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백건의 교통사고는 언비(freezing rain) 때문

18일 오전 8시 무렵 충북도 소방본부 상황실은 폭주하는 교통사고 신고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집계 결과 이날 오전에만 도내에서 3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치는 총 49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수은주를 영하 10도 밑으로까지 떨어뜨렸던 강추위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영하권의 날씨에 눈·비가 겹치면서 물과 얼음가루를 섞어 도로에 끼얹어 놓은 듯한 최악의 조건이 조성된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청주 영하 4도, 충주 영하 6도, 추풍령 영하 3도 등 영하권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행락객이 늘어나던 오전 7시30분께부터 청주를 비롯한 충북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오전 8시가 넘어서면서 충주·제천 등 북부지방에 눈과 비가 섞여 내리기 시작했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오전 8시가 넘어서면서 도내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특히 충주와 괴산, 음성 쪽에서 사고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청주기상대 관계자도 "기온이 영하권을 맴돌았던 아침에 지열이 땅 위로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눈·비로 인해 도로가 결빙된 것 같다"며 "도로가 빙판길인데도 비에 젖은 것으로만 착각해 운전자들의 대처가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북 북부지방에는 기온이 아직까지 낮고 눈도 많이 온 만큼 교통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도로공사 충주지사 관계자는 "새벽에 도로가 얼어 염화칼슘을 살포했는데, 눈.비로 인해 도로가 다시 얼어 붙으면서 운전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기환경연구소의 정용승 소장은 기상청이 \'언비(freezing rain)\' 주의보나 경보 등 특보를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대륙성 고기압의 일부가 동해와 일본 쪽으로 빠지면서 형성된 약한 기압골의 영향으로 오늘 오전 중부지방에 언비와 안개비가 발생하면서 찬 지면에 결빙이 생겼고, 특히 지방도로는 얼음판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기온이 영하 3도에서 영상 2도 사이일 때 언비나 안개비가 예상되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언비 주의보\'나 \'언비 경보\'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언비 특보를 실시한다면 인명사고나 산업시설 피해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