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찍은 사진은 아래 링크에...


늦여름 지리산 - (1) 화엄사--노고단대피소                                        늦여름 지리산 - (2) 노고단대피소--반야봉

늦여름 지리산 - (3) 반야봉--벽소령대피소                                       늦여름 지리산 - (4) 벽소령--장터목



애초 계획은 전날 연하천에서, 이날 이곳 장터목에서 1박을 한 뒤 다음 날 아침 천왕봉을 찍고 하산하는 거였는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기왕 어제 벽소령에서 잔 거, 장터목대피소 예약한 건 그냥 째버리고 당장 천왕봉을 넘기로.
 




이곳 장터목대피소에서 라면+햇반으로 뱃속을 가득 채워놓고서,




작년 12월, 저 계단은 굳게 막혀 있었지만.




이번엔 괜찮다. 으흐흐


 

제석봉 최고의 매력은 역시 저 고사목지대.

황량함, 스산함... 뭐 그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곳.














 

그런데, 저 구름이 좀 심상찮다. 출발하기 전날 다음 날(금)에 비 예보가 있더라니... 그건가?



아니나다를까, 천왕봉 부근을 완전히 집어삼키려 한다.




제석봉을 넘었으니, 앞 야트막한(?) 봉우리는 걍 돌아서 천왕봉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통천문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딱 100m만 더 올라가면 된다.

수직으로.


 

자욱한 구름으로 선명한 경치는 못 즐기지만, 충분히 신비롭다.
























좋기만 하구먼, 뭐.




마침내 정상이 코앞에.



5월 첫째 주에 올라왔던 코스인 칠선계곡으로 향하는 출구.

통제구역이니 굳게 닫혀 있다.

만추의 칠선계곡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산은 역시 평일에 오르는 게 좋지 싶다.

이런 좋은 날씨에 저기 아무도 서 있지 않다니.



Veni, vidi...

제석봉에서부터 덮쳐오던 구름 덕택에 주변을 조망하는 건 더 이상 불가능.

미련 갖지 말고 하산하기로 한다. 우린 이미 오면서 충분히 다 보았거든.




천왕봉에서 내려가는 세 갈래 공식 탐방로.



중봉을 향하여 출발.



탐방객 수가 매우 적은 길이라는 티가 확실히 난다.




그동안 걸었던 다른 길에 비해 눈 높이에 위치해 눈가를 찌르는 나뭇가지가 확연히 많아졌다.



자욱한 구름 때문에 천왕봉은 보이지도 않고...


 

천왕봉과 고작 50m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곳에 오르기 위해 하염 없이 내려가야만 한다-_-




정상에 오른 직후라 그런지, 아따 힘들다.



언뜻 모습을 비출동말동하는 천왕봉.

천왕봉에서 중봉을 보면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중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면 완전 벽.




요기서부터 쫌만 올라가면 중봉.



거의 다 올라왔더니 또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겨주려는 듯.




표지판 뒤로는 써리봉이 보여야 하는데...



구름 틈으로 간신히 보인다.




여기쯤 오면 지리산 종주는 거의 끝난 걸로 치는데, 저쪽을 보면 그래도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어쨌든 이젠 정말 내려갈 일만 남았다.



써리봉(을 가린 구름)을 배경삼아 한 컷.




이곳에서 치밭목대피소까지 3.1km는 거의 내리막. 막판 써리봉 오를 때 아주 잠깐 오르막이 나올 뿐.

이때 시각이 5시쯤 됐으니 무난하게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중봉에서 써리봉으로 향한 길은 저런 고운 산길...

이 아니고, 지저분 그 자체의 돌길-_-;



마나님과 남편은 그럭저럭 2인 1조로 후다닥 내려갈 자신이 있었는데,




남편이 찍은 투구꽃.



마나님이 찍은 같은 꽃.



아직 내리막 산행에 익숙하지 않던 29세 처자가 한참 뒤처져 버렸다.




써리봉이라 잠시 착각하게 만들었던 녀석. 실제로 저긴 넘지 않는다. 돌아갈 뿐.


 

29세 처자가 처진 것이 아무래도 불안하여 써리봉 직전 마지막 오르막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마나님께서 물으신다.

\'이런 산속에서 머리를 빗으니 나 선녀 같지 않아???\'

여기에 대고

\'응, 선녀 같지 않아\'

그랬다간 모가지가 열 개라도 안 남겠지?ㅋ





여기서 엄청난 덩치+엄청난 배낭을 자랑하는 세 청년과 마주쳤다.

한 명당 몸무게 100kg, 배낭 무게 50kg 씩은 돼 보였는데 보아하니 정규등산로는 절대로 다니지 않을 인상들이다.

얘기를 나눠보니, 새재에서 산행을 시작해 하봉 찍고 중봉에서 비박을 하려고 했단다. 근데 중간에 능선을 잘못 들어오는 바람에 그만 이곳 써리봉으로 올라오게 되었다고.

방금 우리와 마주친 지점이 처음 만난 정규산행로란다-_-;;;;;

세상엔 참 강적이 많기도 하다.........

20여분을 기다렸더니 처자가 마침내 우리를 따라잡았다.


 

다시 출발한 지 2분도 안 되어 나타나는 진짜 써리봉.


 

요 지점에서만큼은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었으면 싶은데 조금 아쉽다.




숨은 사람 찾기. 너무 쉽죠???


 

이곳에서 치밭목대피소까지 남은 거리는 1.8km. 현재 시각 6시 조금 넘었다.




그래도 능선 위에서는 어두워졌다는 느낌이 덜했는데,




대피소를 향하여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들어가고서부터는 좀 심상찮다.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생각한 마나님, 자신은 먼저 서둘러 대피소로 달려갈 테니 날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지면 29세 처자를 잘 보살피며 데려오라 명을 내리신다.




랜턴도 안 주고-_-;;;

에라 모르겠다, 1분에 한 걸음씩 걷는 셈 치고 가 보지 뭐.


 

플래시를 터뜨리고 찍은 사진만 놓고 보민 아직 그리 어둡지 않아 보이지만,


 

7시 가까워진 시점에서 똑같은 지점의 실제 밝기는 저랬다.-_-;;;

대피소 남은 1.5km 정도 산길은 매우 평탄한 편이지만 앞이 안 보여서는 아무 소용 없는 일.

혹시 싶어서 배낭을 뒤져봤더니 헤드랜턴이 있더라.

여태까지 내 가방에 헤드랜턴을 넣어둔 것도 모른 채 엄한 마나님만 원망하고 있었던 셈. 마누라, 미안-_-;;




1km 남았음을 알려주는 표지판.

랜턴 하나에 두 사람이 살금살금 걸어간 끝에 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은 7시 40분.

대피소에 먼저 도착해서 한상 딱 벌어지게 차려놓던 아저씨들 틈에 끼어 -당연히 우리 29세 처자가 최고 인기ㅋ- 먹고 마시고를 한 끝에 잠든 건 대략 10시 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