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이 뭉쳤다 [조선일보 2006-09-01 03:16]     대수도론에 자극… ‘동남권 경제공동체’ 모색 광역전철망 조기 개통 등 10大과제 발표해 [조선일보 김학찬기자] 대구·경북에 이어, 부산·울산·경남도 하나의 경제공동체·생활공동체로 묶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 김태호(金台鎬) 경남도지사는 31일 울산에 모여 ‘동남권 3개 시도 공동발전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당장 공동 노력해야 할 10대 과제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두 달에 한 차례 정례회의를 갖고, 수시로 실무자 협의도 병행하기로 했다. ◆‘대수도론’에 자극, 결집 서둘러 이들 3개 시·도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규제 철폐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가야 한다’는 대수도론에 대해 반발해왔다. “피폐한 지방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중앙·지방 간 불균형을 고착화시킬 뿐”이란 것. 지난 6월 22일엔 공동으로 ‘반대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후 동남권 공동발전 방안을 마련키로 했고, 2개월 만에 합의안을 내놓았다. 앞서 경제 통합 추진에 나선 대구·경북의 움직임도 자극이 됐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줄기차게 제기돼온 상생(相生)을 위한 권역화의 필요성이다. 예컨대 이들 3개 시·도의 광공업 생산은 전국의 25%가 넘지만, 부가가치 생산 규모를 나타내는 지역 내 총생산은 17%에 불과하는 등 산업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자산·재원을 함께 활용하고, 중복 투자는 피해 공동 이익을 늘리자는 것. ‘대수도론’은 ‘더 이상 늦춰선 안 되겠다’는 위기감을 구체화시켰을 뿐이란 것이다. ◆어떤 사업부터 펼치나 이날 합의된 10대 현안 과제는 크게 대정부 공동대응 2건, 3개 시·도 공동추진 5건, 상호협조 3건으로 분류된다. 당장이라도 공동 보조가 가능한 분야라고 판단된 것들이다. 우선 공통 과제인 항공 수요와 관련,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국책사업에 반영시키기 위해 공조키로 했다. 3개 시·도의 핵심지역 간 이동을 1시간 안으로 줄여줄 광역전철망의 조기 개통과 자치단체 부담 비율 축소를 위한 대정부 협의에서 공동전선을 펴기로 했다. 또 울산의 오토밸리를 중심으로 자동차 관련 부품과 장비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시장에 개척단을 공동 파견하며,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해온 총 8개 해외사무소도 공동 이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동해 남부 해역의 골칫거리인 적조(赤潮) 현상에 대한 예보·방제·피해조사 활동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3개 시·도가 최근 5년간 입은 적조 피해는 200억원에 가깝다. 이 밖에 각 시·도가 개최할 예정인 국제행사의 홍보와 참여에서도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울산에서는 전국장애인체전(9월 12~15일), 경남은 국제기계박람회(10월 18~21일), 부산에선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의 교통물류박람회(11월 6~11일) 등이 열린다. ◆관건은 역시 지역 이기주의 각 시·도는 “남은 문제는 실제로 하나씩 공동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단위의 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울산시의 한 간부는 “공동 발전이라는 대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막상 입지 결정이나 사업 주도권 문제에 부닥치면 조율이 힘들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행정자치부도 “자치단체들이 중복투자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상생 협약을 맺어 주민들 기대만 키워 놓고, 결국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해 이렇다 할 결실 없이 막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김학찬기자 [ chan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