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품질, A/S, 판매 등등 관련해서 특히 현대차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지위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현대를 제외하곤 한국 시장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내수 시장에서 가장 큰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준중형 시장에서 아반떼가 그렇게 장기간
독주를 해도 제동을 걸 경쟁사가 없었다. 한국 시장에 맞게 투자를 할 의지 자체가 없었으니까...

이런 독과점의 배경에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우, 기아, 삼성, 쌍용 등이 차례로 넘어갔던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의 경쟁사들과 뚜렷하게 구분이 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가격이다.

한국차는 태생부터가 세계에서 가장 싼 클래스에서 출발했다. 저렴한 인건비 탓도 있었고, 기술의 한계도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싼 차를 만들어내는 국가를 상대로 경쟁을 하려면 높은 품질과 성능이 있어야 하는데 적어도 90년대 까지
한국 시장은 그런 품질과 성능에 걸맞는 수입차 가격을 감당할 소득수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imf 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소비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국산차 또한 독과점의 지위를 아낌없이
써재끼며 신나게 가격을 올려댔다. 현대가 올리면 나머지는 죄다 묻어가며 같이 올려댔다.
그 결과 일본, 미국차와 가격이 어느정도 겹치는 시장이 발생했다. 드디어 경쟁이란 것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이제 현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장벽이 하나 생긴 셈이다.

그런데 환율폭등은 이런 게임의 룰을 또 다시 바꿔놓았다. 다시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은 멀어졌다.
현대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좀 더 써재낄 여지가 생겨나며 적어도 모델 하나 체인지할 정도의 시간은 번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약화된 경쟁 속에 불리한 지위를 감수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그저 생산자가 알아서 양심껏 잘해주길 바라는 수 밖에 없게 됐다. 물론 그럴 리는 죽어도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