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쯔비시에 이어 얼마 전 닛산자동차가 공식적으로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기대를 했던 ‘승리의 R’인 GT-R이나 이효리 차로 알려진 소형의 큐브가 아니라 SUV 2종인 무라노, 로그의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기아차의 소울,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 현대차의 i30w등 신차 출시 풍년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을 넘어 이미 겨울이 시작되었음에도.

왼쪽부터 GM대우 베리타스, 쌍용차 체어맨W, 현대차 제네시스

이런 신차들 보다 출시 시기는 조금 앞서지만, 국내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모델들이 모두 모델 체인지 되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GM대우의 베리타스, 현대차의 제네시스, 쌍용차의 체어맨W는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며,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이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 크기비교
사실 이 정도 ‘급’의 차량에서 크기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고급차=큰 차’라는 인식과 함께 실제로 군대나 공무원 사회 역시 차의 크기가 곧 그 차를 타는 사람의 지위를 나타낸다. 아래 표는 기함급 차량의 크기 비교다.

숫자에 상관없이 색이 진할 수록 경쟁우위

일단 전장은 베리타스가 가장 길고 제네시스가 가장 짧다. 두 모델간의 차이는 220mm로 실제 두 차량을 동시에 놓고 비교하지 않는 이상은 알아 채기가 쉽지 않다. 반면, 주차시(특히 기계식 주차)는 이 차이가 확실할 것이다. 실제로 베리타스를 기계식 주차장에 집어넣지 못한 경험이 있다. 물론 기사가 몰아주는 차를 탄다면 별 걱정 없겠지만, 직접 운전을 한다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다만 전폭 차이는 베리타스와 체어맨W가 동일하고 제네시스보다는 5mm가 넓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높이는 베리타스와 제네시스가 같고, 체어맨이 살짝 높다. 두 차량 모두 주거성 보다는 회전 안전성에 신경을 쓴 설계다(물론 스포츠카가 아닌 이 정도 급의 세단에서의 얘기다). 휠베이스는 전장이 가장 긴 베리타스의 승리. 제네시스와는 74mm의 차이다.

■ 성능의 측면
모두 3리터가 넘어가는 대형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50마력 이상의 넉넉한 출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동방식 역시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후륜구동이다.

숫자에 상관없이 색이 진할 수록 경쟁우위

엔진형식과 배기량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체어맨W는 6개의 기통을 일렬로 늘어세운 형식이며, 제네시스는 300cc가 적은 반면, 출력은 제네시스가 가장 높고 토크는 체어맨W가 가장 높다. 사실 이 정도의 차이는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일 뿐이다.

중요한 차이는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시점이다. 체어맨W와 제네시스와 달리 베리타스는 RPM2800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이는 가속력 위주의 세팅이란 얘기. 베리타스를 단순히 소파드리븐카로 보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연비는 세 차종 중 제네시스가 가장 높다.

■ 기타 편의 사항
최근 자동차의 편의 사양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아 소울의 내장재 재질 문제와 함께, 라세티 프리미어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최고급 클래스라면 이런 요구는 더 클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전반적으로 베리타스의 승리다(볼드체로 표시된 부분 참고). 특히 프로젝션 타입의 헤드램프보다 4배 가량 밝으며 전력소모는 25% 정도 적은 바이제논 HID와 반대편 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오토레벨링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전, 후방을 감지하는 파크 어시스트가 기본이며, 유일하게 트라이존 방식의 에어컨과 2개의 전후방 LCD 모니터가 탑재되어 있다. 특히 뒷자리 공간은 가장 넓다.

흔히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을 많이 한다. 오래된 이 격언은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되지만 자동차는 그야 말로 백견이 불여일운이다.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몰아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인터넷 상에서 아무리 해당 차량에 대한 사진을 찾아보고 스펙자료를 달달 외우고 있어도 직접 타보지 않는다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다.

또한 자동차의 성능은 단순히 스펙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이 있으며 이 역시 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