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설악산 장비 없이 간다는 글이나 지리산 화대종주에 대한 질문 글을 보고 적습니다

겨울 등산..

등산이라는게 동네 뒷산 가면서 이런 저런 장비 챙겨간다고 욕먹기도 하는 취미지만 그간 등산을 해보니 그런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장비 없이? 대부분의 경우 가능은 할겁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저도 등산을 처음 시작할때는 그냥 아무런 준비없이 했었습니다.

뭣도 모르고 방수도 안되는 등산화 빌려 신고, 두꺼운 패딩 입고, 혼자 이십대 후반에 덕유산 육구종주 해보겠다고 갔었어요.

전날 폭설이 내렸습니다. 결국 올라가다가 봉우리 몇개 넘고 포기하고 내려왔는데, 그 날 내려가면서 만났던, 같이 내려가자고 말렸지만 강행했던 네 분이 그대로 조난 당했었습니다 (다음날 기사로 확인).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나중에 다시 제대로 준비해서 육구종주 성공했지만, 그때 아무런 경험없이 젊은 패기만 믿고 강행했으면 조난자가 4명이 아닌 5명이 되었겠지요.

산에서는 날씨 예측이 잘 안 됩니다.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날씨가 개었다 싶으면 눈이 오기도 하고..

그래도 지금까지 경험상 웬만한 경우 보면.. 장비 없이도 잘 올라가는 분들은 잘 올라가요.

다만 만약에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크게 몸이 상하거나 잘못하면 죽습니다.

남 일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저도 등산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된 이후 준비 웬만큼 제대로 하고 갔는데도 초행길에 GPS 갑자기 터지면서 길 잃어서 조난당한적도 있었고,

새해 첫날에 새해맞이 종주 등산 갔는데, 새해라고 등산왔다가 등산로에 저체온증, 체력저하로 쓰러져 있던 사람 발견하고 종주 계획 다 수정하고 제 여벌옷 빌려주고 119 헬기 띄워서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분은 니트(;;)에 패딩 입고 등산을 왔었습니다. 핫팩 까고, 따듯한 물 먹이고, 제 옷으로 갈아입히고, 아무튼 급박했어요.)

등산은, 특히 겨울 등산은, 99퍼의 확실성을 기대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1퍼센트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고 가는 겁니다.

아래 글 쓰신 분들 모두 아마 잘 다녀 오실 가능성이 더 높을 거예요. 다만, 만약 자신이 1퍼센트의 운 나쁜 케이스에 걸린다면 심지어 여름에도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는 곳이 산입니다.

예전에 산악 구조대 기사를 봤는데, 등산하다가 다치거나 조난당해서 구조 요청 하는 사람들은 동네 뒷산도 히말라야 가는 것처럼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람들보다는, 대부분이 뒷산 마실간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준비한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여름에 면티 입고 올라갔다가 저체온증으로 죽는 사람이 실제로 발생하는 곳이 산입니다.

실족이라는 것도 한번 미끄러지면, 사람은 히말라야 8000미터에서 떨어지던 동네 뒷산 20미터에서 떨어지던 똑같이 죽어요.

그러니 모든 계절이 다 그렇지만, 겨울 등산만큼은 그래도 확실하게 준비하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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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등산에 대해 그래도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건 방수 되는 등산화, 아이젠, (꼭 좋은 브랜드가 아니더라도)기능성 속옷 (// 여기까지는 무조건 필수), 눈이 많이 쌓인 곳을 갈 경우 스패츠, 악천후 대비 자켓, 그리고 보온용 여벌 옷입니다.

이외에 땀을 얼마나 흘리느냐, 더위나 추위를 얼마나 느끼느냐에 따라 산을 올라갈 때 입을 옷이 달라집니다.

저는 몸에 열이 많아서 능선 전까지는 한겨울에도 웬만하면 반팔을 입고 올라가지만 어떤 분들은 추위를 많이 타는 경우 여러 겹으로 레이어링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각자 다른 부분이니 알아서 할 부분이지만, 다 거르더라도, 방수 등산화, 아이젠, 면 소재가 아닌 기능성 티 만큼은 꼭 기본적으로 챙기셔야합니다.

거기에 멘탈적인 부분을 더 추가하자면.. 무리다, 아니다 싶을 때 아무리 더 가 보고 싶어도, 아쉬워도 포기하고 내려올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그 판단을 도와 줄 수 그간의 등산 경험..

젊은 패기만 믿고 가기에는 잘못하면 큰 일 나는 곳이 산이니 잘 준비하고 가셨으면 해요.

부디 다들 안전한 등산 하시길..