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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잘못타서 민통선 안에서 야영한 썰

ㅇㅇ(221.158) 2016.07.21 22:14:54
조회 1313 추천 12 댓글 16


내가 오지캠핑을 좋아해... 근데 내 기준에서 오지는 일단 둘러봤을때 문명의 흔적(도로나 민가같은거)이 보이지 않아야 오지인데, 한국에선 그런곳을 찾기가 좀 힘들긴 함...


강원도에 비수구미인가 뭔가하는 파로호 근처의 솔캠하기 좋은곳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네이버 지도에 쳐서 고대로 따라갔제.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타고 춘천을 거쳐 화전이란 곳까지 갔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가르쳐준 대로 마을버스 타고 종점까지 가니까 무려 군부대 안에서 내려주데? (검문소 지나쳐서 내려줌)


아 그런가보다 하고 내려서, 검문소쪽으로 걸어가 버스가 간 길 아닌 다른 길(완죤 경치 좋고 자전거 도로 나있는 딱 봐도 여행도로였음)로 가고 있는데,


검문소에서 초병이 부르더라.


그리고 나보고 군인이냐고, 여기는 민통선 안이라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그래서 군인 아니라고, 비수구미 간다고, 여기 그 길아니냐고 하니까,


비수구미는 남쪽으로 10km는 떨어져있다함;;


시발 네이버 지도 개새끼야...


평화의 댐에서 내려야 되는데 이상한 여단급 부대에서 내린거임. 어쩐지 내릴때 주변 장병들이 다 쳐다보는게 심상치 않았지.


마을버스라 다음버스는 오후 7쯤 (점심때였음)에 있어가지고 그냥 시키는 대로 검문소 도로 지나쳐 나온다음에,


생각을 해보는데 이대로 가긴 억울한기야. 그래서 돌아가는 도로 터덜터덜 따라 걷다가 옆에 개울있길래 그쪽으로 내려가서 개울을 건너 말 그대로 길도 없는 산을 치고 올라갔지.


길없는 산 올라가 본 사람 있을지 모르겠는데, 진짜 완전 험함. 다행히 고라니인지 멧돼지인지 동물이 길 뚫어논게 있어서 거의 기다시피 올라갔어.


시발 너무 힘든거야... 걸어올라가도 힘든데 거의 기다시피 산을 타니까... 벌목 도구랑 스틱도 없어서 한 2-3시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퍼졌어.


그리고 좀 쉬다가 다시 올라가고... 쉬다가 올라가고... 하다가 겨우 텐트 칠만한 자리가 나왔지.


가지고 간 야삽으로 땅 나라시 존나 까고,(보는 사람도 없어서 바지만 입고 작업) 텐트 후딱 치고 쉬었지.


산이라 밤은 일찍 찾아옴. 어둑어둑해질때 냉큼 기어들어가서 발열식량으로 밥해먹고 누웠어.


여기 완전 사람 손 안닿긴 한 모양이더라. 해 지자마자 발자국 소리가 존나게 들리던데, 블레어 위치가 생각나더라... 물론 산짐승들이었겠지만, 그때 최대 걱정은 멧돼지가 나오냐 고라니가 나오냐 이거여서, 긴장 조금 하고 텐트안에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어.


한 1시간 반동안 텐트 반경 10m내로 발자국 소리 엄청 나고, 제일 가까이 기척 느껴질때는 내 텐트 바로 옆에서 냄새맡는 소리...


그리고 그게 나왔어.


고라니 울음소리 들어본 사람 있나?


ㅅㅂ... 심장 나가는 줄 알았다...


텐트 바로 옆에서 우아악! 아아아아악! 하는 술취한 사람 비명지르는 소리가 갑자기 엄청나게 크게 나가지고 심장 벌떡 스고, 검색(맛폰 터지더라...)해보니까 고라니 울음소리대.


안심은 됬는데 이제 잠이 문제야. 이새끼들이 너무 짖어... 울음소리도 은근 섬뜩하고 엄청 시끄럽고, 나라시도 제대로 안까져가지고 등 배겨서 새벽 2시쯤 잠들은듯 싶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텐트에 이슬이 고여서 아주그냥... 뭐 어쩔수 없긴 하지만.


다시 아침도 발열식량 뜯어먹고 텐트 걷고 구르다시피 내려와서 어제 본 개울가에서 씻고 양말 갈아신고, 검문소로 다시 가서 버스 기다렸지.


어제랑 같은애가 초병서고 있더라. 진지공사 기간이라 경작서가 말뚝 이틀 연속으로 짜여졌데.


걔랑 도란도란 얘기나누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민정경찰 단 레토나 여러대가 쭉 나오는거야. 검문소에서 통과하는거 기다리고 있는데 나에대해 묻는게 들리더라고. 그러더니 중령 한분이 버스 한참있다 올텐데, 레토나 뒤에 타세요 해서,


오 ㅆㅂ 병사때도 못타본 레토나 하고 냉큼 올라탐.


가면서 어디서 잤냐고, 혼자 여행하냐고 이것저것 묻다가 내가 저기 저 산 올라가서 잤어요, 하니까 놀라면서 저기도 민통선 안이라고, 다음부턴 더 남쪽가서 캠핑하라고 함 ㅋㅋㅋ


그리고 무슨 부대 회관앞에 내려주면서 여기 버스 곧 올거라고, 배고프면 자기 이름 대고 회관들어가서 밥 공짜로 먹고 가세요 했는데 걍 음료수 하나 마시고 버스타고 집에 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 딴판으로 간 여행이었지만 그럭저럭 재밌었다.


다음엔 제대로 파로호 찾아갈 생각임.




와 근데 거기 진짜 경치는 좋더라... 인간의 흔적은 하나도 없고 자연 그대로의 산과 계곡과 억새풀만 쫘악 펼쳐져 있는데 장관이었음. 정말 이쁘다. 내가 이 맛에 일부러 사람 없는곳 찾아가지.


그리고 여름이라 물은 진짜 많이 먹히더라. 4리터 가져갔는데 올때는 500ml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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