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대구국제공항
서울노선 하루 1편…中·동남아 겨우 명맥
동남권 신공항 추진과정 입지 약화 우려

대한항공 대구~김포 노선의 운항중단으로 대구의 하늘관문인 대구 국제공항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노선만 운항되면서 국제공항의 명색만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과의 하늘길마저 줄어들어 대구공항의 위상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이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대구 국제공항 활성화 전략에 악영항을 끼치는 것은 물론,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지역의 입지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1일부터 대구~김포 노선을 잠정 중단했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조치는 승객 감소에 따른 적자 누적 때문이다.

대한항공 대구지사에 따르면 2004년 고속철도(KTX) 개통 이후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구~김포 노선의 운항편수가 하루 9편에서 2편으로 준 데 이어 2005년 11월부터 하루 1편으로 축소됐음에도 탑승률이 10~20%에 불과하다는 것.

대한항공 대구지사 허화영 차장은 "올들어 대구~김포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20%대에 머물 정도로 심각한 수요 부진 상태"라면서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부터 대구~김포 노선의 운항 편수를 하루 1편으로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나 항공은 "하루 평균 30~40명만 탑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측은 대한항공과는 달리 아직까지 대구~김포 노선의운항 중단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공항의 심각한 승객 수요 부진은 김해국제공항과 비교되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이 진출할 정도로 항공수요가 폭증한 김해공항은 오는 26일 5만665㎡ 규모의 새 국제선 청사를 열 예정이다. 김해공항측은 새 국제선 청사가 문을 열면서 연간 463만여명의 국제선 여객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해국제공항의 활성화에 힘을 얻어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사까지 생긴다. 부산은행, 넥센 등 10개 기업이 초기 자본금 50억4천만원을 출자해 지난달 6일 출범식을 가진 부산국제항공은 2009년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 갈수록 불리한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대구공항의 다각적인 수요 창출 방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시는 동남권 신공항 출범 이후 대구공항을 저가항공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공항의 항공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경우 동남권 신공항 출범 후에는 \'죽은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양한모 교수는 "KTX의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했다면 KTX보다 더 저렴하거나 서비스가 풍부한 항공사를 유치하는 등 KTX와 차별되는 여객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김해나 울산공항의 승객이 왜 늘어나고 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