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층 ‘버즈 두바이 공사’ 숨은 노하우 레미콘을 575m까지 쏘아올려라 지난 2004년 12월 8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내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언론사에 통보했다. 담당기자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내일 보면 안다”고 했다. 다음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상대(李相大) 사장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 두바이’(Burj Dubai) 공사를 우리 손으로 따냈다”고 발표했다. 이 건물은 지상 160층 이상, 높이 700ｍ 이상, 연면적 15만평 규모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508m)인 대만 타이베이금융센터(TFC101)보다 200m 이상 더 높다. 하지만, 초고층은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버즈 두바이의 경우, 현재 35층까지 골조가 올라갔고, 2008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공사기간은 47개월이다. 일정을 맞추려면 최소 3일당 1개 층씩 골조가 서야 한다는 게 삼성물산측 설명이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작년 1월 착공한 세계 최고층‘버즈 두바이’빌딩은 현재 35층까지 골조가 올라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그렇다면, 삼성은 이 건물을 어떻게 짓고 있는 걸까. 여기에는 다른 회사가 흉내내기 어려운 ‘노하우’가 숨어있다. ▲고강도 콘크리트 타설 ▲자동이동 거푸집(ACSF) ▲리프트 업(lift up) ▲철근 선(先) 조립 등 4가지 핵심 공법과 기술이 그것이다. 160층 이상 초고층을 지으려면 무엇보다 콘크리트가 단단해야 한다. 버즈 두바이 현장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강도는 800㎏/㎠이다. 가로, 세로 1㎝의 좁은 면적에 몸무게 80㎏인 사람 10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끄떡 없는 수준으로, 진도 7.0의 초강력 지진에도 건물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강도만 갖고는 안 된다. 공기를 맞추려면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하고, 고층까지 이동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래서 보통 하루가 걸리는 양생 시간을 10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상에서 배합한 콘크리트는 펌프(pump)와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공중으로 쏘아올린다. 삼성물산 강선종 상무는 “이번 공사에서는 지상 575ｍ까지 한번에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은 1개 층 공사가 끝나면 2300ｔ급 유압잭(jack)장비를 이용해 저절로 다음 층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서 156층까지 올라간다.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를 ‘ACS’(auto climbming system)라고 부른다. 일반 거푸집은 1개 층 공사가 끝나면 해체한 후 다음 층에서 다시 조립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시간과 인력이 절약된다. 기둥이나 옹벽에 들어가는 철근 골조는 지상에서 완성시킨 다음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한꺼번에 끌어올려 필요한 자리에 앉히는 공법도 사용된다. 고층 작업에 필수적인 타워크레인도 지상에 고정된 게 아니라 거푸집에 매달려 자동으로 1개 층씩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타워크레인이 꼭대기 층인 160층까지 올라가고, 그 위에 설치될 첨탑(100ｍ 이상)은 지상에서 조립한 뒤 공중으로 끌어올려진다. 이를 리프트 업 공법이라고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 방식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숨은 기술”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