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2 09:59 조태진 tjjo@asiaeconomy.co.kr

기아자동차 노조의 비상식적인 임단협 투쟁방식이 점입가경이다. 

재계 뿐만 아니라 노동계로부터도 \'퍼주기\' 비난을 감수한 기아차의 잠정합의안이 현대차 수준에 못미친다는 이유로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 처리되는 귀족 노조의 전형적인 트집잡기가 연출됐다.

12일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1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임금협상안이 참가자 44% 찬성, 단체협약안은 42% 찬성으로 모두 부결됐다. 

최근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노사간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동의를 얻는데 실패하면서 추석전 임단협 타결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임단협 교섭 자체가 사실상 원점 수준으로 돌아서면서 추석 이후 파업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부결시킨 임금협상안을 통과시킨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라며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시기 등에 있어서도 사측이 당초 약속한 것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일 기본급 8만5000원 인상(5.6%·호봉승급분 포함), 생계비 부족분 300%·격려금 300만원 지급, 상여금 지급률 50% 인상(700→750%), 정년 1년 연장(58세→59세) 등 후한 조건의 협상안을 제시해 노조와 합의를 이끈 바 있다.

재계에서 지난 2006년 1275억원 적자, 2007년 554억원 적자로 경영난에 빠진 기아차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비판한터라 더 이상 물러설 상황도 아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2189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환율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며 "경영 정상화가 완전히 이뤄진 것도 아닌데 현대차와의 형평성만 고집하는 노조의 태도가 어이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의 파업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연휴 이후 교섭도 공전을 거듭할 경우 파업 돌입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합의안 투표가 부결되면서 노조 내부의 갈등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증도 극에 달하고 있다. 

부결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아이디 \'기아맨\'을 사용하는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이번 부결은 조합원 자존심 다 구기고 성실교섭에만 매달리고, 현대차에 빌붙어가려고 눈치보기에만 매달린 19대 집행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잠정합의안 부결은 현장 조합원의 냉정한 심판"이라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또 "주간2교대제를 포함해 모든 책임을 현대차로 떠넘기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