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 대책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을 미리 확보하라는 국회의 주문을 무시하다 가격이 3배 가까이로 폭등한
뒤 뒤늦게 구입하느라 부산을 떠는가 하면 타미플루 확보를 지적한 감사원 감사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책 마련 주문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3일 신종 플루 관련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백신확보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변웅전(자유선진당) 위원장은 통화에서 “지난 4월, 6월 상임위 회의에서 가을철 대유행을 예견하고 복지부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분명히 경고했다”며 “당시엔 백신 도스(1회 사용량)당 7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2만원까지 올라 국민세금이 낭비됐다”고 말했다. 신상진 한나라당 5정조위원장도 “복지부가 백신 비축을 서두르지 않아 외국제약회사와의 입찰가격 협상에서 너무 많이 시간을 끌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희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당시(6월) 백신물량 자체를 확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고 현재 백신 추가 구입 예산으로 7월 1748억원, 8월 1084억원이 확보됐고 이중 일부는 계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타미플루는 현재 11% 확보된 상태고 올해 안에 20%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정부기관의 타미플루 확보 대책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이 공개한 2008년 1월 질병관리본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체인구의 20~30%에 해당하는 양을 목표로 정해 비축하고 있는데 우리는 목표량조차 없고 비축량도 2%밖에 안돼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 타미플루 구입예산 65억원 중 2억원을 여행자수첩 구매에 사용해 담당자가 주의처분을 받기도 했다. WHO도 1999년부터 2006년까지 4차례 걸쳐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경고했다.

한편 2006년 이철희(경제학) 서울대 교수가 작성한 질병관리본부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엔자의 사회적 대유행시 5만4000명이 사망, 사회경제적비용만 2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