매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세피아 레오(5도어)는 불과 4,654대만 판매되었다.)

 이러한 세피아는 결국 1997년 후속모델 세피아II에 자리를 내준 후 단종되었다.
 출시부터 단종 시 까지 총 62만 8천168대가 생산된 세피아는 국내 최초의 완전 독자개발 승용차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어 국내 자동차 산업 매우 중요한 모델로 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