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에쿠스 2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제네시스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된 뒷바퀴 굴림방식 대형 세단이다. 뉴 에쿠스로 인해 이제 현대차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 모델로 채워졌다. 에쿠스는 시장의 규모는 적지만 현존하는 글로벌 메이커 중 몇 안되는 유럽 기준으로 E2 세그먼트에 속하는 초대형 세단이다. 독일과 영국, 일본,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자체 개발 E2 세그먼트의 모델을 내놓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현대 뉴 에쿠스 VS380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U>채영석</U>(<U>글로벌오토뉴스</U>국장) 사진 / <U>원선웅</U>(<U>글로벌오토뉴스 </U>기자)
뉴 에쿠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이제 현대차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 모델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1969년 회사 설립 이래 40년에 걸친 성과다. 지금 눈을 돌려 보면 글로벌 메이커들 중 현대차와 같은 라인업을 갖춘 예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차체의 크기만으로 보면 5m가 넘는 차를 만들고 있는 메이커는 독일과 미국, 일본, 영국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V형 8기통 엔진을 소유하고 있는 메이커는 전 세계 10개에 불과하다.
어느덧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리의 포인트가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했고 브랜드라는 점을 중시하기도 했었다. 연간 400만대 이상 생산하는 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그레이트(Gtreat) 6’라는 의견이 지배한 적도 있었다. 또는 친환경, 또는 차세대 파워 트레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도 재기됐었다. 최근에는 연간 1,000만대라는 새로운 규모의 경제논리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 모든 논란과 주장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은 논외였다. 디트로이트 빅3가 힘을 잃은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미국 자동차업체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해 필자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리’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는 메이커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빅3를 제외하면 토요타와 폭스바겐, 닛산, 혼다, 그리고 현대기아 정도를 꼽는 것이 보통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합하면 아직까지는 7개 업체 정도다. 그레이트6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해도 거기에 현대기아차가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에쿠스는 그런 현대기아차 그룹의 존재감의 표현이다. 특히 1995년 5월 등장한 초대 에쿠스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당시로서는 한국차로서는 가장 크고 가장 비싼 모델이었지만 스타일링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까지 주요 부분을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를 취했었다. 현대자동차가 초창기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배운 것은 미쓰비시였다. 그리고 그 역사는 한국산 최대 모델에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공동 개발을 했음에도 1세대 에쿠스는 안정적이지 못한 품질관리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깡통’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도 문제가 많았고 큰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강성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짧게는 초대 에쿠스부터, 길게는 국산 고유 모델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 이래 40년 가까운 사이에 현대차는 온전히 자생력을 갖춘 메이커로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공동 개발 당시 미쓰비시는 4.5리터 엔진 개발을 포기했으나 현대자동차는 밀어 붙였다. 시행착오였지만 그 결과 이제는 4.6리터 타우엔진까지 독자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겠지만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놀랍다는 표현 이외에는 특별한 표현이 떠 오르지 않는다.
국산차의 기치를 내걸고 40년 전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의 결실이 이제야 맺어졌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맨 땅에 헤딩하기’로 도전했던 한국차 만들기가 이제야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물론 1990년 마북리 연구소의 설립으로 자체 엔진 개발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또 1998년 현대기아차의 통합에 의한 남양연구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또한 쏘나타부터 시작된 독자적인 플랫폼 계획이 없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제품력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점에서 무리수에 강수를 두면서 기술력을 확보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사이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대는 완전히 독립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플라이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부품을 직접 자회사를 통해 개발하기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한국을 4대 축으로 행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현대가 만들어 내는 차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사실 에쿠스가 속하는 세그먼트의 판매대수는 아주 미미하다. 가격으로 따지면 미국시장에서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모델의 판매대수는 페라리와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을 모두 합해도 30만여만대에 불과하다. 연간 7,000만대가 넘는 시장에 비하면 0.5%도 되지 않는다. 에쿠스가 과연 그 정도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것이 항상 안타까운 부분이다. 제네시스의 예를 참고로 한다면 4만~5만 달러선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표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에쿠스급의 모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지대하다. 기술력의 표현을 넘어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까지 포함한 종합예술로서의 극치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역사를 근거로 현대자동차만의 가치를 형상화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넓혀가는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다. 그렇게 해서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걸맞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Exterior
에쿠스는 외형적 존재감의 표현에서 크기에 대한 고려가 많은 모델이다. 중후한 고급스러움의 표현에서 20세기의 방식과 오늘날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고민했다는 얘기이다. 스타일링 큐는 발전(Evolution)이 아니라 혁신(Revolution)이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큐를 채택했다는 얘기.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존재감이다. 이 세그먼트의 모델들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존재감은 외형적인 존재감과 내재적 존재감으로 구분된다. 외형에서는 크기가 우선이고 다음이 스타일링 디자인이다. 거기에 파워트레인도 들어간다. 각종 첨단 장비도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내재적인 것은 브랜드 가치를 일컫는다. 스타일링 디자인은 파워 트레인과 함께 외형적인 존재감과 동시에 내재적 존재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외형적인 존재감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모두 갖추었다. 현대자동차가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렉서스 LS 시리즈보다 수치상으로 더 큰 차체를 갖고 있다. 이 등급의 모델을 타는 수요자들에게 주변을 압도하는 차체는 필수조건이다. 전장×전폭×전고가 5,160×1,900×1,495mm, 휠 베이스 3,045mm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의 5,076×1,871×1,473mm, 3,035mm보다 크다. 렉서스의 롱 휠 베이스 버전(5,150mm)보다 크다.
스타일링 디자인은 제네시스의 독창성이 워낙 강해서인지 에쿠스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져 보인다. 오늘날 럭셔리카들이 많이 사용하는 라인과 면이 부분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독창성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우리의 입장에서 본 시각이다. 이는 시장의 수요자들이 판단한다. 여기에는 ‘좋은 디자인이 잘 팔리는지, 아니면 디자인이 좋아서 잘 팔리는지’라는 아이러니한 논란도 있다.
프론트 엔드에서는 VS460의 폭포수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VS380은 수평 그릴로 차별화하고 있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60%를 차지한다고 하는 프론트 엔드는 에쿠스뿐만이 아니라 현대 브랜드가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자리할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댑티브 HID 헤드램프와 아래쪽에 LED 램프를 사용한 방향지시등으로 고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이드 실루엣은 기본적으로 로 노즈 하이 데크라는 이론에 충식하고 있지만 선대 모델의 각에 비해 라운드화를 강조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캐릭터 라인. 벤틀리 컨티넨탈 시리즈, 그리고 메르세데스 신형 E클래스 등에서 보았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이 등급의 모델들은 직선에 가까운 라인을 사용해 완고함을 표현한다. 그에 반해 신형 에쿠스의 그것은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에쿠스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 그만큼 중후함을 상쇄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 라인으로 인해 수치상으로는 선대 모델보다 더 크지만 시각적으로는 작아 보인다. 아래 세그먼트에서와는 달리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C필러의 경사각을 완만하게 눕힌 것도 각을 세웠던 과거와는 많이 다른 터치이다. 그래도 선의 사용이 많이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리어에서는 와이드한 감각을 살리려 한 터치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의 디자인이 렉서스 현행 LS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다. 선대 모델보다는 작아졌다. 트렁크 리드의 가니시와 앞뒤 범퍼 좌우, 사이드 도어 프레임 등에 크롬 도금처리를 한 것은 디자인 측면에서의 평가와 시장에서의 평가가 다를 수 있는 부분이다. 디퓨저 타입의 범퍼와 그 아래쪽에 일체형으로 머플러를 삽입한 것은 시대적인 흐름에 충실한 것. 그러면서 전체적인 조형미에서는 독자적인 컬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에쿠스는 제네시스와 같은 플랫폼을 유용하고 있으며 차체 중량 배분을 앞 : 뒤 52 : 48로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차체 강성 측면에서의 신장이 느껴진다. 제네시스 때도 그랬지만 섀시 제어 기술이 과연 현대자동차가 직접 세팅했을까 할 정도로 단단해졌다. 소음과 진동의 실내 차단을 위한 N.V.H. 대책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느끼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도 무방할 내용이다. 공기저항계수 Cd치는 0.27.
Interior
인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네시스와 쌍용의 체어맨W도 그랬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S클래스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크게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그렇고 도어 트림에 설계된 시트 조절 버튼도 마찬가지이다. 우드트림과 크롬도금, 알루미늄 트림을 모두 사용해 힘이 너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실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리얼 우드 트림. 7시리즈와 S클래스, LS 등에도 적용되어 있다. 실제 원목을 여러겹으로 압축해 코팅한 리얼 우드는 한국산 차로서는 처음이다. 리얼 우드 트림이 주는 혜택(?)은 모든 차이 패턴이 같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차별화가 중요한 요소라는 점 때문에 채용한다. 크래쉬 패드와 도어 트림 및 운전석 에어백 부분을 천연 가죽으로 감싼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센터페시아에서는 아날로그 시계가 먼저 시선을 잡는다. 조금은 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맨 위에 있는 8인치 대형 모니터가 제네시스를 통해 선 보였던 운전자통합정보시스템, 즉 DIS컨트롤러와 함께 신세대 현대차임을 주장하고 있다. 스타일링 디자인만큼이나 선호도가 다양한 부분이다. 일단은 직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사용하기 쉽게 처리되어 있다는 얘기. 제네시스에서와 마찬가지로 DIS와 시프트 레버 패널 주변의 버튼류가 조금은 많아 보이지만 가능한 심플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전동식 틸팅&텔리스코픽 기능의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패드의 버튼은 제네시스와 일부 공유하고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최근의 현대차들이 그렇듯이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채용하고 있다. 온보드 컴퓨터의 디스플레이창이 별도로 설계되어 있어 차량의 상태 및 경고음, 편의 기능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주고 있다.
시트는 5인승을 기본으로 4인승 모델도 있다. 당연히 오늘날 이 등급의 유저들이 상상하는 모든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냉난방 통풍시트의 착좌감은 안락성을 우선 고려한 감각이다. 그러니까 앉게 되면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세그먼트의 차, 특히 아시아 지역의 유저들을 위해 중요한 것은 뒷좌석의 편의성이다. 에쿠스는 이 대목에서는 렉서스 LS시리즈를 벤치마칭하고 있다. 뒷좌석 오른쪽에 앉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조수석 시트를 앞쪽으로 폴딩시키는 것과 시승차인 VS380에는 채용되지 않았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아래쪽 다리 지지대를 설계한 것, 그리고 마사지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마사지 기능은 자동과 수동모드가 LS는 3개인데 에쿠스는 2개 뿐인 점만 다르고 15분이라는 작동시간까지 똑 같다. 다른 점은 LS는 유선 리모콘인데 에쿠스는 무선이다. 필자도 가끔씩 뒷좌석에 앉아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장비는 호사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심리적인 안락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낀다. 오랫 동안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아야 하는 것은 중요한 조건이다.
당연히 뒷좌석 탑승차를 위한 모니터라든가 쿨박스, 수납함, 조명, 거울, 테이블 등 그동안 수입차를 통해 경험했던 거의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다. 트렁크 용량은 474리터로 비교대상으로 삼은 모델들 중에서는 가장 크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도 세일즈 포인트.
트렁크는 골프백 탑재를 중시하는 한국시장을 의식해서인지 용량도 474리터로 크고 좌우 벽면처리도 깔끔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8리터 V6 람다와 4.6리터 V8 타우 두 가지. 3.8 V6는 국내에, 4.6리터 V8은 미국시장에 제네시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이중 V8 타우는 한국차 최초로 미국 워즈(Ward’s)가 선정한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은 필자가 심사원으로 속해있는 ‘엔진 오브 더 이어’에 비해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위한 조건들을 하나씩 축적해 간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VS460의 엔진은 배기량 4,627cc V형 8기통 DOHC로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가변 흡기기구, 흡배기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까지는 채용했지만 아직까지 직분사는 아니다. 직분사 엔진도 머지 않아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출력 366ps/6,500rpm, 최대토크 44.8kgm/3,500rpm을 발휘한다. 최고출력 부분에서 렉서스 LS460의 380ps/6,400rpm보다는 떨어지지만 절대 수치가 의외로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만하다.
오늘 시승하는 모델은 VS380으로 제네시스 BH380을 통해 이미 경험했던 엔진으로 3,778cc V형 6기통 DOHC D-CVVT로 최고출력 290ps/6,200rpm, 최대토크 36.5kg•m/4,500rpm를 발휘한다.
트랜스미션은 ZF제 6단 AT가 조합된다. 제네시스용에 비해 일부 부품이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이미 검증을 받은 변속기라는 점에서는 문제가 없다. 다단화가 마케팅 수단이 되어 있는 시대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뒷바퀴 굴림방식용 8단 AT도 자체 기술로 개발이 완성단계에 있어 머지 않아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00rpm 전후, 레드존은 6,75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50km/h에서 2단, 100km/h에서 3단, 145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통상적인 기어비를 채택하고 있다.
엔진 사운드는 전형적으로 정숙성에 포인트를 맞춘 타입이다.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올라감에 따라 데시벨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남양연구소의 프루빙 그라운드의 고속주회로에서 250km/h 가까운 속도까지 끌어 올려도 엔진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았다. 차체 중량을 생각하면 의외의 가속감이다. 날카롭게 치고 올라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호쾌한 가속감으로 도로를 제압한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첫 번째 벽 직전에서 변속이 된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거침이 없다고 했던 제네시스에서와는 약간 다른 반응이다. 더 이상 속도계의 바늘을 올리는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기어폭은 약간 넓은 설정이다. 4.6리터 사양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물론 오늘날 등장하는 엔진들은 플랫 토크로 전 영역에서 고른 반응을 보여준다. 사운드는 렉서스와 같은 감각으로 극단적인 정숙성 지향이다.
더불어 트랜스미션과의 매칭도 크게 지적할 것은 없다. 시프트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거나 하지 않는다. 차체 중량을 생각하면 좋은 세팅이라고 할만하다. 최근 다단화의 추세 때문에 여러가지 말이 많지만 통상적인 주행이라면 이 이상은 필요없을 것 같다. 특히 8단 AT는 가격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패들 시프트는 왜 채용하지 않았을까?
서스펜션은 앞뒤 공히 멀티 링크. 이론적으로 주행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타입이다. 문제는 세팅력에 의해 성격의 차이가 난다. 에쿠스는 댐핑 스트로크가 메르세데스 벤츠 S350L, 렉서스 LS460L의 중간 점을 잡고 있다. 차체의 쏠림, 즉 롤 각의 억제 정도가 위 두 차의 중간 정도라는 얘기이다. 쉽게 설명하면 승차감이 유럽차보다는 부드럽지만 일본차보다는 하드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락성을 중심으로 쾌적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두는 타입이다.
그런 특성은 요철이 있는 도로와 연속된 와인딩 로드 등에서 잘 나타난다. 노면의 요철에 대해서는 세 차가 특별히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흡수를 하고 지나간다. 다만 연속된 코너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 차를 운전하는 운전수(?)가 그런 운전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그로 인한 운전자의 자세 차이는 크다.
여기에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장비하고 있다. High, Normal, Low 3단계로 감쇄력을 제어하도록 되어 있다. 운전자는 버튼으로 High와 Normal 상태를 조절할 수 있고 차고가 30mm 상승 또는 하강한다. Low 모드는 120km/h 이상의 속도로 10초 달리면 자동으로 차고를 15mm 낮추어 주는 기능이다.
코너링에서 2톤이 넘는 차체를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빠져 나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자세가 나온다. 한국차의 경우 가끔씩 시승을 위한 차량에 별도의 세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분은 확인할 수 없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인 VDC를 중심으로 한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의 채용으로 웬만한 트러블을 해결해 준다. 다만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현장 노하우가 많은 선진 메이커들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헤어핀에서 리어 타이어의 접지력을 원한다면 18인치나 19인치를 선택하면 된다.
스티어링도 전기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채용해 쾌적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최소회전반경 수치도 평가할만하다. ASD 채용시 5.65m, AIR은 5.75m로 S클래스의 5.9m보다 적다. 실제 주행성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교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전체적으로는 중속 영역까지는 불만이 없지만 고속역으로 올라가면 4.6리터 사양을 타 보고 싶어진다.
시승 도중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런 하드웨어의 성격보다는 각종 첨단장비의 기능들이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그 외에는 또 무엇이 없을까 할 정도로 이 크기의 자동차들이 채용한 것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에쿠스에 거는 기대가 큰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객관적으로 같은 크기의 독일 프리미엄 모델들이나 렉서스 등과 비교하기에 아직 갭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품성 때문이 아니라 파워트레인의 개발력과 브랜드의 격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초기 시승에서는 비교할 테면 해봐라 하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얘기해 보라는 식이다. 그래서 그들이 장비하고 있는 것들은 가능한 모두 채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보음과 함께 안전벨트를 조여주는 차선이탈 경보장치를 비롯해 전후방 카메라를 이용한 주차 보조장치,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 앞 차와의 차간거리 제어 장비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제네시스에서 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행보를 보여 주었다.
차선이탈경보장치가 황색선을 인식한다는 것이라든가 후방 주차 가이드 시스템, 도어를 완전히 닫아주는 기능 등도 그만큼의 돈은 들어가지만 이 등급 유저들에게는 필수장비다. 차선 이탈경보장치는 경고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시트벨트를 당겨 운전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안전장비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다만 차선 상태에 따라 흰색 점선을 황색실선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주목을 끌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양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결코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차체 강성 측면에서 높은 발전을 보이면서 제품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링과 디자인, 상품성 측면에서 아무리 내용을 갖추었다고 판매가 적으면 좋은 차로 평가되지 못한다. ‘잘 팔린 차치고 나쁜 디자인 없다.’라는 역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현대와 기아차를 보면서 좋은 차로 만드는 것은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제네시스 이후 한국차도 글로벌 무대에서 가격 전략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대두되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Value for Money만을 부르짖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짧은 역사를 핑계로 댄다. 그것을 인정한다해도 어떤 형태로든지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해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그저 ‘가격 대비 가치가 좋기 때문에’라는 전략이 언제까지 먹혀들지는 않는다. 프랑스와 미국 메이커들이 잘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주요제원 에쿠스 VS380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60×1,900×1,495mm 휠 베이스 : 3,045mm 차량중량 : 1,875kg 트레드 앞/뒤 : 1,616/1,633mm 실내 (장×폭×고): -----mm 최저지상고 : ----mm 트렁크 용량 : 474리터 연료탱크 용량 : 77리터
엔진 형식 : ,778cc V형 6기통 DOHC D-CVVT 보어×스트로크 : 96.0×87.0mm 압축비 : 10.4 :1 최고출력 : 290ps/6,200rpm 최대토크 : 36.5kg•m/4,500rpm
섀시 서스펜션 : 앞/뒤 멀티링크(5링크) 브레이크 : 앞/뒤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245/45R19//275/40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방식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AT 기어비 : 3.520/2.042/1.400/1.000/0.716/0.596/후진 3.224 최종감속비 :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5.65m(5.75m) 연비 : 9.4 km/ℓ
차량가격 VS380 모델 : 럭셔리(Luxury) 6,370만원 프라임(Prime) 7,240만원 프레스티지(Prestige) 8,300만원
VS460 모델 프레스티지(Prestige) 1억 520만원 (작성일자 2009년 4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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