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의 외래어 공해가 도를 넘고 있다.

행정 용어·표어 등에 부적절하거나 헷갈리는 외래어를 남용하면서 시민과 학생들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8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U>마산시 보건소</U>는 올해부터 중증장애인 및 의료수급 65세 이상 거동 불편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일 홈 닥터 시스템(Smile Home Doctor System)’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의미가 와닿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확한 이름조차 부르기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외래어를 잘못 사용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사례도 종종 있다. 거제시는 지난 2월 도시를 알리는 표어를 정하며 ‘블루시티 거제’(Blue-city Geoje)를 공식 표어로 지정했다.

‘푸른’ 바다를 끼고 있는 환경과 세계적인 조선 도시를 이끌고 있는 산업역군(<U>블루칼라</U>)을 함께 표현한다는 취지이나 ‘블루’라는 단어가 ‘우울한’, ‘비관적인’ 등의 뜻을 동시에 담고 있어 외국인에게 엉뚱한 의미를 전달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랜드마크(Landmark), 멘토(Mentor), 클러스터(Cluster) 등의 용어도 시민들의 귀에는 낯설게 들려 정확한 의미를 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도 시의 모토를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로 정한 뒤 지역 대표 축제인 <U>달구벌 축제</U>를 ‘Colorful Daegu Festival’이란 영문 이름으로 바꿔 3년째 열고 있다.

12일부터 열리는 올해 축제의 개막 주제공연은 ‘대구 판타지’이고 동성로 주제공연의 명칭은 ‘Oh! 뷰티풀 동성로, 원더풀 대구’이다.

세부행사 명칭도 토털 비주얼 아트 쇼, 매직 버블 쇼 등으로 외래어 일색이며 컬러풀 <U>석고 마임</U>과 컬러풀 가요제, 신천 컬러숲 등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드는 명칭의 프로그램도 많았다.

이런 현상은 민간과 대학가 행사 및 사업도 마찬가지다.

오는 15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2007대구세계애견산업엑스포는 ‘Life Partner!, Life Culture!’란 문법에도 어긋난 영문 문구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또 지난달 초 우방타워에서 열린 테디베어 전시전의 이름은 ‘Teddy & Friends’였고 지난 3월 경북대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의 이름은 ‘Moi & Non Moi:自我와 非自我’展이었다.

지역 대학들의 장기 발전 계획 명칭은 <U>계명대</U> ‘K-UP project’, 영남대 ‘Jump-upYU’, 대구가톨릭대 ‘CU-V project’ 등이었고 <U>금오공대</U> 지역전략산업 기반인력 양성사업단의 이름은 ‘PoP-iT’(Product Oriented Practical IT)였다.

<U>국립국어원</U> 박용찬 <U>학예연구관</U>은 “행정 기관에서는 정책에 대해 참신한 느낌을 주고 관심을 끌기 위해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부적절한 외래어로 단기간의 시선을 끌기보다는 쉬운 우리말을 쓰면서 충실한 내용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구·창원=문종규·안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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