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연산8동 김 씨의 재개발사업 부지 일대는 버려진 땅처럼 황량했다. 허물다 만 건물들 사이로 철근 따위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흉측함을 넘어 공포심을 자아냈다. 일부 건물은 불에 탔는지 온통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여기저기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었다. 그나마 인근 주민들이 개간한 텃밭에 돋아난 푸성귀가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부인과 함께 텃밭을 일구던 동내 주민 최모(71) 씨는 "소일 삼아 노는 땅에 채소를 키우고 있지만 이대로 계속 방치했다가는 동네 다 망칠 판"이라고 말했다.
부지 내 빈집으로 남아 있는 한 빌라 안으로 들어서자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악취가 진동을 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창에서 부서져 나온 유리 파편들이 부스럭거렸다. 어떤 집에는 타다 만 초와 깨진 술병들이 나뒹굴었다. 폐허가 된 지 오래지만 아직 보상금을 받지 못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남은 사람도 10여 명에 이른다. 김모(43) 씨는 "이 건물에 살고 있던 열 집 중 다 떠나고 우리만 남았다. 해가 지기 무섭게 청소년들이 그나마 온전한 건물에 들어와 담배를 피우고 웅성거려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이렇게 얼마나 더 지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상권이 무너진 것은 주민들에게는 더 큰 문제다. 벌써 많은 상인들이 가게를 떠났고 남아 있는 상인들은 그저 막막함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도로 하나를 두고 \'폐허\'와 마주한 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최복술(여·50) 씨는 "놀러오는 사람이 아니면 사람 구경을 못해 오후 8시만 넘으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떠날 수도 없어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의 피해도 만만찮다. 동네 상점들뿐 아니라 인근 연동시장과 연천시장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연동시장의 한 상인은 "당분간 재개발사업 재개가 어렵다고 하는데 무슨 수를 내야지 이렇게는 올해를 넘기지 못한다. 건설업자와 공무원이 잘못한 피해를 왜 우리가 봐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 재개발사업은 김 씨의 사업시행권을 제3자가 인수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밤 11시 인근 주유소의 불마저 꺼지자 이 일대는 칠흑 같은 암흑에 휩싸였다. 인근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오태호(60) 씨는 "해가 지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곳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보안등이라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업자 김상진씨 로비의혹 진원지인 연산동 주택매입 개발 사업 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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