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신문기사>

부산은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상 일본문화의 관문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도 서울보다 부산이 앞선다.

부산의 패션중심지는 크게 3곳으로 나뉜다. 남포동 국제시장은 초창기 부산 거리 패션을 리드한 터줏대감이다. 가격대가 타지역보다 20%정도 저렴한데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 로바다야키등 일본선술집이 밀집되어 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고 있으나 예전의 명성만은 못하다.

부산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서면은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패션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밀리오레등 대형쇼핑센터가 밀집되어 있고, 일본선술집도 많지만 대학생들보다는 주로 10대 청소년들 위주의 거리패션이 강세다.

부산 패션의 일번지라고 하면 부산대앞 로데오거리를 꼽을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부산대에 이르는 400m 구간 양편에 서울의 이대앞과 비슷한 패션의 거리가 위치하고 있다. 4개의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5-10평 규모의 소규모 패션가게들은 유행경향을 한 발 앞서 이끌어가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데오거리를 주도하는 패션은 뭐니뭐니 해도 일본스타일(속칭 니폰필)이다. 지난 9일 로데오거리를 찾았을 때는 가을옷과 여름옷의 교체기간이라 그런 지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거리를 오가는 일본느낌이 물씬 풍기는 젊은이들의 패션을 통해 “역시 일본패션의 일번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여름의류 세일을 하고 있었는데 올 여름 유행경향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여성의류의 경우 상의는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가 들어간 에스닉풍의 시퐁 티셔츠와 색깔별 끈소매티를 여러 벌 겹쳐 있는 레이어드 룩이 눈에 많이 띄었다.

치마는 화려한 색상의 주름치마와 층층이치마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레깅스(허리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스타킹의 일종)를 입어 멋을 낼 수 있도록 한 초미니 스커트가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 엄청나게 유행했던 빈티지스타일(옷 끝이 닳아 실밥이 터져 나온 바지나 구멍이 숭숭 뚫린 셔츠, 오래 입어 색이 바랜 옷 등 중고 의상을 가리키거나 또는 이러한 중고 의상을 즐겨 입는 풍조)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남자 옷가게는 전형적인 니폰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힙합, 보드, 간지(느낌이 난다는 일본어로 통하는 패션)스타일이 뒤섞여 있어 대조를 이루었다.

티셔츠는 화려하거나 과장된 그림이 들어간 형태나 여성의류처럼 레이어드 룩이 강세를 보였으며 청바지는 주머니가 많이 달린 카고팬츠, 통이 넓은 일자형 바지가 유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가게마다 독특한 스타일의 옷들을 구비하고 있어 천편일률적인 유행스타일을 좇아가지는 않는 듯했다.

액세서리는 매우 화려하면서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스타일이 유행이었다. 목걸이는 공주풍의 화려한 플라스틱 소재와 남성적인 느낌이 드는 메탈 소재, 아프리카 토착적인 느낌의 우드 소재가 많았으며 벨트는 버클이 강조된 메탈(속칭 징)이 박힌 가죽벨트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들의 가방이 백팩에서 토드백이나 힙색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드백은 거의 옷가방에 가까울 정도로 부피가 큰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로데오거리 패션은 일본보다 2년 늦는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2년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부산에 제일 먼저 상륙한 뒤 서울로 올라가 전국적으로 유행이 되는 게 스트리트 패션의 정설로 통한다.

니폰스타일 판매점 On Air 주인 장대섭 씨(27)는 “예전에는 어떤 스타일의 옷이 유행한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옷을 입었지만 요즘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멋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니폰스타일도 일본 현지 패션스타일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글·사진 韓景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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