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리포트 작성과 봉사활동 점수를 얻기 위해서 왔다지만 정작 애들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그때 옆에 있던
지영이가 말했다. \'선배, 애들 위해서 뭐라도 좀 사오는게 어떨까요?\' 그 말을 듣고 애들의 얼굴을 보니 배가 고프긴
고픈거 같았다. 하긴.. 4시간을 뛰어 놀았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뭘 사지?\' 지영이는 답했다. \'치킨이 어떨가요? 애들 먹기에 젤 좋을거 같은데.\' 그런데 문제는 치킨은 비싸
다는 것이였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치킨은 너무 비싸잖아. 요새 치킨이 치킨이 아니야. 한마리
에 무려 1만 9천원이나 한다고. 여기 애들 20명 먹일라면 15만원은 그냥 깨지는거야. 우린 학생이라서 그정도 돈도 없
잖아...\'

\'치킨\'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토록 흥분했던 아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내 기죽어 눈을 아래로 드리 깔았다.
\'하아...\' 미안한 기색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그때 소년원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던 영식이가 치킨을 먹을 수 있겠다면
서 방긋 웃어보았다. \'선배, 여기 좀 와보세요.\'  \'뭐..뭔데 그래?\'

"롯데마트 통큰치킨 한마리에 5천원"

난 그 문구 하나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래, 바로 이거닷! 우리는 롯데마트로 달려갔다. 줄이 좀 길었지만 운 좋게도
치킨을 10마리정도 구입할 수 있었다. 닭이 워낙커서 그정도도 푸짐해보였다. 가격도 5만원선에서 그쳤다. 3배를 절약
한 샘이였다.

소녀원에 가서 치킨을 한보따리 풀었다. 우리의 겨울은 성냥의 붉은 빛처럼 따스히 타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