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 화요일 산행을 결심한 후  은고개까지 갔고

그 다음주는 노동절 삼악산 다녀온걸로 퉁친 후

오늘 아침 은고개 후기에 하남쪽에서

벌봉 올라가는 능선 추천하신분 안내에 따라

길을 가보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할일이 좀 생겨

점심이후 2시나 넘어 길을 나서봅니다.

알려주신대로 천호에서 16번을 탔습니다.

다른 버스도 있었지만 16번이  제일 먼저 오더군요.

천호동 구도로를 지나 신도시느낌의 동네를 거쳐 마방집에서 내렸네요.

내린 후 정류장에서 잠시 헤멨으나 곧 굴다리를 찾아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우측으로 가서 

엄청 큰 낙지집을 지나가니 굴다리가 보이더군요

 굴다리 지나 좌측편이 들머리~

외곽순환인지 중부고속인지를 좌측으로 끼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으며 오르려고 카메라를 꺼냈는데....

밧데리가...

뭐 한두번도 아니니 전화기로 찍는걸로~~

남한산성에서 자주보던 위례길이 이 동네에서 시작하나보네요.

가만보니 지난 몇년간 주말에 차를 가져가면 늘 지나던 도로네요.

약간 가파르지만 짧은 계단을 지나면 아까시 군락지가 나타납니다.

아까시 향기 아주 오랜만에 진하게 느껴보네요.

어렸을 때는 아카시아라고 했는데  아까시가 맞는거지요?

나무에는 아까시꽃 천지고

길바닥에도 아까시 꽃잎이 깔렸습니다.

날은 좀 흐렸지만 시원한 바람에 흩날리는 아까시꽃 향이

맑게 느껴졌습니다.

지도에는 쥐봉이라고 돼있던데

표지에는 매봉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뭐 뭐든 별 상관은 없습니다.

그저 이인근의 아까시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테니...

그리고 문득 나타난 찔레꽃....

엄마일 가는 길에 피었다던...

배고플 때 한잎 한잎 뜯어 먹었다는 그 찔레꽃이네요.

그런데 아까시 향이 너무 강해서 찔레꽃 향기가

맘이 아픈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은 초록에 반은 하얀 나무네요.

완만한 오르막을 천천히 가다보니

저편에 연주봉능선을 따라 이성산까지 이어지는 나즈막한 능선이 보이네요.

(맞겠죠?)

반대편은 검단산에서 고추봉 용마산을 잇는 능선이 보이구요.

마방집으로 오르기전 교산동에서 오를 생각이었는데 여기가 그 동네인가 봅니다.

아까시 나무와 참나무류들이 길게 벋은 길을 지나고 나면 어느덧 소나무 숲도 나타나네요.

아주 쉽게 완만하게 객산에 도착했습니다.

객산이라는 곳이 이런데라네요.

객산을 지나면서 바람이 더 심해지고 하늘은 더 어두워지면서

간혹 비도 뿌립니다.

몇개의 완만한 고개를 지나~

새바위?

뭐 별로 같지는 않지만...

이건 이빨같네요.

워낙 바위가 별로 없는 산이라서인지 자그만한 돌덩어리에

이름들 붙인거 보면 좀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네요.

불수사도북 이런데 가면 그냥 이름모를 돌덩어리일 듯...

좀더 지나 남한산성에 가까워가자

토성이니 토루니 조선시대 군사시설의 흔적도 지나칩니다.

실제 토루는 에스자로 굴곡이 져있고

토성은 길이 평평하면서 뭔가 공사를 한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대의 군인들도 땅파고 진지보수하고 그런게 큰일중에 하나지만

옛날에는 더 그렇겠지요.

호란 때 많이 죽어갔을 병졸 1,2,3,4,5...가 문득 생각났네요.

슬픈 역사죠.

트랭글 애인~

지명 해설이 참 친절합니다.

들머리에서 한 네시쯤 출발한 듯 싶으니까벌봉까지  한 세시간 걸렸나보네요.

근데 갑자기 뇌성벽력!

처음에는 좀 멀리서 치는 듯 싶더니

급격하게 가까이 오더군요.

호기심 느꼈던 고골 표지판을 보던 중 빗방울이 엄청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우의도 안가져오고 방수자켓도 없고 우산도 없고...

그냥 달려봅니다.

남한산 삼각점이고 뭐고 번개가 바로 근처에 빠륵빠륵 소리를 내며 떨어지니까

비에 젖었음에도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 나더군요.

더구나 이 부근은 개활지라 더 맘 졸였네요.

몇 해전 비오는데 월성치에서 남덕유 향하다가 눈앞에 벼락 친거 보고 겁나서

종주 포기하고 황점으로 내려왔던 그 때가 기억 나더군요.

그래도 사진은 한두컷 더~  번개도 찍어보고 싶었으나 전화기로는 무리수...

일단 암문으로 대피하여

비를 피해봅니다.

다행히 소나기처럼 금방 잦아 들었네요.

본래 계획은 서문으로 남문으로 해서

집가지 걸어서 귀가였지만

온통 젖은데다  추워서

북문까지만 가기로합니다.

북문으로 향하는데 먹구름에  비는 오고 노을도 보이는 풍경이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하더군요.

서쪽편은 구름이 걷히고 있는가 봅니다.

비구름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상황~

욕심을 내어 서문까지 가려했는데

찬바람에 손까지 곱아 그냥 하산합니다.

북문에서 산성마을 까지는 금방입니다.

버스타고 귀가~

끝

참.....  벌봉제단터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연주봉능선 따라 이성산 까지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